사회/시사
여성과 세계 자본주의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05-26 23:15
조회
1794
여성과 세계 자본주의
「시류에 반대하여(Against the Current)」 3·4월호
베로니카 듀존<포틀란드 주립대학 사회학 연구소>
여성들은 현재의 세계 경제통합으로 인해 독특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들의 경험, 관심사, 그리고 요구들은 세계 경제를 이해하고 전화시키는데 있어 중심적인 기반이 되어야만 한다.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사실, 즉 반세기 이상 동안 제3세계 발전을 위한 경제정책이 여성들에게 매우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흔히 해로운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서 기술했거나/기술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1970년대부터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소위 "자유시장") 정책에 기반한 현재의 세계 경제통합이 세계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그들을 착취하여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특히 여성들은 개도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농업부문의 40%, 산업부문의 4분의 1, 그리고 서비스 부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노동력이 여성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 식량 생산량의 최소한 50%는 개도국 여성농민들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80%에 이른다. 그리고 전세계 빈곤층 인구 13억명 중에서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매일 노동 시간의 66%가 여성들의 노동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의 수입은 전세계 수입의 10%, 전세계 재산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끊임없는 빈곤은 도대체 무엇을 설명해주는 것일까? 외채 위기를 전후로 하여 제3세계 경제발전 전략은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덧붙여서 여성들이 정말로 수출공장지대 노동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운 좋은 노동자들"이라면 왜 그들은 세계화된 경제 저 밑바닥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발전에서 외채 압박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국가들은 독립을 위해 투쟁했고 국가발전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것에 착수하기 시작했다(이 발전 계획은 사실상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 수입대체 산업화, 국내 산업 보호, 그리고 자본 수출에 대한 엄격한 통제 등과 관련되어 있다). 일부의 국가들이 꽤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제3세계 국가들이 내부 지향적인 발전에 초점을 둔 시기였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초국적 은행과 세계은행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자금이 쏟아지자 많은 국가들이 자국 경제의 유지 능력을 뛰어넘는 재원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그 재원의 일부가 건설적인 계획에 투입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부정부패로 탕진되거나 개인의 외국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어떠한 경우도 이러한 정책이 민주적으로 진행된 예는 없다.
1970년대 석유 위기와 뒤이은 미국의 불황, 그리고 급격한 금리 상승은 1980년대 과도하게 확대되어 있던 제3세계 국가 경제에 큰 재앙을 가져왔다. 제3세계 국가들은 부채를 상환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전 계획의 초점을 급격히 변화시켜야 했다. 그들이 지지했던 의제들은 애초에 만들어졌던 것보다 훨씬 덜 민주적으로 폐기되기 시작했다. 외채 위기는 제3세계 국가들을 새롭고 전례 없는 종속으로 이끌어갔다. 외채를 처리하는 데 있어 IMF에 의해 강요된 구조조정 정책과 긴축정책은 이들의 평범한 삶에, 이제는 악명높은 유산이 되어버린 사회, 경제적 파탄을 가져왔다. 국가들마다 신용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자국 경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국민들과 자연자원을 착취하면서 발전 계획의 궤도를 포기해야만 했다. 수많은 정부 프로그램이 민영화되었다. 교육, 보건의료, 식생활 보조금 등의 사회적 성과는 급격히 해체되는 한편, 국민들을 일자리를 잃고 통화는 평가절하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효과를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여성들이었고 그 영향은 아주 혹독한 것이었다. IMF의 긴축 정책은 수많은 여성들과 아이들로부터 의료혜택, 식생활 보조금, 편의 시설, 그리고 다른 사회적 서비스들을 빼앗아 갔다. 모든 자녀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아들의 교육을 지속시키기 위해 딸을 자퇴시켰다.
왜 여성들이 대가를 치뤄야만 하는가?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여성들은 자신들이 외채를 끌어쓴 계약 당사자도 아니고, 외채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외채 상환을 위해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자신들의 고통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카리브해 여성들은 IMF와의 협상 대표가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페기 앤트로부스의 말처럼 "그들(IMF)은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No'라는 대답을 해야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삶의 질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주요 생계 책임자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었던 남성 파트너와 가장들은 가정을 버리고 떠나거나 일을 찾아 도시로 이동했다. 남겨진 여성들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려 부족한 수입을 채워야했다.
여성들은 비가시적인 가사노동과 기본적인 농촌 경제활동의 책임을 져야했을 뿐만 아니라 가계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공식 및 비공식 경제 영역에서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어느 쪽에서건 안정적인 경제 생활의 가능성은 매우 빈약했거나 계속 빈약해졌다. 어떤 여성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국제 섹스 무역의 상품으로 전락하여 매매춘의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섹스 무역은 선진국 남성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제3세계 국가들에 압도적으로 집중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전의 동구권 국가의 여성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IMF 지배 하에서 외채를 지닌 국가들은 이른바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 '자유화'가 수출 공장 지대 여성들의 땀에 의해 가동되는 전세계 조립라인을 만들고 있다.
