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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모색 - 군사기술 체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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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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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모색 - 군사기술 체계를 중심으로

김진균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1. 서론

세계, 국가, 지역의 중층적 구조 속에서 ‘세계화’에 관한 담론으로 요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담론은 주로 경제의 세계화 또는 ‘생산의 세계화’와 이에 상응하여 정치의 차원에서 ‘국민국가의 주권’을 넘어서거나 또는 이를 해체시키는 경향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세계화는 구 소련권의 해체에 의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적 체제라는 명제로부터 일방적으로 자본주의의 세계체제화로의 전환 추세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추세 또는 이에 관한 논의에서 한 가지 축, 즉 세계군사체제의 변모를 개입시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2차대전 후 미국을 선두로 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발전은 무기의 개발, 생산 및 판매와 결부된 소위 ‘경제의 군사화’체제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2. 군사체계의 세계화·지역화

2차대전 후 미국은 핵무기를 개발해가면서 핵전쟁 체계를 구축해 왔다. 핵전쟁 체계는 ‘대량보복 전략’, ‘유연반응 전략’, ‘상호확증파괴 전략(MAD)'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미국의 핵정책은 처음에는 핵전쟁의 억지로부터 그후 ‘상쇄 전략’으로서의 제한핵전쟁을 허용하는 전략으로 명분을 바꿔오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의 변화는 소련의 핵무기 발전에 따른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MAD로서는 핵억지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였다.

전면적 핵전쟁뿐만 아니라 제한핵전쟁에 있어서도 핵전쟁은 거대한 핵전략체제에서 하나의 자기 완결구조에 의하여 운용되는 시스템을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대륙간 핵탄도미사일의 출현에 대비하기 위한 핵방어 전략에서 군사적으로 단지 지휘(Command)하고 통제(Control)하는 군사체제로서는 자기 완결적인 신속한 대응체제를 구축할 수 없었다.

여기에 정보가 신속히 전달되는 시스템의 발전이 필요했다. 미국은 지휘, 통제에 더하여 정보통신기능을 핵심기술로서 개발?통합시켜 지휘, 통제, 통신정보체계(C3I: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and Intelligence)를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거의 완결하고, 그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 적의 핵에 관한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처리하여 이에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는 세계적인 전략구상을 실현하였다. 이 시스템은 레이건 정부에 의하여 더욱 발전되었으며(전자전?C3I 대책을 중시함),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경계탐지시스템을 발전시키게 되었다.(주1)

1962년 이후 세계적인 지휘·통신의 자동화를 착수하였고(이것은 컴퓨터의 발전과 디지탈 통신의 연결로써 가능해짐), 케네디 대통령 당시 국가 지휘권 소유자(NCA)를 중심으로 세계적 규모의 군사지휘통제시스템(WWMCCS: World Wide Military Command and Control System)이 구축되었다. 이 WWMCCS는 NCA와 통합군사령부 및 특정군사령부를 지결하는 작전용 시스템인데 이의 기반은 국방통신시스템(DCS)이다. 이에 덧붙혀 ‘최소한의 불가결한 긴급통신망(MEECN)'이 설치되어 있다(미국에 대한 핵공격이 한창이거나 끝난 뒤에도 전략핵부대에 대한 지휘?통제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이 WWMCCS와 DCS 그리고 MEECN을 받치고 있는 것이 컴퓨터네트웍(WIN)과 위성통신조직(FLASATCOM,ASFATCOM)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 걸쳐 12개의 서로 연결된 C3I를 구축하고 있다.(주2)

미국은 이와 같이 세계에 걸치는 군사지휘통제 체계를 C3I 시스템으로 구축함과 동시에, 1985년 레이건 정부는 SDI(Strategic Defence Initiative: 전략적 방위구상 혹은 ‘별들의 전쟁’계획)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찬반의 논의 속에서도 계속 SDI 개발을 위해 투자해 왔다.

