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재생산의 위기와 금융세계화 비판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2-11-12 00:15
조회
1604
재생산의 위기와 금융세계화 비판


류미경, 이소형 (사회와 진보연대 정책부장, 조직부장)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각종 자료와 통계수치에서 우리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정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65년 36.%에서 1980 42.8%로 증가하였고 1998년 47.0%를 거쳐 2001년에는 49.0%에 이른다. 2002년 6월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9,536,000명으로 전체22,885,000명 중 41.7%를 차지한다. 여성경제활동인구 중 실제 취업자는 9,340,000명에 이르고 있다. 한 편 이를 혼인 여부와 관련지어 보면 혼인상태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제시하는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연령별 분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15세부터 44세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59세까지 줄었다가, 60세 이상에서 다시 늘어나는데, 15세에서 59세까지는 이른바 역U자형을 그린다. (표 참조) 과거 여성 노동이 결혼과 출산 및 자녀양육의 가족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입했다가 이탈, 다시 재진입하는 M자형 모델인 사실을 환기하면, 두드러진 변화다.

이러한 통계수치를 놓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를 더욱 정확하게 읽으려면 전체 노동자의 52.3%가 비정규직이고, 이중 70.2%가 여성이라는 수치를 추가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본의 위기극복 전략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생산부문을 파괴하고 금융적 팽창을 추구하는 자본운동의 현재 경향에서, ‘유연한 노동력’으로 보이는 여성의 노동력이 노동시장에 대대적으로 흡수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에 참가하는 여성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노동의 여성화(feminization of labor)'로 표현된다. 이 말은 동시에 과거 여성 고용의 특징이었던 조건이 모든 산업의 고용조건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일상적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연한 고용 형태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둘째로, 이러한 노동의 여성화-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에 따라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구조조정으로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관련 예산이 삭감되며 가계유지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적 서비스 축소에 따라 급증하는 가계비용

사회보장체계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케인즈주의의 실패에 따른 ‘복지국가의 위기’, ‘가족의 위기’에 대한 대응인데, 곧 복지공급자로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사적인 연금, 사적인 의료보험, 사적인 병원, 사립학교, 사적인 양로원, 사적인 보육시설 등이 과거 국가가 제공하던 공적 서비스를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가계 지출이 증가하는 핵심 요인이 되는데, 이제까지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자녀의 양육과, 가사노동을 비롯하여,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살핌노동의 부담은 시장에서 자본의 이해관계와 더욱 긴밀하게 결합된다.

보육시설
지난 3월 6일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부가 발표한 「보육사업활성화방안」은 시장이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질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노동시간의 탄력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춘, ‘야간’, ‘휴일’, ‘24시간’ 등의 ‘시간연장형 특수보육시설’과 부모들이 직접 출자하여 보육시설을 마련하고, 이것을 다시 (부모들이 납부하는) 월 보육료로 운영하는 ‘공동육아제도’ 등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보육료 상한 규제를 없앤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는 보육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줄이고, 보육료 부담 증가 요인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여 취약계층에 대해서만 보육료를 약간 지원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결국 보육시설 확충의 책임을 시장에게 내맡기고 이를 가계의 부담을 통해 유지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의료보험체계에서 시장의 역할 역시 확대되고 있는데,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그것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방안은 ‘의료보험 적자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부가 공적 의료보험의 재정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보건의료 재원 조달 기전을 다양화해서 정부의 부담과 책임을 감소하려는 시도다. 이는 WTO 도하개발의제 출범에 따른 의료시장개방, 보험시장의 개방에 맞물려 더욱 가속되고 있다. 그런데, 민간의료보험은 공적건강보험과 비교할 때, 보험회사의 수익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가입자의 필요보다 보험회사의 비용 지출 가능성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가입여부가 판가름된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급여를 받기 위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민중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제의 양은 훨씬 줄게 된다. 민간의료기관이 시행하지 않는 사업을 조금이라도 책임지며,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해 오던 공공의료기관마저 구조조정으로 곧 사라질 판이다. 공공의료기관에 의존하던 저소득층 의료 보호 환자들은 더욱 곤란에 빠질 것이다. 이로써, 환자를 보살피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가계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교육
쉽게 체감할 수 있듯이 가계의 평균적인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교육이다. 공교육이 해체되고 교육비의 ‘수혜자부담’ 원칙이 확산됨에 따라 사교육비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가 2001년 4월 초에 발표한 「2000년도 과외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전체 규모가 99년 6조 7,720억 원 이었던 것이 3,556억 원 늘어나 7조1,276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99학년도에 비해 연간 30만원 이하의 저액 과외비의 비율은 10.7% 감소한 반면 151만원 이상을 쓴 고액 과외는 오히려 4.4% 더 늘어났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필두로 공교육 전체를 해체하고,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빌미로 학교-교육과정의 위계화, 서열화를 주요 골자로 한다. 유연한 노동에 적합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한편에서는 분할과 배제를 일상화하는 이 같은 교육개혁은 결국,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없애고, 경쟁을 가속해서, 모든 책임을 가계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계에서는 (자식들의 시민권 획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자식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가계의 사교육비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다.