초착취 지대(EPZs)
여성들은 직면한 빈곤에서 해방되고 가부장적인 가정으로부터 상대적인 독립을 원하기 때문에 수출 공장 지대(EPZs)의 일자리는 여성들을 끊임없이 현혹시키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컬한 것은 사회 일반의 공식적인 경제에서 전통적으로 배제되어왔던 여성들이 EPZs 기업들의 유혹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PZs는 제3세계의 수많은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산업 편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이곳들은 원래 국가 내의 산업단지이다. 제3세계 국가들은 고용 창출과 모조품 산업 건설의 한 방편으로 이곳들을 육성하고 있다.
EPZs는 흔히 국내 경제의 다른 부분들과는 아무런 연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때때로 이들 EPZs에는 도로, 전기, 그리고 공장외관과 같은 인프라가 지방 정부의 비용으로 제공되며 다른 곳에서 적용되는 노동조합의 기준들이 폭력적으로 탄압되기도 한다.
EPZs는 값싼 노동을 찾는 외국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진다.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로 인해 EPZs가 최고로 선호하는 고용 대상이다. (a) 여성들의 노동이 남성들의 노동보다 열등하다는 관념이 여성들의 노동의 댓가를 최소 임금이 하에 두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b) 여성들이 정밀함을 필요로 하는 부품 조립과 같은 노동에 이상적인, 섬세한 손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c) 여성, 특히 젊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권위에 더 잘 복종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잘 견뎌낸다. (d) 젊은 여성들은 부모와 살기 때문에 숙식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해도 된다. EPZs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소름끼칠 정도로 참혹하다.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장시간 초과 근로, 변변치 않은 환풍 시설로 인해 공장 내에 가득 찬 유독 가스, 화장실 이용시간의 규제와 한 달에 한번 임신 테스트 요구 등의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는 증거로 제출된 여러 학대 사례의 일부분일 뿐이다. 무역과 이윤을 위해 여성을 삶을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지구적 노동착취
개도국의 여성들은 세계 경제로 통합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직한 노동조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히 제한적일지라도 자신들에게 제공된 경제 공간에 대해 감사하기도 한다.
여성, 특히 산업국가에 있는 빈곤층 노동계급의 여성들은 그들 자신의 모순과 속박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대부분 이주민 여성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노동착취 공장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사실은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조차도 여성은 경제적, 인간적 비참함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가 전례없는 경제 성장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고 있지만, '복지 개혁'과 정부 예산의 균형을 핑계 삼아 축소를 단행하지 않을지라도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과 모성 보호를 위한 필수적 서비스들(의료혜택, 보육, 생활임금)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제3세계와 선진국 양자 모두에서 그 수가 계속 늘어나는 여성 임금노동자들은 노동력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여성들은 세계 시장에서 노동자 조직화의 목표와 전망을 확대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제받고 있다. 임금 노동자로서 여성들에게 있어서 임금이나 수당과 같은 전통적인 노조의 관심사들과 보육, 교육, 가족 수입 부양과 같은 사회적 관심사들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일찍이 자본주의가 대격동을 일으킨 시기(1930년대), '조직화를 가로막았던' 보수적 노조 관료들에 의해 극도의 착취를 받으며, 미조직화된, 그리고 선거권조차 부여받지 못했던 미국의 엄청난 산업 노동자층은 산별회의(CIO)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착취받는 여성노동자들의 조직과 사회적 해방은 세계적인 규모에서 그와 비견될 정도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현재를 보더라도 사회적, 산업적, 환경적 정의를 공공연히 무시하는 WTO와 그것의 세계 경제통합 구조에 대항했던 시애틀 시위의 사회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시애틀 시위에 대한 몇몇 시각은 「시류에 반대하여(Against the Current)」이번 호의 다른 기사에서 다뤄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세계 시장화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국제 기구를 갈구하고 있다. 고통과 비탄의 4반세기가 흐른 후, 부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운동인 주빌리2000(Jubilee 2000)이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4월 16일∼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행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여성의 삶과 수많은 인간의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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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구화된 자본주의의 지배를 뒤흔들다
「뉴스 & 레터스(www.newsandletters.org)」 3월호 마야 잔시
새로운 지구적 여성 운동이 윤곽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전세계 여성들은 작년 11월 시애틀을 뒤흔든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항의 시위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조직과 행진, 직접 행동 참여 등은 물론이고, 자본주의적 확장이 곳곳에서 야기시킨 재앙에 대한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공표했다.
전세계의 여성 단체들은 급여를 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00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 맞춰 세계 여성 파업을 제창했다. 또한 138개국의 여성들이 2000년 세계여성행진을 위한 여러 국내적 행동들을 조직하고 있다. 10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행진도 그 중의 하나이다. "포스트페미니즘"의 쓰레기통 속으로 물러서기는커녕, 국제 여성 운동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또한 강력하다.
이런 지구적 행동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은 소위 지구화가 강요하는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빈곤층의 70%가 여성이다. 여성은 세계 식량의 50%를 생산하지만, 그들이 받는 소득은 겨우 10%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성의 50%가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부당한 역설이 되고 만다. "자유화"된 자본의 팽창과 그것이 잉태한 근본주의의 억압을 받으며, 여성은 현재의 지구적 위기를 바라봄에 있어서 다른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노동인가?
