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광복 60주년 선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5-08-01 21:56
조회
2030
광복 60주년 선언
민족의 자주화 평화를 위한 60인 선언

일시:2005년 8월 1일 오전 11시
장소: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60년 전 우리는 부푼 희망으로 광복을 맞았다. 오랜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족번영의 기대에 차있었다. 하지만 지난 60년의 역사는 또다른 파행이었다. 외세의 개입과 민족의 분열로 인해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이 전쟁으로 한반도는 잿더미가 되었고 인구의 1/10을 잃었다. 지금도 우리는 민족 분단을 천형처럼 떠안고 있다.
남북한은 지난 60년간 동서대결의 첨병으로 나서야 했다. 한반도는 냉전의 첨예한 대결장이었으며 군비경쟁의 시험대이자 가장 위험한 화약고였다. 그런 가운데 남북한은 적대와 불신, 전쟁의 위협을 서로 공생관계인양 주고받았다.
오늘날 세계는 패권추구에 급급한 미국과 이에 맞서는 무장세력간에 벌어지는 무차별살상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9.11사태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세계 도처에서 폭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군사적 패권주의가 초래할 세계사의 암울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지금도 냉전시기와 같은 갈등과 무력충돌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한미일 지역동맹 체제를 구축하여 대중국 견제와 봉쇄를 꾀하고 있다. 그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국 사이의 ‘신냉전’ 군사대결 위험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남북한은 2000년 6.15선언을 계기로 화해 협력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러나 9.11 이후 지구촌에 몰아닥친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북핵문제로 새로운 장애와 난관을 맞고 있다. 한국전쟁 이래 지속되어온 ‘정전 속의 평화’라는 불완전한 평화마저도 기약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모인 것은 광복 60주년을 그저 기쁨으로 경축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60년의 역사로부터 오히려 진정한 광복과 해방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올바른 성찰을 위해선 편협한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외 의존적인 정체성을 탈각해야 한다. 그리고 분단을 극복하고 상생의 미래를 기약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관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축적해온 민주적 역량으로 지난 60년의 사회적 왜곡과 폐단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 외세의 간섭에 휘둘리지 않고 민족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낼 주체적 인식과 결단력도 지니고 있다. 특히 남한 시민사회와 민중진영은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인 위기를 곧바로 한반도 위기로 인식하여 대처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분단극복의 의지와 추동력을 꾸준히 키워 왔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사회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상호 갈등과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고 평화와 상생의 공동체를 앞장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지난 60년간의 민족분단, 몰주체적인 예속, 맹목적인 편견과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민족의 자주와 민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상생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제 2의 광복 선언’을 주창한다.

남북의 화해와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는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고 활발한 경제협력이 추진되면서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할 유리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반면에 북핵 문제를 빌미로 전쟁까지 염두에 둔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측도 있다.
전쟁의 위험을 차단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무엇보다 북한사회의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남북 갈등 해소, 화해, 협력의 기운이 북한 인민으로부터 발원될 수 있도록 북돋우어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국제사회의 동반자로 나서도록 적극 돕는 일이야말로 핵 문제의 진정한 해법인 것이다. 불신과 대결의 주장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분단체제의 모순을 바로잡고 내실 있는 민주사회를 실현하자.

분단체제의 골격인 국가보안법이 온존해 있다.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민주적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철폐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왜곡과 폐단도 함께 혁파되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기득권층의 방임적 특권은 시장경쟁이라는 명목으로 보장받는 대신, 대다수 민중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몰리어 최소한의 생계유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다. 자본은 신자유주의에 편승하여 복지를 외면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천민성, 투기성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거대 재벌의 사회지배력은 비대해져 이제는 모두가 ‘자본 독재’를 절감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인 연대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사회진보도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민주화와 복지사회 건설로 삶의 질을 높이면서 내실있는 민주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종속적 한미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광복 60년이 되는 오늘에도 우리가 완전한 독립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데는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대미관계 탓이 크다. 지난 60년간 한국역사는 한미동맹으로 지탱되어왔다. 한국은 미국에 의지하고 영향을 받았다. 대미 의존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사회에서 한미관계와 주한 미군문제는 냉전시대에서처럼 여전히 최고 성역이다. 우리는 상실된 민족 자주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패권전략과 한반도 평화 정착 사이에는 결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주한 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전쟁 억지로부터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 군사전략의 중심체로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가 동북아 군사대결의 주(主)전장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맹목적 대미추종이 야기할 위험은 더욱 커졌다. 우리는 미군 없는 한반도를 적극적으로 준비해가야 한다. 대미 종속에서 벗어나 주권국가다운 자주성을 확보하고, 불평등하고 군사적인 한미관계를 평화적인 것으로 재정립할 때에야 비로소 새로운 광복이 찾아올 것이다.

