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세계화의 지휘자 〓 WTO!!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10-02 23:20
조회
1262
세계화의 지휘자 〓 WTO!!

'WTO가 무엇인가'에 대해 대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합의된 2만4천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나게 방대한 협정들을 본다면, 주눅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WTO 체제의 핵심적인 본질은 어찌보면 극히 단순하다. 그것은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WTO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으로부터 탄생한 기구이다. 하지만 WTO는 GATT와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GATT가 공산품의 교역만을 다뤘던 반면, WTO는 농업 및 지적재산권 같은 새로운 영역까지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또한 WTO는 '자유무역'의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가 있다면, 곧바로 강제력 있는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WTO 규정은 일국(一國)의 법률을 훨씬 능가한다. 만약 우리나라의 어떤 법률이 WTO 규정과 다르다면, 우리나라는 그 법안들을 고칠 수밖에 없다. 세계화 체제의 명실상부한 '지휘자'가 탄생했다.





WTO는 말한다 : "교육도 '시장'이다!"

교육부문에 대한 공공지출의 국제적인 규모는 1999년을 기준으로 '1조 달러'가 넘는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에 의해 창출되는 세계 고등교육시장 규모는 연간 약 '2백 40억 달러'에 달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교육 '시장'을 '21세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부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왜 WTO와 투자협정이 교육을 '공공서비스'가 아닌 교육 '시장'으로 규정하려는지 이해할만 하다.
WTO는 출범 때부터 교육 '시장'을 '일반서비스협정(GATS)'에 포함시켜 자신의 휘하에 편입시켰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교육 부문도 언젠가는 '자유'무역의 원칙 아래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기본권이 자유무역이란 이름아래 자유화·개방화되어야 한다. 한편, (한미·한일)투자협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투자협정에서 '투자'의 정의는 대단히 광범위하여, 여기에는 상당수 비영리법인도 포함되는데, 당연하게도 학교법인도 포함된다. 현재 국내 교육서비스업종 중 전문강습소, 일반강습소, 외국인교육기관, 상설직업훈련기관은 개방된 상태이나, 유아교육기관, 초중고등학교, 기술 및 직업고등학교, 전문대, 대학교, 대학원, 특수 교육기관은 여전히 외국인투자 제한업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이들 업종에 대한 자유화·개방화 압력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교육부문에 대해 어떠한 '규제'도 없이 완전한 자유화·개방화 조치를 취한 국가들은 거의 없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될 당시에도, 전체 WTO 회원국 134개국중 약 40여개 국가들만 교육부문에 대한 제한적 개방조치를 취했을 뿐이었다. 미국의 경우도 단지 '성인교육' 및 '기타교육서비스' 시장만을 외국인투자자에 개방했을 뿐이다. 하지만 회의스러운 것은 각국 정부의 교육부문에 대한 '보호'의지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겠는가이다.





WTO씨, 당신 접시에도 유전자조작 식품이 있어!

1998년에 감자, 콩, 옥수수 등 150만톤이 수입되었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콩의 44%, 옥수수의 36%가 유전자조작된 것입니다. 그런 것을 먹어도 괜챦을까. 정답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 식품이란 우리가 그동안 먹거리로 삼았던 농산물 안으로 원래 그 농산물이 가지고 있지 않던 유전자를 옮겨 넣어서 새로운 형질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만든 콩, 옥수수, 살충제 성분을 분비하도록 하는 작물 등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런 유전자조작은 '종(種)' 간의 벽을 허물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즉 박테리아와 콩, 넙치와 딸기, 어쩌면 인간과 농산물 먹거리의 유전자를 섞어 넣었기 때문에, 지구 생태계나 우리 인간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그것이 안전한지, 혹은 위험한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같은 점 때문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재배와 섭취를 '사전예방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초국적기업들은 '식량위기 극복'이니 '환경보호'니 하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비판적인 과학자들은 유전자조작 식품이 의도하지 않은 알레르기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독성, 영양 파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위험 등을 지적한다. 또한 유전자조작된 작물이 대규모 재배과정에서 생태계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전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이를 둘러싼 논쟁이 아직도 한창 진행 중에 있어, 위험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 않는 상황임에도, 우리 식탁에는 유전자조작 식품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의 시민, 농민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식품)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유전자조작 작물을 재배지에서 뽑아내고,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며, 유전자조작된 것을 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인도의 농민들은 초국적기업들이 자신들을 속여서 유전자조작 작물을 재배토록 했지만, 선전한 것과 다르게 재배 결과로 엄청난 손해을 입은 것에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반대운동은 제1세계에서 제3세계까지, 환경, 여성, 농민, 소비자운동이 참여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의 냉장고에는 오직 유전자조작된 식품만이 가득차게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초국적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방법: 생명특허와 WTO