더 싸고 더 "유연한" 노동을 찾는 자본의 움직임은 세계 노동력 구성에 있어서 여성의 비중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25%∼50% 더 적은 급여를 받을 뿐이며, 기업가들은 여성을 더 순종적이고, 덜 조직적이며, 결혼이나 임신 같은 사유로 해고하기 쉬운 존재로 보고 있다.
여성들은-종종 십대나 더 어린 나이-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그리고 손재주를 요구하는 조심스러운 일에 더 적합한 것으로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다. 하청 및 시간제 노동, 계절 노동, 성과급 노동 등이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세계 경제에서 여성은 특히 불안정하고 더욱 착취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의 노동은 부차적이며, 하기에 쉽게 잘라버릴 수 있는 노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의 94%가 비정규, 비조직 부문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고 또한 노동권 단체들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필리핀에서 여성은 경제지구 노동력의 70%에서 73%를 점하고 있으며 노동조건은 사상 최악의 상태로 하락했다.
이런 사정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민 여성 노동자들은 의류 산업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주된 노동력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경제 및 사회권센터는 패션 디자인 업체 DKNY가 "강제적 노동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화 과정에 있어서 또하나의 중요한 경향은 외주와 하청으로서 더 많은 여성 노동자를 비조직 부문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들은 소규모 사업장이나 심지어는 집에서 초국적 기업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가내 노동은 여성을 가부장적 가족 구조의 압제 속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점점 더 많은 수의 여성들이 이주 노동자 공급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콩으로만 6만 명 이상의 필리핀 여성 가사 노동자들이 "수출"되고 있으며 매년 십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또한 다른 많은 여성들이 성장하는 섹스 산업에 투입되기 위해 이나라를 떠나고 있다. 남성들이 에이즈 감염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8살 밖에 되지 않는 소녀들이 매매춘에 투입되기도 한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고용의 여성화"를 "양날의 검"으로 파악한다. 즉, 한편으로 외적인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나 도심으로의 이주가 여성의 독립이나 자신의 의사 결정 기회를 제고시켜왔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지난 2년 동안 한층 더 분명해진 사실은 그러한 독립은 기껏해야 변덕스러운 자본주의의 본성에 내재한 위기의 먹이감으로 순식간에 전락할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은 아시아 경제 위기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는 수출지향적인 의류나 가구 산업, 하급 플라스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최우선적으로 해고되었다. 필리핀에서는 여성 실업률이 1997년 12.3%에서 일년 후 15.2%(전체 실업률은 13.3%)로 떨어졌다. 남한에서는 매일 5,00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성이 주된 구성원이었던 서비스 부문에서 많은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행동' 자료집, 1999년 2호)
인도네시아 여성들 역시 많은 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찾아 농촌 지역을 떠나왔던 여성들은 이제 엄청난 고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구화로 황폐화된 자신의 고향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다. 소위 구조조정은 실업 수당이나 복지 혜택 같은, 이들에게 유용할 수도 있었을 얼마 안되는 사회안전망마저도 파괴시켜 버렸다.
무임금 노동
"자유화"에 동반하는 것은 복지나 보건, 교육 등 공공 부문의 지출 축소와 가격 통제 완화, 농업 보조금 삭감 등이다. 사회적 필요를 조달하는 부담은 거의 온전히 여성이 짊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는 한 성(gender)에 전적으로 특화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무임금 여성 노동의 증가가 그것이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자본주의는 가사노동이나, 물긷기, 땔감 구하기 같은 일에 여성이 소비하는 시간의 양을 줄이기는커녕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증가시켜 왔다. 한 예로 북부 인도에서 여성은 땔감을 구하는데 종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개발"로 인해 주변 숲이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모히니 데비라는 여성은 이시스(ISIS International (www.isiswomen.org), 1974년 설립되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에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땔감을 구하기 위해 조금만 걸으면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을 걸어야 하며, 이것은 보통 우리를 탈진 상태에 빠뜨린다." ('여성행동', 1999년 2호)
더 많은 여성들이 외부 수입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종종 점점 더 어린 나이에 무임금 노동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오직 임금 노동만을 수치에 집어넣는 아동노동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5천 4백 만에 달하는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2천 백만이다. 인도 여성의 전반적인 문자해득율은 39.4%이지만 남자의 경우엔 63.8%이다. 여성의 문자해득율은 라자스탄 주에서는 4%, 안트라 프라데시 주에서는 9%라는 놀라운 수치까지 떨어진다.
점점 더 시장에 의한 규정력이 커지고 있는 세계에서 여성이 하는 무임금 노동은 더욱 저평가되고 있으며, 종종 인식되지도 못한다. 이것이 2000년 3월 8일에 세계 여성 파업이 기획된 이유이다. 처음 아일랜드의 여성들이 제안한 이번 파업은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페루, 메히코, 쿠르디스탄,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등 다른 수많은 나라에서 지지를 얻었다.