평화 이념을 명확히 하고 군축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전상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남북간 군축논의를 추진해야 한다. 남북한 군비를 축소해 더 이상 소모적 대결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군비확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지역동맹 구상에 편입되어서는 민족통일과 한반도 평화 정착은 요원한 일이 된다.
누구보다도 최악의 전쟁 피해를 당한 우리야말로 평화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구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20세기 한반도가 전쟁과 갈등의 축이었다면 21세기는 인류평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북핵 해결을 빌미로 무력사용이 거론되어 왔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아시아 상생의 공동체를 추진하자.

유럽은 오랜 전쟁과 반목을 넘어 평화와 번영을 향한 유럽연합이라는 공동체를 건설했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여전히 분쟁지대로 국가간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갈등의 중심이자 큰 희생을 치렀던 한국 사회가 이제는 평화와 상생의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간의 편협한 국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화를 말하면서 침략을 돕는 이중성도 버려야 한다. 이라크에서 자이툰 부대를 철수시키지 않고서 우리가 국제사회에 한반도의 평화를 호소할 수는 없다. 자이툰 부대가 전투에 휘말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서 저질렀던 것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경을 넘어서는 상생의 공동체가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아시아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우리 경제생활에 기여하는 가난한 아시아 민중의 인권과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모범적 인권국가, 아시아의 상생과 공영에 앞장서는 선진문명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그 바탕위에 지구생명 공동체로서 연대활동을 강화하여 환경, 생태계를 보전하는데 나서야 한다.

지난 60년은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깊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불굴의 역량을 축적해왔다. 우리국민은 4.19, 5.18, 6월항쟁 등을 통해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역사를 일구어왔다. 이렇게 쌓아온 우리 국민의 열정과 역동성은 앞으로 민주화, 통일, 평화실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적대와 공포, 편협과 맹목, 종속과 불평등의 세월은 지난 60년으로 끝나야 한다. 우리 후손이 평화롭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 참다운 광복, 새 광복을 실현해가자.

2005년 8월 1일

서명자
김경남(목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상곤(교수노조 위원장)
김상근(목사: 한국투명성기구 회장) 김성종(광주시민협 공동대표)
김세균(민교협 공동대표)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교수노조)
김정현(문화연대 대표) 김제남(녹색연합 사무처장)
김제선(대전 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김주언(언론광장)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노정선(목사;열린평화포럼 대표) 박석운(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박성준(비폭력평화물결 대표) 박순희(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 박영숙(한국여성재단 이사 박용길(통일마당 대표) 박인규(프레시안표) 박정기(유가협)박하순(사회진보연대) 백기완(원로)
성해용(목사;국가청렴위원회) 송주영(한신대교수) 신정환(성공회대 교수) 신학림(언노련)
안병욱(카톨릭대 교수) 양길승(녹색병원 원장)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 오재식(월드비젼)
오종렬(전국연합 의장) 오충일(6월사랑방 대표) 유초하(충북대교수) 윤기원(민변 부회장)
윤장현(광주YMCA이사장) 윤준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돈명(변호사) 이명순(민언련 이사장)
이석태(민변회장) 이선종(천지보은회 대표) 이수호(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한국노총 위원장)
이창복(민주화운동공제회 이사장) 이태호(참여연대)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임기란(민가협) 임진택(연출가) 임흥기(목사;KNCC 부총무 ) 장임원(세방학원 이사장) 장주영(민변) 전순옥(참여성노동복지회) 정강자(국가인권위원회) 정광훈(민중연대 상임대표) 정대화(상지대 교수) 조효제(성공회대 교수) 채수일(목사;한신대교수) 정철범(성공회 주교) 정현백(여성단체연합 대표) 최민희(민언련 사무총장) 최 열(환경재단 상임이사)
최병모(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 한상렬(목사;통일연대 상임대표)
함세웅(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허영구(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이상 6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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