"하늘 아래 모든 것이 특허의 대상이다". 미국의 특허법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특허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이미 약삭빠른 과학자와 초국적기업들은 미생물, 식물, 동물 심지어 인간의 세포, 유전정보에까지 특허를 받아내고 있는 중이다. WTO는 이처럼 '신의 영역'마저도 주저하지 않고 특허를 인정하는 미국식 특허제도를 전세계 각국에 강요하고 있다. 1999년 시애틀에서 열렸던 각료회의 당시에도,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 '생명특허'의 허용 여부 및 범위가 일찌감치 쟁점으로 부각되었었다.
1993년에는 미국의 국립보건원은 파나마 구아이미족 인디언 출신 여성으로부터 얻어낸 유전자에 특허 신청을 냈다. 이에 구아이미 의회와 NGO들은 미 국립보건원이 유전자 추출과 특허 신청에 대해서 어떠한 동의도 얻지 않았으며 인간의 유전자를 특허를 내는 것이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발하였다. 거센 항의에 직면한 미 국립보건원은 특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있을지 얼마 후에 미 국립보건원은 다시 한번 파푸아뉴기니의 한 토착민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신청함으로써 생명특허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생명특허는 15세기 유럽에서 공유지를 사유화하면서 비극을 자아낸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의 결정판이다. 처음에는 공유지(땅), 바다, 하늘, 주파수를 사유하더니 이제는 생명의 영역까지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그로부터 이윤을 뽑아내려는 시도이다. 이는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타협될 수 없다. 또한 생명특허는 제3세계의 생물(유전)자원을 약탈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제1세계의 초국적기업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제3세계 국가들에서 생물자원을 수집하여 '사소한' 조작을 한후, 이것을 내세워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 특허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소한' 조작이 해당지역 토착민들이 수천년 동안 관리하고 유지해온 노력과 지식에 비교하면, 정말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3세계 민중들은 초국적기업에 맞서 생물(유전)자원의 공동체적인 소유를 주장하고 있다. 생명특허의 해악은 과학자 공동체도 파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연구 결과의 자유로운 발표에 정보 교환을 통해서 인류에게 유용한 지식의 생산과 보급에 기여하여 왔지만 생명특허는 과학자의 '자유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과학자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과학자 공동체의 파괴에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의 제약, 의료비용의 증가에 따라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WTO의 지적재산권협정(TRIPs)은 특허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여 초국적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미국식의 특허제도를 확장한 것에 다름아니다. 특히 지적재산권협약의 27조 3b항은 생명특허를 허용하는 조항으로 전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9년 8월 6일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적재산권협약의 이 조항에 관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식물, 동물 및 미생물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신 토착민과 농촌 공동체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새로운 특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지적재산권협정이 제3세계가 생물자원의 이용으로 얻어지는 이익의 정의로운 공유를 보장한 생물다양성협약과 식량자원을 위한 풍부한 유전자원의 보존 및 관리에 기여하는 농민의 권리를 보장한 유엔식량기구(FAO)의 협약들과 모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판과 대안적인 주장을 지지해야 한다.

WTO에 여자는 없다!

세계 빈곤층 13억 가운데 70%가 여성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매일 행해지는 노동시간의 66 %가 여성에 의해 이뤄지는 반면 여성은 세계 전체 소득의 10% 그리고 전체 부동산의 1%만을 소유하고 있다. 전체 세계 빈곤층 13억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지난 20여년간만 하더라도 절대 빈곤 상태에 있는 도시 여성수는 50%가 증가했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가장 먼저 여성과 어린이를 공격한다

경제위기로 사회가 붕괴되면 여성과 어린이 등 사회적인 약자들이 가장 먼저 공격받는다.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에서는 유괴와 강도, 절도, 성범죄가 난무하고 있다. 특히 싼 인건비를 목표로 여성들을 집중고용하는 초국적 자본들에 의해 항의할 힘도 없는 여성노동자들을 무한히 착취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제3세계 국가들은 이미 경쟁적으로 외자유치를 위해 국민의 인권과 환경을 포기하고 있고 평등권과 모성권은 지금도 그렇지만 더욱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WTO는 여성들에 대한 이중의 굴레를 더욱 고착시킨다.