페루에서 원주민 여성들과 가내 노동자들은 "송꼬 와르미(케추아 말로 여성의 심장이란 뜻)"라는 자신들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용, 그들의 노동을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들의 성명 중 일부를 옮긴다. "안데스 지역의 여성들은 농사일(여성이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하며, 가축을 돌본다)을 통해 가족 수입의 50% 이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우리가 재배하고 준비하는 곡물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우리의 노동은 국가 재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은 또한 자녀들을 양육하고 가사를 돌본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평가받지 않고 있다. 우리는 농촌 지역 생명과 문화의 주된 생산자이며, 유지자이다.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기여는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국경을 초월한 여성들 간의 동맹이나 조직, 노동 및 환경 그룹들이야말로 세계 자본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에 대한 협정들을 통해 분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무임금 노동을 뽑아내는 것이 자본주의의 운동이다. "생산적" 경제로부터 "비생산적" 경제의 여성에게로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사회적 서비스를 이전시키는 것은 여성으로부터 더 많은 무임금 노동을 뽑아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임금 노동에 있어서 극악한 노동 조건은 가사나 보육, 부양 같은 여성의 전통적 노동의 확장과 궤를 함께 한다. 이것은 자본의 지배가 "새로운" 세계 경제에 내재하고 있는 여성의 자결권에 대한 잠재적 기반을 침해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여성의 중심적 위치는 창조적 저항을 위한 공간을 열어 젖히고 있다. 국제 여성 운동에 있어서 새롭고 중요한 한 요소는 비정부기구(NGOs)이다. 많은 비정부기구들이 세계은행의 재정지원을 받으며 그 통제하에 있지만 몇몇은 여성 노동자를 조직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임신에 관한 여성의 권한과 세계은행이 부과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침식하고 있는 여타 여성의 권리들을 위해 싸우고 있기도 하다.
NGOs 외부로 눈을 돌리면, 여성은 환경에서 노동 및 원주민 권리 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중요한 기층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여성들은 가혹한 복지 "개악"에 맞선 싸움을 이끌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켄싱턴 복지권연합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여러 기층 조직의 여성들이 범아메리카 행진(March of Americas)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구화의 다른 얼굴
세계 전역에서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의 자결권을 위한 싸움이나 그 잠재적 기반을 자신들의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신자유주의의의 불안정화 경향에 대한 반동으로서, 특히 성별(gender) 관계에 있어서 근본주의자들은 신비주의적 전통 질서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종종 여성의 배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지구화가 약속한 국경없는 세계로 대체되기는커녕, 근본주의와 우익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으며, 종종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가리기 위한 가면이 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이 자행되는 곳도 없다. 탈리반의 통치는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에 이르는 지배지역에서 절대적인 성별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 여성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몸을 감싸야 할 뿐 아니라, 남자 친척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거리를 걸을 수도 없다. 교육과 보건, 노동에 대한 여성의 권리는 무조건적으로 부정된다.
망명중인 혁명적 아프가니스탄 여성 연합(RAWA (www.rawa.org), 1977년 카불에서 창립된 단체로 사회적 정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독립적 정치 조직. 근본주의자들에 맞서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음)은 국제 여성의 날에 파키스탄에서 천여 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집회를 계획했다. 최근에는 흑인여성연합이 RAWA에 지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미국 내의 자유주의적 여성 그룹(Feminist Majority (www.feminist.org), 1987년 설립된 여성운동 조직, 미국 여성의 대다수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간주하고 있다는데서 출발)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내기 위한 행동들을 조직하고 있다. 이것은 국경을 초월하여 조직되고 있는 여성 운동의 또 하나의 중요한 예이다.
여성 운동에 있어서 비정부기구의 중요성은 이들에 대한 우익 정부의 반동적 움직임에서 부분적으로 찾아질 수도 있다. 한 예로 파키스탄은 '시르카트 가'라는 중요한 여성 운동 그룹을 포함, 약 2천여 개의 비정부기구들의 등록을 취소했다. 현재의 군부 체제는 전 총리 나와즈 샤리프가 물꼬를 튼 바 있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의회는 "의로운" 죽음에 반대하는 결의안 통과를 거부했다. "수치"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이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살해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 그룹들은 작년에만 최소한 286명의 여성들이 "의로운" 죽음이라는 명목으로 살해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잔혹한 살인에 대한 법적인 제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여성 운동 NGO들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나치 동조 세력인 파시스트 자유당이 참여하고 있는 신생 연립 정부가 여성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성부는 많은 여성 운동 NGO들을 재정지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단체들의 사활을 건 투쟁과 인종주의자와 네오파시스트의 유럽연합 국가 통치 허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모든 오스트리아인에 대한 여러분의 지원을 요청한다."
인도의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에 대한 좀 더 분명한 방식의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페미니스트 영화제작자인 디파 메타에 대한 지지를 위해 결집하고 있다. 바라나시라는 힌두교 성지에서 배우자를 사별한 여성들이 겪는 고난을 그린 디파 메타의 새 영화 "워터(Water)"가 근본주의 세력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메타를 지지하는 망명 방글라데시 페미니스트 작가 타슬리마 나스린의 인도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난 성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무원칙한 침묵을 지킬 뿐이다.