SDI는 비핵무기(레이저와 빔무기의 지향성 에너지무기)로써 핵무기를 제압한다는 이성적인 방어체제라고 천명되었는데, 이것은 우주를 무대로 위성의 실용화와 우주의 군사적 이용과 결합되어 있다. 10만km나 떨어진 상공에서 감시하는 조기경보위성, 지상에서 수만km 떨어진 궤도에서 지표에 지령을 전달하는 통신위성, 바다 밑의 핵잠수함과 육해공군의 부대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항법위성, 적의 핵잠수함과 해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함선의 활동을 추적하는 해양경보위성, 전 세계의 모든 전파를 포착하고 분석하는 전자경보위성, 첩보위성(사진정찰위성), 그밖의 우주위성시스템과 지상 및 수중의 전자, 광학, 음파감시시스템이 그 효과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확충되리라는 확신에 근거해서 추진되고 있다.

비록 SDI는 장기간(25년 이상)에 걸친 사업이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레이저와 빔무기 개발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동시에 핵전쟁억지의 효과에 대한 의문 등으로 인해 80년대 후반에는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걸프전쟁에서 미국은 우주군사 체제의 효율성을 인정하게 되고, 따라서 9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의 예산이 전반적으로 감축하고 있으나 SDI와 관련된 연구개발비는 계속 비중높게 지출되고 있다.

‘군사의 세계화’로 나아가는 SDI 구상

따라서 C3I 시스템과 SDI는 우주공간을 포괄하는 바 전 세계 방위의 완벽한 구성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것이 군사상에 있어서 ‘세계화’ 또는 ‘지구화’의 적극적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SDI 구상이 장기간에 걸쳐 이상적으로 추구된다고 하더라도 과도적인 시기에 있어서 적의 핵미사일 공격을 핵무기의 제한적 사용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미국은 따라서 1990년부터 걸프전의 효과에 힘입어 핵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면서 적의 미사일을 전 지구적으로 방어한다는 프로그램(GPALS: Global Protection Against Strikes)을 추진하고(주3), 1991년에는 어디서 오든지 간에 미국을 향해 오는 제한된 탄도미사일공격에 대해 미국의 지역적 방어를 위한 지(地)-공(空) ABM(反탄도미사일) 시스템을 실험하고 발전시키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SDI 구상의 명목으로 추구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더 나아가서 미국 본토에서만 GPALS를 추구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지구의 몇 개 지역에서 그 지역의 국가들과 함께 미사일 방어를 구상하는 TMDI(Tactical Missile Defence 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다. 그 예가 서태평양 TMDI구상이고 여기에는 미국이 일본과 새로운 군사기술동맹의 길을 터놓고 있다.(주4)

TMD 개발, 국가들간의 경제·정치적 협력 형태에 변화 초래

이러한 전 세계적 C3I 및 SDI, 특정 범위의 지역에 그 구상을 축소해서 설치하는 TMDI(최근에는 ‘TMD’로 일컬어짐), 그리고 구체적인 C3I 단위, 이렇게 세 가지 수준의 구상이 진행중에 있고, 그 세 가지 수준의 골격 안에서 범용기수(군사 및 민수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첨단들이 개발되고 충만하도록 추구되고 있다. 그에 따라 종전까지 국가들간의 군사기술 동맹형태 및 그에 밀접한 경제적·정치적 협력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 붕괴에 따른 냉전체제의 와해와 군축에 따라 국방비를 다소 축소시켜 왔고, 또한 무기 구매를 줄이고 방위산업체들의 고용 인원을 대폭 해고시키고 있는 반면, 국방예산 전체에 있어서 SDI(및 TMDI)에 관한 차세대무기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고, 따라서 발전된 우주군사체체로의 장기적인 조정기간으로 진입하여 산업구조 자체의 조정도 진행시키고 있다. 또한 동시에 미국은 각 단위국가에 (미국과 협력관계에 있는 발전도상국에게도) C3I 시스템의 구축을 종용하고 거기서 자본참여의 길을 찾거나 또는 TMDI 구축을 위해 지역단위의 방위망 구축을 추구하여 거기에서도 미국 자본의 활로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세계·지역적 군사체계 속에서의 한국의 위상