자본의 세계화는 여성들에 대한 이중의 굴레를 더욱 고착시킨다. 생계비 상승, 저임금고용으로 인해 가난해진 여성들은 세탁소에 맡겼던 옷가지들을 손수 세탁해야 하고, 보육시설에 맡겼던 아이를 집에서 키워야하며(그 사람이 누구든 여성이다), 학원에 보냈던 아이를 집에서 가르쳐야 한다. 여성들의 취업증가로 상품화, 사회화되었던 일들은 생계비압박과 함께 다시 여성들의 전담업무로 떨어지고 있다. 초국적 투자자들은 상업적으로 이용가능한 공공서비스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상당부분은 지속적으로 '민영화'되어 여성들의 이중고는 더욱 가중된다. 이미 영세사업장의 노동자, 가내노동자, 임시직, 파트타이머, 파견노동자 등 우리사회의 저임금 임시직은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1999년 10월 기준으로, 단 10%의 여성만이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었다. 고용불안속에서 여성들은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국제매매춘의 증가!

사회붕괴로 인한 성폭력범죄의 증가는 안전한 밤길걷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꿈을 앗아간다. 멕시코는 이미 해가 진 후 해변가나 시내는 안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낮에 전철에서도 버젓이 강도나 절도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인이나 중간계층을 노리는 유괴산업도 극성이라고 한다. 1999년부터 97년까지 단 5년사이에 2천명이나 유괴되었고, 검거율은 불과 2% 정도밖에 안된다. 한국에서도 IMF여파로, 미국 LA지역에서 한국여성들의 매매춘이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한국으로 건너와 매매춘을 강요당하고 있다.

여성고용의 확대와 여성노동권의 확보는 정부차원의 지원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공재정의 감축은 장기적으로 여성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노동시장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멕시코 마낄라도라 자유무역지대에서,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여성 고용시 임신테스트를 하여, 임신하지 않은 사람만을 고용하며 고용된 후라도 임신사실이 밝혀지면 아무 보상 없이 해고한다고 한다.

WTO의 계속되는 공격 - 아직 뽑아먹지 못한 '영역'이 있다!

WTO 체제는 지금 상태로도 전세계 민중들의 삶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1999년 시애틀에서 각국 민중들의 WTO 반대 투쟁은 초국적기업과 제국주의자들의 '뉴라운드 출범'을 잠시 유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뉴라운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초국적기업과 WTO는 아직도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영역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의 공격은 모든 영역에 걸쳐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음 타깃은 교육과 보건의료! - 서비스협정(GATS)

WTO는 교육, 보건의료, 상수도를 포함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서비스산업연맹은 해외시장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운운하며, 서비스(GATS) 협상에 보건의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에 미 행정부는 보건의료 역시 협상테이블에 올려질 것이라고 단언해왔다. 만약 이러한 내용들이 제정된다면, 각국의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 체제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공공교육에 개입하고 있는 거대기업들은 전세계 교육서비스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들도 교육 서비스가 GATS 협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시애틀에서 WTO의 다음 타겟은 보건의료와 교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생태주의자들은 기업들이 WTO를 이용하여 공공 상수도 체계를 민영화함으로써, 이윤착취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WTO 체제 아래서는 어떠한 물의 수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가할 수 없다. 서비스 협상에 시애틀 각료회의 결렬은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비스 협상은 기(旣)설정의제이며, 제네바에서 이미 협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 농업협정(AOA)
농업협상의 경우, 차기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든 현(現) WTO 농업협정 자체가 이미 농민과 식품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것들은 농업에 대한 거대독점기업의 지배를 더욱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고안되었다. 기업들이 농산물을 생산 가격 이하로 국제시장에 덤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중소규모 농업을 보호하고 기업적 생산을 규제하는 정부의 조치들을 금지한다. 또한 이러한 규칙들은 유기농 식품을 구별하는 것과 같은 표시제도를 위협한다. 따라서 1월부터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 농업 협상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그래서 국제농민단체들은 농업협정이 WTO 체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과학적 증거냐? 사전예방이냐? - 유전자변형식품(GMO)

미국은 시애틀에서 WTO 내 생명공학 '작업반'의 설치를 제안하고, 이 작업반에서 GMO 문제를 다루자고 주장했다. EU는 시애틀에 가기 전(前) 미국의 입장을 반대해왔으나, 시애틀 현지에서는 애초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작업반 설치에 잠깐동안이나마 동의했다. 그러나, EU내 환경부장관들의 반발에 직면하여, 결국 애초의 주장으로 돌아왔다. 미국은 WTO 회원국들이 "사전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의거한 GMO에 대한 규제 조치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미국은 유전자변형농산물 및 호르몬소고기 등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무역거래가 규제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애틀 각료회의 결렬에 따라, 당분간 생명공학 작업반은 WTO에 설치되지 않을 것이나, 앞으로 지속적으로 GMO에 대한 이슈는 활발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WTO, 날개를 달다!!