이상은 세계 각지에서 지구화된 자본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여성 진영의 성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예일 뿐이다. 죽음과 불구의 위험에 맞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좀 더 인간적인 세상에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지구적 연대 행동들이 세계 혁명 운동의 서막이 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시류에 반대하여(Against the Current)」 3·4월호
베로니카 듀존<포틀란드 주립대학 사회학 연구소>
여성들은 현재의 세계 경제통합으로 인해 독특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들의 경험, 관심사, 그리고 요구들은 세계 경제를 이해하고 전화시키는데 있어 중심적인 기반이 되어야만 한다.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사실, 즉 반세기 이상 동안 제3세계 발전을 위한 경제정책이 여성들에게 매우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흔히 해로운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서 기술했거나/기술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1970년대부터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소위 "자유시장") 정책에 기반한 현재의 세계 경제통합이 세계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그들을 착취하여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특히 여성들은 개도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농업부문의 40%, 산업부문의 4분의 1, 그리고 서비스 부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노동력이 여성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 식량 생산량의 최소한 50%는 개도국 여성농민들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80%에 이른다. 그리고 전세계 빈곤층 인구 13억명 중에서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매일 노동 시간의 66%가 여성들의 노동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의 수입은 전세계 수입의 10%, 전세계 재산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끊임없는 빈곤은 도대체 무엇을 설명해주는 것일까? 외채 위기를 전후로 하여 제3세계 경제발전 전략은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덧붙여서 여성들이 정말로 수출공장지대 노동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운 좋은 노동자들"이라면 왜 그들은 세계화된 경제 저 밑바닥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발전에서 외채 압박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국가들은 독립을 위해 투쟁했고 국가발전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것에 착수하기 시작했다(이 발전 계획은 사실상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 수입대체 산업화, 국내 산업 보호, 그리고 자본 수출에 대한 엄격한 통제 등과 관련되어 있다). 일부의 국가들이 꽤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제3세계 국가들이 내부 지향적인 발전에 초점을 둔 시기였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초국적 은행과 세계은행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자금이 쏟아지자 많은 국가들이 자국 경제의 유지 능력을 뛰어넘는 재원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그 재원의 일부가 건설적인 계획에 투입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부정부패로 탕진되거나 개인의 외국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어떠한 경우도 이러한 정책이 민주적으로 진행된 예는 없다.
1970년대 석유 위기와 뒤이은 미국의 불황, 그리고 급격한 금리 상승은 1980년대 과도하게 확대되어 있던 제3세계 국가 경제에 큰 재앙을 가져왔다. 제3세계 국가들은 부채를 상환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전 계획의 초점을 급격히 변화시켜야 했다. 그들이 지지했던 의제들은 애초에 만들어졌던 것보다 훨씬 덜 민주적으로 폐기되기 시작했다. 외채 위기는 제3세계 국가들을 새롭고 전례 없는 종속으로 이끌어갔다. 외채를 처리하는 데 있어 IMF에 의해 강요된 구조조정 정책과 긴축정책은 이들의 평범한 삶에, 이제는 악명높은 유산이 되어버린 사회, 경제적 파탄을 가져왔다. 국가들마다 신용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자국 경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국민들과 자연자원을 착취하면서 발전 계획의 궤도를 포기해야만 했다. 수많은 정부 프로그램이 민영화되었다. 교육, 보건의료, 식생활 보조금 등의 사회적 성과는 급격히 해체되는 한편, 국민들을 일자리를 잃고 통화는 평가절하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효과를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여성들이었고 그 영향은 아주 혹독한 것이었다. IMF의 긴축 정책은 수많은 여성들과 아이들로부터 의료혜택, 식생활 보조금, 편의 시설, 그리고 다른 사회적 서비스들을 빼앗아 갔다. 모든 자녀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아들의 교육을 지속시키기 위해 딸을 자퇴시켰다.
왜 여성들이 대가를 치뤄야만 하는가?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여성들은 자신들이 외채를 끌어쓴 계약 당사자도 아니고, 외채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외채 상환을 위해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자신들의 고통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카리브해 여성들은 IMF와의 협상 대표가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페기 앤트로부스의 말처럼 "그들(IMF)은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No'라는 대답을 해야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삶의 질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주요 생계 책임자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었던 남성 파트너와 가장들은 가정을 버리고 떠나거나 일을 찾아 도시로 이동했다. 남겨진 여성들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려 부족한 수입을 채워야했다.
여성들은 비가시적인 가사노동과 기본적인 농촌 경제활동의 책임을 져야했을 뿐만 아니라 가계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공식 및 비공식 경제 영역에서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어느 쪽에서건 안정적인 경제 생활의 가능성은 매우 빈약했거나 계속 빈약해졌다. 어떤 여성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국제 섹스 무역의 상품으로 전락하여 매매춘의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섹스 무역은 선진국 남성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제3세계 국가들에 압도적으로 집중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전의 동구권 국가의 여성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IMF 지배 하에서 외채를 지닌 국가들은 이른바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 '자유화'가 수출 공장 지대 여성들의 땀에 의해 가동되는 전세계 조립라인을 만들고 있다.