SDI(별들의 전쟁 구상)는 그 핵심으로서 탐지, 추적, 조준, 파괴를 위한 전자시스템과 계산시스템, 지휘·관리·통신시스템을 통합시켜 발전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의 일정한 첨단 전자·통신·컴퓨터산업의 발전을 동반한다. 동시에 위의 세 가지 시스템의 통합은 군사적인 차원에서 전략적으로는 전쟁관리(war-management)시스템으로, 전술적으로는 전투관리(battle-management)시스템으로 체계화된다. 이러한 체계화는 따라서 전쟁관리, 전투관리를 C3와 결합시켜 체계화하는 ‘공지전(空地戰=ALB:Air-Land Battle)’ 개념을 발전시켰다. BM/C3 수준의 우주군사 체계는 걸프전에서 전형적으로 실험되었던 것이다.(주5)

한국에서는 90년대에 전력증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전력증강사업은 병력 집약적 방위 체제로부터 기술집약적 또는 자본집약적 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주6) 그런데 BM/C3의 모형에 비추어 보면, 그 기반을 일부분 구축하는 듯한 단계에 있다고 하겠다. 그 중요한 사업 중에 C3I 사업이 10년 이상에 걸쳐 진행될 것인데, 이 자동 정보지휘 체계에는 터널공사, 대형컴퓨터, 연결통신망 프린터, 워크스테이션, 한영번역 체계에 관한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또한 공중조기경보기(AEW) 구매도 포함되어 있다.(주7)

한국의 C3I체계는 아직 기반구성에 있고 감각기능에 해당하는 레이다, 해상초계기 및 조기경보기 그리고 인간두뇌에 해당하는 정보·기업·분석 시스템은 미비된 상태인 듯하며, 비록 차세대 전투기(F-16)사업이 진행되어 공군력이 보완된다고 하더라도 ‘정보탐지 분석’에는 미국의 두뇌, 즉 미국 SDI 연결망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리하여 전력증강 사업에 있어서 공군의 차세대전투기 사업 및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건조계획(각 함정에는 스패로우 대공미사일과 미사일 발사장치가 부착된다) 및 잠수함 구매사업,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과 장갑차 사업(여기에도 미사일이 무장되는데 확대하는 모양이다)이 모두 어떤 규모의 BM/C3 모형을 추구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미국의 SDI와의 연결, 그리고 서태평양(일본) 지역의 TMDI와의 보다 긴밀한 연결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일련의 추세는 한국 ‘단위’에서의 BM/C3, 서태평양 지역수준에서의 TMDI,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 세계적 방위구상으로서의 SDI가 상호 중층적인 연결을 구축해 가는 경향을 전망하도록 하고, 한국의 C3I 사업이 더욱 발전할수록 TMDI와 세계적 규모의 SDI에 흡수되어 가는 체계의 구축이 전망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서, 미국이 주도해 온 우주군사 체계의 확장은 ‘지역화’와 ‘세계화’ 차원에서 ‘국경 없음’을 실감하도록 하고, 실제 걸프전에서 그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4. ‘생산의 세계화’와 군사 초국적기업

‘기술경제 패러다임’으로 장기 파동론을 내세우는 페레즈(Perez)는 5차 파동(1990년대와 그 이후)의 핵심요소로서 반도체 칩을 들고, 담지산업부분은 컴퓨터,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광섬유, 로봇 FMS와 정보서비스이며, 그 하부구조는 정보통신망, 통신위성이라고 하였다.(주8) 그리고 정보통신기술 속성 자체가 다국적 기업(MNCs 또는 초국적기업 TNCs)으로 하여금 ‘네트웍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적 기초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초국적기업들로 하여금 협력케 하는 허용요인인 동시에 압력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논구했다.(주9)

이 ‘네트웍기업’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자본의 국제화, 더 나아가서 ‘생산의 세계화’를 이끈 초국적기업의 ‘기업내 국제분업’체계이다. 이 기업내 국제 분업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의 많은 나라를 국제적으로 하나의 수직통합 체계로 묶는 세계적 분업망을 형성시키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주10)