초국적자본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해외투자를 보호해줄 국제적인 투자규범을 요구해왔다. OECD내에서 논의되어 오던 다자간투자협정(MAI)이 98년 기층 민중운동 그룹들의 국제연대투쟁으로 협상이 중단된 이후, EU와 일본은 MAI의 핵심적인 조항들을 WTO로 이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MAI는 초국적기업들에게 환경, 노동권 보호, 국내 산업보호 정책, 역차별정책 등을 포함한 투자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제거하는 훌륭한 수단을 제공해준다. 한편 미국은 뉴라운드에서 투자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MAI의 실패 이후, 미국은 WTO내에서 국제투자규범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상당히 조심스럽고, 대신 한미투자협정을 포함하여 쌍무간투자협정의 체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시애틀 각료회의 결렬로 최소한 잠정적으로나마 WTO내에 MAI와 같은 투자조치를 포함시키려는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으나, 여타 국가들과 개별적인 투자협정을 맺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당사국 민중들에게 똑같이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구의 허파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 국제벌목협정

지구의 허파라는 열대우림들이 매년 엄청난 규모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단지 원주민들이 화전(火田) 경작을 위해 불태우고 있기 때문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근원에는 초국적기업들의 탐욕과 그것을 합법화시키려는 WTO와 같은 기구 때문이다. 초국적목재기업들은 그들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WT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클린턴이 시애틀 현지에서 "모든 무역에 있어서 환경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음에도, 미국 협상단은 "국제자유벌목협정"의 체결을 주장했다. 이 협정은 친환경적 표시 제도, 천연 목재 수출에 대한 금지 정책 등을 위협할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활동가들의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관세 자유화가 야기할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를 거부했다. 시애틀 각료회의 결렬로 현재 "국제자유벌목협정"은 유보된 상태이다. 그러나 뉴라운드의 재출범을 위한 협상에서 다시 한번 협상 의제로 대두될 게 틀림없다.

환자 '생명'보다는 초국적기업의 '특허권'이 우선!

미국 정부는 자국의 거대제약기업을 위하여, 각국이 AIDS 치료제를 포함하여 의약품을 대량생산하여, 싼 값에 공급하려는 정책들을 가로막는데 WTO를 이용해왔다. 심지어 그러한 계획들이 '지적재산권협정'(TRIPs) 아래에서도 허용되는데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태국 정부가 에이즈 치료제를 대량 생산하려 하자, '무역보복조치' 운운하며 정책의 철회를 강요했다.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특허권'은 미국 제약회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대량생산·공급'하면 WTO의 지적재산권협정(TRIPs)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AIDS 활동가와 여타 보건의료 운동가들로부터의 지속적인 압력에 직면한 미국 정부는, 시애틀에서 구명(求命)약품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무역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초국적기업의 '특허권'이 보장되는 한, 에이즈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이윤착취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의 자유화·개방화는 안된다! - WTO 체제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가 우선돼야...

자유무역체제, WTO 체제가 한국경제 및 사회, 그리고 전세계 민중들에게 과연 이익인가에 대해 아직 대중적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각국 시민·민중들은 자유무역 및 WTO 체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 이상의 자유화·개방화', '더이상의 WTO 권한 강화'에 대한 반대 의지를 대중적인 직접 행동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초국적기업 및 정부의 논리만을 시민·민중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WTO 역할 및 성적에 대한 대중적인 논쟁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이 요구는 시민·민중들의 최소한의 요구이다. WTO는 그 오만한 야심을 이제 버리고, 각국 정부 또한 스스로의 주권을 갉아먹는 행위를 중단하고, 전면적인 방향 전환을 위한 반성과 평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IMF를 다시 불러온다! - 한미·한일 투자협정!!

97년 말 외환·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한국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감시해 왔던 IMF·정부간 정책협의회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다. 정리해고법안의 통과, 국공유기업의 민영화, 비정규직의 엄청난 확산, 초국적기업의 국내경제 지배력 확대, 주식시장의 완전한 '투기화' 등의 결과를 낳았던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 IMF가 이땅을 떠나면 이제 더 이상의 구조조정을 없을까?