초착취 지대(EPZs)
여성들은 직면한 빈곤에서 해방되고 가부장적인 가정으로부터 상대적인 독립을 원하기 때문에 수출 공장 지대(EPZs)의 일자리는 여성들을 끊임없이 현혹시키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컬한 것은 사회 일반의 공식적인 경제에서 전통적으로 배제되어왔던 여성들이 EPZs 기업들의 유혹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PZs는 제3세계의 수많은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산업 편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이곳들은 원래 국가 내의 산업단지이다. 제3세계 국가들은 고용 창출과 모조품 산업 건설의 한 방편으로 이곳들을 육성하고 있다.
EPZs는 흔히 국내 경제의 다른 부분들과는 아무런 연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때때로 이들 EPZs에는 도로, 전기, 그리고 공장외관과 같은 인프라가 지방 정부의 비용으로 제공되며 다른 곳에서 적용되는 노동조합의 기준들이 폭력적으로 탄압되기도 한다.
EPZs는 값싼 노동을 찾는 외국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진다.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로 인해 EPZs가 최고로 선호하는 고용 대상이다. (a) 여성들의 노동이 남성들의 노동보다 열등하다는 관념이 여성들의 노동의 댓가를 최소 임금이 하에 두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b) 여성들이 정밀함을 필요로 하는 부품 조립과 같은 노동에 이상적인, 섬세한 손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c) 여성, 특히 젊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권위에 더 잘 복종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잘 견뎌낸다. (d) 젊은 여성들은 부모와 살기 때문에 숙식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해도 된다. EPZs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소름끼칠 정도로 참혹하다.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장시간 초과 근로, 변변치 않은 환풍 시설로 인해 공장 내에 가득 찬 유독 가스, 화장실 이용시간의 규제와 한 달에 한번 임신 테스트 요구 등의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는 증거로 제출된 여러 학대 사례의 일부분일 뿐이다. 무역과 이윤을 위해 여성을 삶을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지구적 노동착취
개도국의 여성들은 세계 경제로 통합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직한 노동조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히 제한적일지라도 자신들에게 제공된 경제 공간에 대해 감사하기도 한다.
여성, 특히 산업국가에 있는 빈곤층 노동계급의 여성들은 그들 자신의 모순과 속박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대부분 이주민 여성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노동착취 공장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사실은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조차도 여성은 경제적, 인간적 비참함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가 전례없는 경제 성장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고 있지만, '복지 개혁'과 정부 예산의 균형을 핑계 삼아 축소를 단행하지 않을지라도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과 모성 보호를 위한 필수적 서비스들(의료혜택, 보육, 생활임금)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제3세계와 선진국 양자 모두에서 그 수가 계속 늘어나는 여성 임금노동자들은 노동력의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여성들은 세계 시장에서 노동자 조직화의 목표와 전망을 확대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제받고 있다. 임금 노동자로서 여성들에게 있어서 임금이나 수당과 같은 전통적인 노조의 관심사들과 보육, 교육, 가족 수입 부양과 같은 사회적 관심사들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일찍이 자본주의가 대격동을 일으킨 시기(1930년대), '조직화를 가로막았던' 보수적 노조 관료들에 의해 극도의 착취를 받으며, 미조직화된, 그리고 선거권조차 부여받지 못했던 미국의 엄청난 산업 노동자층은 산별회의(CIO)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착취받는 여성노동자들의 조직과 사회적 해방은 세계적인 규모에서 그와 비견될 정도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현재를 보더라도 사회적, 산업적, 환경적 정의를 공공연히 무시하는 WTO와 그것의 세계 경제통합 구조에 대항했던 시애틀 시위의 사회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시애틀 시위에 대한 몇몇 시각은 「시류에 반대하여(Against the Current)」이번 호의 다른 기사에서 다뤄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세계 시장화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국제 기구를 갈구하고 있다. 고통과 비탄의 4반세기가 흐른 후, 부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운동인 주빌리2000(Jubilee 2000)이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4월 16일∼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행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여성의 삶과 수많은 인간의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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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구화된 자본주의의 지배를 뒤흔들다
「뉴스 & 레터스(www.newsandletters.org)」 3월호 마야 잔시
새로운 지구적 여성 운동이 윤곽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전세계 여성들은 작년 11월 시애틀을 뒤흔든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항의 시위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조직과 행진, 직접 행동 참여 등은 물론이고, 자본주의적 확장이 곳곳에서 야기시킨 재앙에 대한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공표했다.
전세계의 여성 단체들은 급여를 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00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 맞춰 세계 여성 파업을 제창했다. 또한 138개국의 여성들이 2000년 세계여성행진을 위한 여러 국내적 행동들을 조직하고 있다. 10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행진도 그 중의 하나이다. "포스트페미니즘"의 쓰레기통 속으로 물러서기는커녕, 국제 여성 운동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또한 강력하다.
이런 지구적 행동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은 소위 지구화가 강요하는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빈곤층의 70%가 여성이다. 여성은 세계 식량의 50%를 생산하지만, 그들이 받는 소득은 겨우 10%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성의 50%가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부당한 역설이 되고 만다. "자유화"된 자본의 팽창과 그것이 잉태한 근본주의의 억압을 받으며, 여성은 현재의 지구적 위기를 바라봄에 있어서 다른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노동인가?