경제 기술적으로 정식화된 ‘생산의 세계화’의 주체로서 지목된 초국적기업(네트웍기업)은 사실 군산(軍産)복합체로서 특징화된 ‘군산(軍産)초국적기업’이다(주11). 전후에 미국의 거대 독점자본에 의해서 추진되어 온 핵관련 새로운 무기의 개발 및 생산?판매의 국제화는 경제기술적 차원에서 설명하는 ‘생산의 세계화’ 또는 ‘자본의 세계화’와 동일한 메커니즘에 따르고 있다(주12).

그런데 이 점을 상기해 보자. ‘반도체가 미국 핵산업의 쌀’이다(주13). 말하자면, 핵전쟁 체제 또는 핵전쟁을 방어한다는 전력적 방위구상은 핵산업과 반도체산업(컴퓨터산업과 정보통신산업)을 상호견인하면서 발전시켜 온 것이다. 앞에서 논의된 경제기술 패러다임의 장기파동론에서 제시된 5차 파동의 핵심요소인 ‘반도체 칩’은 1990년대 이후의 파동을 예견하는 것이지만, 이 ‘반도체 칩’은 이미 핵무기 체계의 발전과 C3I, SDI, TMDI의 기술적 기반의 핵심요소로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 성장의 담당자는 미국의 초국적기업이면서 ‘군사 초국적기업’이었고 이제는 세계의 3극을 이룬다는 미국, EC, 일본의 ‘군사 초국적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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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産軍複合體硏究會,『アメリカの 核軍擴と 産軍複合體』, 1988, 新日本出版社, 27-36쪽;≪兵器と 技術≫,1993, 1,C3I特輯, 1-159쪽.
(주2) 한국은 그 10번째 지구이다. 서울주한미군본부에는 WWMCCS단말이 있고, 팔음산(八音山)에 광학추적시설, 그리고 대구의 GEODDS(지상에 설치된 전자광학우주감지장치)가 있다. 김승국, 『한국에서의 핵문제, 핵인식론』, 일빛,1991, 14-21쪽
(주3) SIPRI Yearbook, 1992, pp.128-133.
(주4) 김승국,「미국 군산복합체의 동향」『경제와 사회』 20호(겨울호) 1993, 67-75쪽.
(주5) 《兵器と技術》참조.『SDI와 우주무기』, 59-61쪽 및 64-90쪽.
(주6) 이주희, 「90년대 한국군 전력증강사업」,≪사회평론≫, 12월호, 1991, 305-329쪽;김진균,「1990년대 한국 군수산업의 동향과 경제의 군사화 문제」, ≪이론≫, 3호, 겨울호, 1993, 310-337쪽; 한국국방연구원,「특집 국방과학기술현대화」, ≪국방논집≫, 제22호, 여름호, 1993 참조.
(주7) 94년 4월 26일 한국의 국방장관은 일본의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군용기의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한국측은 동아시아 지역의 안전보장 정책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앞으로 한일간에는 군사적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주8) 김환석,「신기술경제 패러다임의 확산과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경제와 사회≫, 20호, 겨울호, 1993, 129-130쪽.
(주9) 앞의 글, 132쪽.
(주10) 이대근,『세계경제론』, 까치, 1993, 362 및 436-7쪽
(주11) 부주예프,『초국적기업과 군국주의』, 강동일 역, 새길, 1988 참조.
(주12) 앞의 책 및 SIPRI Yearbook 1993, Oxford University Press, 1993, pp.470-475, Table 10A: OECD 및 개발도상국에 있는 100대 무기생산업체(1991). 이 표에 따르면, 미국 47개, OECD 40개, 일본 5개, 캐나다 2개, 개발도상국 6개이다.
(주13) 김승국, 『한국에서의 핵문제, 핵인식론』, 일빛,1991,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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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가 『공간과 사회』 4호(1994년; 10-19면)에 기고한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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