노인부양
IMF의 「한국경제의 주요 이슈」(2001.7)라는 보고서는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30년내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 한 명당 노인부양의 부담이 증가하고, 의료비 부담의 증가로 건강보험이 위기에 처하며, 노령연금 수령자가 늘어나 재정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실버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자를 겨냥한 금융서비스와 민간보험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유료 노인 홈, 방문간호, 고령자 위험방지 주택에서 장의 서비스, 묘지 비즈니스까지, 고령자를 특화해서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금융권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적자에 대한 우려는 고령자에 대한 공적 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보험 및 장기요양시설 등의 상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존전략, 그리고 여성

우리는 ’상품생산과 노동인구의 사회적 재생산의 분리‘라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여성이 어떤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지를 주목하려고 한다. 노동시장은 대다수 노동자가 생계를 전적으로 임금에만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권을 확보한다. 자본은 생산과 분리된 영역에서 수행되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출산, 양육등 재생산 부문에 대한 통제는 생산력을 관리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특히 노동력 재생산과정의 출산 및 양육과정의 보살핌(care)에서 기반이 되는 여성의 육체와 감정은 핵심적인 통제 대상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임금 노동에 진출하고 있지만, 육아와 가사노동이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가족 내에서 자녀 양육과 가족 성원들을 보살피는 일차적인 책임자는 여전히 여성이다. 여성들은 자본의 위기, 그에 따른 노동자 가족의 생계 위기를 해결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여성부가 주장하는 ’가사노동과 직장생활의 양립‘이라는 슬로건은, 현재 여성이 처한 모순적인 조건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한 노동자계급 가족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노동자계급은 고유한 생계의 불안정성을 공동의 생계 단위인 '가족‘을 형성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남한 노동자 계급의 가족형태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법인자본 형성과 맞물려 등장한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이 반주변부적 형태로 이식된 것이다.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의 물적 토대가 되었던 ‘가족임금’과 ‘복지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남한사회의 가족 모델은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아닌 ‘대량소비 없는 대량생산’을 그 토대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사회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여성소비주체’라는 아메리카 핵가족 모델이 ‘남성생계부양자+여성근검절약형 소비주체’로 드러났다. 물론 남한사회 노동자의 임금은 가족임금은 물론이거니와 대개의 경우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비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여성들은 불충분한 가계소득을 채우기 위해 비공식부문 노동시장에 진출해 생계비용을 버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97년 외환위기로 노동자 계급의 삶의 위기가 증폭되었다.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이 양산됨에 따라 가계의 소득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국가가 겨우 지탱하던 공적 서비스마저 해체함에 따라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급증하였다. 이에, 노동자 가족의 생존전략은 ‘더 많은 가족의 구성원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소득을 늘리고, 무임금 가사노동을 강화하여 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여성을 정점으로 한 악순환, 그리고 재생산의 위기
그러나, 이러한 생존전략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여성의 노동시장공급이 가족의 경제적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96년) 결과는 이를 드러내준다. 이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생계를 부양하는 가계의 소득은 남편 혼자 생계를 부양하는 가계보다 고작 1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노동시장에 참가한 여성이 낮은 임금수준의 직종에 고용되고 있고, 남편의 근로소득이 평균적으로 낮다는 현실 때문이다. 반면 월평균소비지출액은 오히려 부부가 함께 생계부양을 하는 가계가 약 11만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추가적인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항목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가사노동을 상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추가되는 외식비와 아이 돌보는 비용, 그리고 자녀보충교육을 위한 사교육비와 노인부양을 위한 각종 의료비 등이다. 여기에 가사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각종 가전제품(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구입비가 추가된다. 한편 공동생계부양가족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는 여성의 추가 소득 분에 대한 기대심리를 바탕으로, 소득의 부족 분을 가계부채로 보충하기 때문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재생산노동을 둘러싼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므로, 결국 ‘소득을 늘리려는 전략’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여성의 지위를 노동시장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내모는 역할을 하며, 노동시장에서 낮은 여성의 지위는 가족의 소득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여성의 기여도를 낮춤으로써 재생산 노동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다시 강화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적 서비스의 해체는 자녀 양육과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등의 재생산에 관한 가계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는 여성이 무임금의 가사노동을 늘림으로써 절감될 수 있다. 이는 여성이 가정 밖에서 수행하는 노동을 남성과는 매우 다른 조건에서 출발하도록 한다. 여성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으로 정규직보다는 파트타임, 일용직 등의 비정규직 혹은 비공식 부문을 선택한다. 또한 여성들의 고용은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자리가 주류를 이루는 데, 이는 숙련이 필요 없는 노동으로 여겨져 여성들에게는 낮은 임금이 할당된다. 더불어 이러한 노동시장 진출은 여성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 생계보충을 위한 ‘출혈판매’일 가능성이 높아, 여성으로 하여금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감내하도록 한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을 확산되고 있는 여성의 육체를 매개로 한 각종 서비스 산업 - 성매매로 끌어들인다. 노동시장에서 주변화된 여성의 역할은 가계 소득을 구성하는 데 있어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여성이 가족 내에서 의존적이고 이차적인 가장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하고, 다시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강화한다.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기회의 확장’이라는 통계지표의 진실은, 여성이 늘어난 가계비용에 대한 책임을 전담하기 위해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극심한 노동 착취의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자로서 여성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추가적인 노동 부담을 떠 안게 되고, 이는 사회적 재생산 기반자체의 붕괴로 확산될 것이다.