더 싸고 더 "유연한" 노동을 찾는 자본의 움직임은 세계 노동력 구성에 있어서 여성의 비중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25%∼50% 더 적은 급여를 받을 뿐이며, 기업가들은 여성을 더 순종적이고, 덜 조직적이며, 결혼이나 임신 같은 사유로 해고하기 쉬운 존재로 보고 있다.
여성들은-종종 십대나 더 어린 나이-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그리고 손재주를 요구하는 조심스러운 일에 더 적합한 것으로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다. 하청 및 시간제 노동, 계절 노동, 성과급 노동 등이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세계 경제에서 여성은 특히 불안정하고 더욱 착취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의 노동은 부차적이며, 하기에 쉽게 잘라버릴 수 있는 노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의 94%가 비정규, 비조직 부문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고 또한 노동권 단체들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필리핀에서 여성은 경제지구 노동력의 70%에서 73%를 점하고 있으며 노동조건은 사상 최악의 상태로 하락했다.
이런 사정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민 여성 노동자들은 의류 산업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주된 노동력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경제 및 사회권센터는 패션 디자인 업체 DKNY가 "강제적 노동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화 과정에 있어서 또하나의 중요한 경향은 외주와 하청으로서 더 많은 여성 노동자를 비조직 부문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들은 소규모 사업장이나 심지어는 집에서 초국적 기업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가내 노동은 여성을 가부장적 가족 구조의 압제 속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점점 더 많은 수의 여성들이 이주 노동자 공급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콩으로만 6만 명 이상의 필리핀 여성 가사 노동자들이 "수출"되고 있으며 매년 십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또한 다른 많은 여성들이 성장하는 섹스 산업에 투입되기 위해 이나라를 떠나고 있다. 남성들이 에이즈 감염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8살 밖에 되지 않는 소녀들이 매매춘에 투입되기도 한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고용의 여성화"를 "양날의 검"으로 파악한다. 즉, 한편으로 외적인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나 도심으로의 이주가 여성의 독립이나 자신의 의사 결정 기회를 제고시켜왔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지난 2년 동안 한층 더 분명해진 사실은 그러한 독립은 기껏해야 변덕스러운 자본주의의 본성에 내재한 위기의 먹이감으로 순식간에 전락할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은 아시아 경제 위기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는 수출지향적인 의류나 가구 산업, 하급 플라스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최우선적으로 해고되었다. 필리핀에서는 여성 실업률이 1997년 12.3%에서 일년 후 15.2%(전체 실업률은 13.3%)로 떨어졌다. 남한에서는 매일 5,00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성이 주된 구성원이었던 서비스 부문에서 많은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행동' 자료집, 1999년 2호)
인도네시아 여성들 역시 많은 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찾아 농촌 지역을 떠나왔던 여성들은 이제 엄청난 고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구화로 황폐화된 자신의 고향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다. 소위 구조조정은 실업 수당이나 복지 혜택 같은, 이들에게 유용할 수도 있었을 얼마 안되는 사회안전망마저도 파괴시켜 버렸다.
무임금 노동
"자유화"에 동반하는 것은 복지나 보건, 교육 등 공공 부문의 지출 축소와 가격 통제 완화, 농업 보조금 삭감 등이다. 사회적 필요를 조달하는 부담은 거의 온전히 여성이 짊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는 한 성(gender)에 전적으로 특화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무임금 여성 노동의 증가가 그것이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자본주의는 가사노동이나, 물긷기, 땔감 구하기 같은 일에 여성이 소비하는 시간의 양을 줄이기는커녕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증가시켜 왔다. 한 예로 북부 인도에서 여성은 땔감을 구하는데 종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개발"로 인해 주변 숲이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모히니 데비라는 여성은 이시스(ISIS International (www.isiswomen.org), 1974년 설립되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에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땔감을 구하기 위해 조금만 걸으면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을 걸어야 하며, 이것은 보통 우리를 탈진 상태에 빠뜨린다." ('여성행동', 1999년 2호)
더 많은 여성들이 외부 수입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종종 점점 더 어린 나이에 무임금 노동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오직 임금 노동만을 수치에 집어넣는 아동노동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5천 4백 만에 달하는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2천 백만이다. 인도 여성의 전반적인 문자해득율은 39.4%이지만 남자의 경우엔 63.8%이다. 여성의 문자해득율은 라자스탄 주에서는 4%, 안트라 프라데시 주에서는 9%라는 놀라운 수치까지 떨어진다.
점점 더 시장에 의한 규정력이 커지고 있는 세계에서 여성이 하는 무임금 노동은 더욱 저평가되고 있으며, 종종 인식되지도 못한다. 이것이 2000년 3월 8일에 세계 여성 파업이 기획된 이유이다. 처음 아일랜드의 여성들이 제안한 이번 파업은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페루, 메히코, 쿠르디스탄,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등 다른 수많은 나라에서 지지를 얻었다.