"우리의 경제회복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의 투자시장 자유화 의지가 후퇴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바,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외국인 투자가의 한국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이러한 우려 불식 가능"하다.

정부는 지속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추진을 위한 또 다른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투자협정'은 IMF를 대신해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한국 사회 모든 영역에 신자유주의적 조치들을 자발적으로 취함과 동시에, 그러한 조치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 세력들의 저항에 부딪혔을 때, '국제적인 약속의 이행'이란 훌륭한 변명거리로 투자협정을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협정'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투자협정'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보호하며, 이는 한 국가가 영토내에서 투자자들에게 가할 수 있는 규제-이를테면 환경 및 노동관련 규제-를 대폭 축소시킬 것이다. 만약 투자자들의 투자행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행해질 경우, 투자자들은 정부를 제소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투자협정'은 초국적기업을 국가와 같은 위상과 권력을 보장해주는 제도라 말할 수 있다.

정부의 자료를 직접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투자가 성립되기 전 단계(설립전 단계)'부터 내국민대우 부여?

이건 무슨 뜻일까? 내국민대우란 국내외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해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투자성립 전(前)단계'부터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전통적으로 '투자보장협정'은 외국인투자자를 '투자성립 이후' 단계부터 보호한다. 즉 정부가 특정 외국인투자자의 국내진입 여부 및 허용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었지만, 한미·한일투자협정 체제하에서는 원천적으로 외국인투자자를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라는 기준하에 주체적·선별적으로 유치할 수 없게 된다. 남미와 동남아시아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던 투기자본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지고, 이미 과잉생산되고 있는 부문에 투자하려는 외국인투자자에 대해서도 어떠한 규제책을 펼 수가 없다.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력도 상실케됨을 의미한다.
'투기'조차도 보호받아(!) 마땅한 '정당한 투자'이며, 더구나 정부는 국민경제적·사회적 필요라는 기준을 갖고 해외투자자의 진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따라서 투자협정체제하에서는 해외투자자들이 더욱 쉬운 방법으로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투기'활동에 집중하더라도, 그들이 야반도주하더라도, 정부는 그들을 통제하고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어떠한 통제수단도 가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극히 정당한 미국의 스크린쿼터제 철폐 요구!!

98년 한미투자협정의 협상개시 이후 스크린쿼터제는 협상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시되어 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스크린쿼터제가 왜 문제시되어 왔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미국측의 단순한 '압력' 혹은 '억지부리기'가 아니며, 어쩌면 미국측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혹은 축소 주장은 한미투자협정 규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요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위의 정부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미투자협정은 어떠한 경우라도 해외투자자의 기업활동에 '조건'을 덧붙이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시민·민중들이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국내에서 고용되어야 하는 종업원의 최소기준을 정한다'든가, '국내 부품업체와 협력하고, 일정한 기준 이상 국내 생산품을 사용토록 한다'든가, 혹은 '국내에서 획득한 이윤중의 일정비율 이상은 반드시 그 국경 내에서 재(再)투자되도록 한다'는 등의 요구조건을 부과할 수 없다. 스크린쿼터제는 바로 위 조항에 위배되었기 때문에, 미국 측이 끈질기게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산영화를 의무적으로 1년에 146일 이상 상영하도록 하는 스크린쿼터제는 일종의 '이행의무'이므로, "해외투자자에 대해 어떠한 조건도 부과할 수 없다"는 한미투자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투자협정은 해외부품조달까지 합법화시킨다! - 한국 게이츠 사례와 투자협정

투자협정은 "외국인투자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국산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토록 강제"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시킨다. 이 협정은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이 국민경제적 필요에 의한 자율적인 정책구사를 사실상 할 수 없게 하며, 대신 이 협정은 초국적기업들이 세계 전역에 흩어져있는 자(子)회사들 사이에 자유로운 내부거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2000년 4월 13일 저녁에 밝혀진 회사의 술수는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현재 전세계 17개국에 있는 게이츠 해외 생산기지를 이용하여 한국 게이츠에서 생산하고 있는 50여개의 품목을 해외공장에서 완성, 자동차사로 직접 납품하기 위해 공수한다는 것이다."('초국적자본의 해외부품공수에 맞선 한국게이츠 노동조합의 투쟁', 권구록 한국게이츠 노동조합 위원장, 노동전선, 2000.7월호)