여성의 욕구에 대한 금융적 포섭?
여성=노동력 재생산의 일차적 책임자?

최근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발전과 젠더에 관한 인식은, 노동시장과 가족 내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이중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은행의 연구보고서『발전의 젠더화』는 ‘여성에게 법적,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인류 전체에게 해로우므로, 젠더 평등이 발전에 있어서의 핵심적 이슈’라고 역설하고 있다. 더불어 젠더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 신장
?여성의 토지 소유에 있어서의 독립성 보장 및 은행절차의 간소화 등을 통한 자원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과 통제력 제고
?노동시장에서 모성보호에 대한 고용주, 국가, 노동자의 적절한 분담
?물, 연료, 교통 등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집 밖에서의 양육서비스 확대
?출산 및 가족 계획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여성의 교육기회, 임금, 노동시장 참여 확대
?젠더 차이를 인지한 사회적 보호 제도의 확립
등.

이러한 과제를 달성함으로써, 경제 성장만으로 제공되지 않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들은 그 효과를 오히려 ‘국가의 생산력과 효과적인 통치능력의 강화, 빈곤감축’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을 노동력의 사회적 재생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적자원’으로 간주하여,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여성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보살핌 노동의 질이 높아져,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개선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여성에 의한 추가 소득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쇼크 등으로 인한 가족의 위기상황을 흡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 최근 보험시장에 ‘퍼스트 레이디’, ‘엄마마음 안심보험’등의 이름으로 ‘가사대행’, ‘보모비용’,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심적 부담’, ‘결혼?출산 및 신생아 양육비용’,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해 관련 보장’, ’여성질병에 관한 보장‘을 급부의 항목으로 하는 보험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위기를 금융적 팽창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취하는 자본에게는 노동시장에서, 가족 내에서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의 곤란함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공적 서비스의 축소는 단순히 ’서비스의 상품화‘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이 이중의 역할을 병행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욕구를,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원천으로 삼는 경향을 부추기는 효과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재생산 노동의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여성의 무임금 재생산노동은 언제나 ‘주어진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이 떠 안고 있는 재생산노동에 대한 부담은 여성을 극도의 열악한 삶으로 내몰아, 재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이것이 다시 노동자 계급 전체의 생존에서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생산노동의 상품화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 자립과 자율성을 약속하겠다고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에게 더욱 복잡하고 모순적인 상황을 가져다 준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지출을 줄이고, 노동시장에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수혜의 범위를 한정하는 ‘생산적 복지’는, 결국 여성에게 국가를 대신하여 아이들과 노인을 돌보는 활동을 요구하며, 다시 여성을 저임금의 불안정한 임금 노동으로 집중시키고 말 것이다. 재생산 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따른 여성의 욕구를 금융적 팽창의 원천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금융자본은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기반마저 해체할 것이다.
금융세계화에 따른 민중의 생존권의 위기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자 계급의 생존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의 노동력을 무한한 것으로 가정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존전략은 근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이제, 생산과 재생산의 사회적 관계, 그 속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막대한 부담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요구는, 전체 민중의 보편적인 요구로 인식되어야 한다. PSSP



<참고자료>

권현정(2001),「재생산의 위기와 페미니즘적 경제학의 재구성--‘사회적 재생산’ 개념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박사논문
권현정(2002),?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현재성」,공감
이미경(1999),「신자유주의적 ‘반격’하에서 핵가족과 ‘가족의 위기」,공감
유옥란,「여성 노동공급이 저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건복지부?노동부?여성부(2002.3.6),?보육산업활성화방안」
삼성경제연구소(2002.6),「고령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기회와 위협」
World Bank, 2001. 「Engendering Development : Through Gender Equality in Rights, Resources, and Voice」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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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월간 <사회와 진보연대> 10월호에 특집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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