페루에서 원주민 여성들과 가내 노동자들은 "송꼬 와르미(케추아 말로 여성의 심장이란 뜻)"라는 자신들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용, 그들의 노동을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들의 성명 중 일부를 옮긴다. "안데스 지역의 여성들은 농사일(여성이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하며, 가축을 돌본다)을 통해 가족 수입의 50% 이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우리가 재배하고 준비하는 곡물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우리의 노동은 국가 재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은 또한 자녀들을 양육하고 가사를 돌본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평가받지 않고 있다. 우리는 농촌 지역 생명과 문화의 주된 생산자이며, 유지자이다.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기여는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국경을 초월한 여성들 간의 동맹이나 조직, 노동 및 환경 그룹들이야말로 세계 자본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에 대한 협정들을 통해 분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무임금 노동을 뽑아내는 것이 자본주의의 운동이다. "생산적" 경제로부터 "비생산적" 경제의 여성에게로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사회적 서비스를 이전시키는 것은 여성으로부터 더 많은 무임금 노동을 뽑아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임금 노동에 있어서 극악한 노동 조건은 가사나 보육, 부양 같은 여성의 전통적 노동의 확장과 궤를 함께 한다. 이것은 자본의 지배가 "새로운" 세계 경제에 내재하고 있는 여성의 자결권에 대한 잠재적 기반을 침해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여성의 중심적 위치는 창조적 저항을 위한 공간을 열어 젖히고 있다. 국제 여성 운동에 있어서 새롭고 중요한 한 요소는 비정부기구(NGOs)이다. 많은 비정부기구들이 세계은행의 재정지원을 받으며 그 통제하에 있지만 몇몇은 여성 노동자를 조직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임신에 관한 여성의 권한과 세계은행이 부과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침식하고 있는 여타 여성의 권리들을 위해 싸우고 있기도 하다.
NGOs 외부로 눈을 돌리면, 여성은 환경에서 노동 및 원주민 권리 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중요한 기층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여성들은 가혹한 복지 "개악"에 맞선 싸움을 이끌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켄싱턴 복지권연합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여러 기층 조직의 여성들이 범아메리카 행진(March of Americas)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구화의 다른 얼굴
세계 전역에서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의 자결권을 위한 싸움이나 그 잠재적 기반을 자신들의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신자유주의의의 불안정화 경향에 대한 반동으로서, 특히 성별(gender) 관계에 있어서 근본주의자들은 신비주의적 전통 질서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종종 여성의 배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지구화가 약속한 국경없는 세계로 대체되기는커녕, 근본주의와 우익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으며, 종종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가리기 위한 가면이 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공포스러운 폭력이 자행되는 곳도 없다. 탈리반의 통치는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에 이르는 지배지역에서 절대적인 성별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 여성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몸을 감싸야 할 뿐 아니라, 남자 친척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거리를 걸을 수도 없다. 교육과 보건, 노동에 대한 여성의 권리는 무조건적으로 부정된다.
망명중인 혁명적 아프가니스탄 여성 연합(RAWA (www.rawa.org), 1977년 카불에서 창립된 단체로 사회적 정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독립적 정치 조직. 근본주의자들에 맞서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음)은 국제 여성의 날에 파키스탄에서 천여 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집회를 계획했다. 최근에는 흑인여성연합이 RAWA에 지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미국 내의 자유주의적 여성 그룹(Feminist Majority (www.feminist.org), 1987년 설립된 여성운동 조직, 미국 여성의 대다수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간주하고 있다는데서 출발)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내기 위한 행동들을 조직하고 있다. 이것은 국경을 초월하여 조직되고 있는 여성 운동의 또 하나의 중요한 예이다.
여성 운동에 있어서 비정부기구의 중요성은 이들에 대한 우익 정부의 반동적 움직임에서 부분적으로 찾아질 수도 있다. 한 예로 파키스탄은 '시르카트 가'라는 중요한 여성 운동 그룹을 포함, 약 2천여 개의 비정부기구들의 등록을 취소했다. 현재의 군부 체제는 전 총리 나와즈 샤리프가 물꼬를 튼 바 있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의회는 "의로운" 죽음에 반대하는 결의안 통과를 거부했다. "수치"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이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살해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 그룹들은 작년에만 최소한 286명의 여성들이 "의로운" 죽음이라는 명목으로 살해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잔혹한 살인에 대한 법적인 제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여성 운동 NGO들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나치 동조 세력인 파시스트 자유당이 참여하고 있는 신생 연립 정부가 여성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성부는 많은 여성 운동 NGO들을 재정지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단체들의 사활을 건 투쟁과 인종주의자와 네오파시스트의 유럽연합 국가 통치 허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모든 오스트리아인에 대한 여러분의 지원을 요청한다."
인도의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에 대한 좀 더 분명한 방식의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페미니스트 영화제작자인 디파 메타에 대한 지지를 위해 결집하고 있다. 바라나시라는 힌두교 성지에서 배우자를 사별한 여성들이 겪는 고난을 그린 디파 메타의 새 영화 "워터(Water)"가 근본주의 세력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메타를 지지하는 망명 방글라데시 페미니스트 작가 타슬리마 나스린의 인도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난 성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무원칙한 침묵을 지킬 뿐이다.
이상은 세계 각지에서 지구화된 자본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여성 진영의 성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예일 뿐이다. 죽음과 불구의 위험에 맞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좀 더 인간적인 세상에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지구적 연대 행동들이 세계 혁명 운동의 서막이 될 것인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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