대구시 달성공단에 위치한 한국게이츠는 초국적기업이 투자협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게이츠는 1989년에 미국과 일본, 한국이 5대2대3의 비율로 합작하여 설립한 회사이며, 그후 10년동안 한국의 주주(현 평화산업)가 경영권을 맡아 왔는데, IMF 위기 이후 게이츠 본사에서 재정이사가 파견되고 급기야 작년 5월 초국적자본(게이츠 본사, 현재 자본은 영국 톰킨스사)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그런데 한국게이츠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고 있을 때, 치밀하게 해외부품조달을 진행했다. 이는 명백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2항, 즉 '쟁의행위기간중 하도급 금지'라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만약 (한미·한일)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먼저, 외자기업에 대해 국내부품조달을 강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게이츠는 모든 부품을 해외 자(子) 회사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중소규모의 부품업체들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 '쟁의행위기간중 하도급 금지'라는 노동쟁의권 및 행동권을 최소한 보호하기 위한 조항은 '개정'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투자협정과 갈등을 빚는 국내법은 바뀌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한일투자협정은 전통적인 투자보호 뿐만 아니라 투자자유화도 다루고 있어, 추가적인 투자자유화 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관련 조치의 후퇴를 방지"하고 있어서, 초국적기업의 횡포를 그나마 방지하도록 설계된 다양한 노동권보호 조항들이 줄줄이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진지(眞摯)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항?

일본경제신문 1999년 4월 4일자에 의하면, 한일투자협정에는 노동문제 중재기관의 공정한 노사분쟁 처리를 요구하는 '진지(眞摯)규정'이 포함될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에 한국정부는 노사문제 전담 공무원을 일본자본의 국내투자기업에 배치하겠다고 화답하였다. 일본 정부는 이 조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8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발생했던 '수미다 전기'를 사례로 든다. 당시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해주지 않아서, 수미다 전기 노동자들이 일본에 와서 말썽(?)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팩스 한 장으로 직장을 폐쇄한 일본 자본가에 맞서 원정투쟁을 벌였던 수미다 노동자를 예로 들면서, '진지조항'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협정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두는 경우는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다. 결국 한일투자협정 체제하에서는 설사 고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은 노조결성, 단체협상 및 행동권 등 다양한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당하게 되어, 저임금노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겠다.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만이 살길?

그렇다면 정부는 왜 스스로의 권리와 권한을 침해할 것이 분명한데도, 투자협정을 체결하려고 하는가?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을 요약하면, "상대국 투자자에게 예측가능한 투자환경에 대한 신뢰도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주로 선전하고 있는 부분은 "고용창출효과, 기술이전효과, 세수증대효과" 등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는 정부의 바램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고용창출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정부는 "신규·증액투자의 경우 직접적인 고용창출효과를 유발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M&A형태의 투자는 고용유지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투자가 대부분 생산적인 부문에의 직접투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999년 '장기적인 경영이익을 목적으로 투자된 자금'이며, '총지분의 10%이상을 보유해 그 기업과 계속적인 경제관계가 유지되는 경우'인 직접투자의 실적은 155억달러인 반면, '매매차익·환차익을 목적으로 증권·채권·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단기자금'인 포트폴리오투자는 415억달러(유입기준)에 이른다. 또한 장기적인 직접투자의 경우도 국내에 공장을 새로 설립하기보다는 기존 국내기업의 인수를 통하여 진출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예를 들어, 1998년의 경우 1천만 달러 이상의 외국인 직접투자중 자산인수방식(P&A) 과 M&A 방식을 합하면, 전체의 47.8%나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의 대부분은 '고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증권투기'이며, 그나마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반(半)정도는 국내기업의 인수를 통해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고작해야 '고용승계'의 효과만이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국투자자가 국내기업을 인수할 경우 '고용승계/유지'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초국적기업들은 국내기업을 인수한 후, 보다 높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자르기'에 열중할 뿐 최소한의 고용승계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첨단기술이전효과 및 세수증대효과는 어떠한가?

그렇다면 첨단기술이전효과는 어떤가? 외국인투자자들이 순수히 첨단기술을 이전해줄 리 만무하다. 전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협정(TRIPs) 등을 통해 특허권 및 저작권이 배타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첨단기술의 이전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인수기업을 '하위파트너화'를 시킬 뿐이다. 더욱이 '투자협정'체제 하에서는 '기술이전'을 이행의무부과 조항에 명시함으로써,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것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세수증대효과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는 "고도의 기술을 수반하는 사업 등을 영위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하여는 법인세 및 소득세를 10년동안 감면하고, 취득세·등록세·재산세 및 종합토지세는 5년동안 전액을, 그 다음 3년동안은 100분의 50을 감면하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전체 감면기간을 15년의 범위내에서 연장하고 그 연장한 기간내에서 감면비율을 100분의 50이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각종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조세감면 고도기술 사업을 종전 7개 분야 2백65개에서 8개 분야4백46개로 대폭 늘려 초국적기업에 대한 혜택 범위를 더욱 넓혀 놓았다.



세계화의 엔진을 멈춰라! - 세계화에 도전하는 민중들의 국제연대투쟁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며, 극단적으로 추진된 세계화 프로젝트는 초국적기업의 이해만을 '배타적'으로 대변한만큼, 세계 도처에 자신에 대한 저항세력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각국 민중들은 한 국가내에서의 투쟁을 넘어 점점 세계화반대라는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연대투쟁을 활발하게 전개시켰다. 가장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1999년 11월의 '시애틀 전투' 뿐만 아니라, 다자간투자협정(MAI) 및 IMF/세계은행 반대 행동 등 다양한 국제연대행동이 전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각국 민중들이 더 이상 세계화를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열망을 반영한다.

1. '초국적기업의 권리헌장'-다자간투자협정(MAI)

국제적으로 조정된 연대행동이 국제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계기는, 지난 97년∼98년 활발하게 진행된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투쟁이었다. 다자간투자협정(MAI)은 지난 95년부터 OECD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국제투자규범인데, 현재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한미투자협정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각국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은 MAI가 1) 투자자의 권리를 정부·지역사회·시민·노동자 그리고 환경의 권리보다 훨씬 우위에 놓고 있으며, 2) 해외투자자에 대한 민중들의 민주적 통제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3) 해외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국가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강력히 저항하였다. "MAI에 대한 NGO 공동 성명서"가 1998년 2월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고, 여기에 약 68개국 565개 단체들이 서명했을 정도로, 그 저항은 광범위하고 강력했다. 결국 초국적자본과 제국주의 국가들은 98년 10월 공식적으로 '협상의 중단'을 선언해야만 했다.

2.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

제3세계 외채탕감운동은 영국에 기반을 둔 '쥬빌리(Jubilee) 2000'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외채탕감운동은 "희년(Jubilee)에는 너희들 가운데 가난한 자는 없을 지어다"라는 성경 구절로부터 최초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그 근저에는 제3세계 '발전'과 '빈곤' 문제는 '외채' 문제의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출발했다. 외채탕감운동은 "1998년 11월 17일 로마에서, 38개국 쥬빌리 2000 단체들과 12개 국제조직이 모여, 상환불가능한 외채, 실질적으로 이미 상환한 외채, 부적절하게 기획된 정책과 프로젝트로 인한 외채, 부정한 외채와 독재정권에 의해 발생한 외채를 2000년까지 탕감할 것을 요구"하는 '쥬빌리 2000 캠페인'을 발족시키면서 본격화된다. '쥬빌리 2000'은 1998년 영국과 1999년 독일에서 열린 G7+1 정상회담 때 수만의 시위대를 동원하여 제3세계 외채탕감에 대한 부유한 국가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러한 시위는 1999년 G7+1 정상회담에서 '중채무빈국(HIPC) 외채탕감 계획'이 채택되는데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다.


위의 두가지 투쟁 사례는 '반(反)세계화 투쟁'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즉, '반세계화 국제연대 투쟁'을 '추상의 영역'에서 '현실 투쟁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계기였으며, 가시적인 투쟁 성과물을 쟁취함으로써, 각국 민중들에게 금융세계화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세계화는 필연적이며 불가피하다'는 이데올로기적 강요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주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연대행동이 시애틀과 워싱턴으로, WTO와 IMF/세계은행 반대투쟁으로 계승된다.

3. 1999년 시애틀 전투

1999년 11월 31일 시애틀에서의 WTO 반대행동은, 이미 뉴라운드 출범이 예상되던 1999년 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되었다.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 투쟁 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는 '모라토리엄(Moratorium) 선언문'이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었다. 이 선언문은 "자유무역체제가 민주주의·인권·노동권·환경·문화 등 인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포괄적이고 충분한 조사·평가가 선행되기 전까지는 뉴라운드 출범이 유보(Moratorium)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었다. 즉, '더 많은 자유화·개방화'를 위한 어떠한 추가적인 자유무역 및 투자협상도 거부하며, 이것의 연장선에서 "어떤 새로운 이슈가 WTO에 편입됨으로써, 그것의 영향력 과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호소문에 전세계 80개국, 1300여개 이상의 사회운동단체들이 동참했다. 하지만 시애틀 현지 행동은 현상적으로 'WTO 반대, 뉴라운드 출범 반대'라는 포괄적인 슬로건으로 통일되어 있는 듯 했지만,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의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 주장을 둘러싸고 '반세계화 연합' 내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 AFL-CIO의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 주장은 '모라토리엄 선언문'에서 밝힌 '새로운 이슈 및 영역의 WTO 편입 반대, WTO 권한 확대 반대'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1999년을 장식한 시애틀 투쟁은 WTO 개혁론자와 해체론자들간의 공동 행동 속에서, 국제연대 투쟁의 연속성과 잠재력을 마음껏 보여준 반면, '반(反)세계화 연합' 내의 뿌리깊은 노선 갈등의 극복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또한 확인시켜주었다.

4. 이번에는 IMF다! - 2000년 4월, 워싱턴 행동

2000년 4월 16일 워싱턴 시위는 IMF/세계은행 춘계회의를 계기로 벌어졌다. 주요한 슬로건은 'IMF/세계은행 폐쇄, 구조조정 강요 반대'였는데, 이는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 민중들보다는 제3세계 민중들에게 보다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이슈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워싱턴 시위는 미국 시민들이 최초로 IMF/세계은행의 만행을 고발하는 장이었으며, IMF/세계은행의 구조조정에 반대하여 격렬히 투쟁해온 제3세계 민중들과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크나큰 의의를 지닌다. 또한 AFL-CIO가 이번 워싱턴의 'IMF 해체/구조조정 반대 투쟁'에 참여한 것도, 그들의 과거 모습과 비교해볼 때 상당한 진전이다. AFL-CIO는 2년 전(前)만 하더라도 클린턴 행정부의 IMF에 대한 180억불 지원 정책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AFL-CIO가 워싱턴 행동에 전면적으로 결합한 것은 아니었다. 시애틀에서와는 다르게 조합원 동원에 소극적이었고, 단지 집회에 대표자를 파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그들은 핵심적으로 클린턴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교역관계(PNTR) 지위 부여 반대 / 중국의 WTO 가입 반대'를 외쳤는데, 이는 'IMF/세계은행 폐쇄, 구조조정 중단'이라는 워싱턴 행동 조직위원회의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이는 단순히 투쟁의 초점을 WTO에 맞추는가 IMF/세계은행에 맞추는가의 단순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FL-CIO의 주장의 심각한 문제점은, '시애틀 투쟁'을 통해 본격화된 자유무역 및 투자협정의 본질적 문제점들에 대한 대중적 공분을 '중국의 WTO 가입 반대'라는 협소한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4·16 워싱턴 행동은 MAI와 시애틀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연대 행동이 결코 해프닝이 아니었다는 메시지를 초국적자본과 제국주의 국가들에 분명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IMF/세계은행 구조조정 반대를 매개로 한 제1세계와 제3세계 민중들간의 연대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성과이다. 그러나 이번 워싱턴 시위는 IMF/세계은행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실질적으로 전개해왔으며, 앞으로도 주도해나갈 세력일 수밖에 없는 제3세계 민중들과의 연대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큰 한계로 다가왔다.

자유무역협정(FTA)

▶세계 경제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음모의 확산
지난 해 시애틀에서의 WTO 각료회담에서 전세계 민중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그리고 중심부 국가와 제3세계 국가의 의견조율의 실패로 뉴라운드 출범이 결렬되자, 초국적 자본과 그를 지지하는 중심부 국가들은 다자 체제에서 투자-무역 자유화에 대하여 신속하게 합의하는 것이 난망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자 비교적 압축적으로 합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 지역간 협정을 선호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더 많은 자유화·개방화를 위하여 WTO의 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이 담고 있지 못한 내용들을 다루어야 하는 필요 역시 초국적 자본에게 제기된다. 이것이 현재 자유무역협정-자유무역지대 창설의 흐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은 미국·캐나다·멕시코의 3국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시작하여, 현재 NAFTA의 남미로의 확대(FTAA)와, EU와 북미지역의 연계(TAFTA), EU와 남미지역경제협력체(MERCOSUR)간 연계,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SEAN-FTA)로 까지 번지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를 엔화를 국제화폐로 이용하는 자유무역지대로 묶어 NAFTA, EU와 맞먹는 경제통합을 이룩하려는 야심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김대중 정부는, '중남미·아프리카·중동구 등의 주요 거점지역과 자유무역협정을 우선 체결하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산업 구조상 상호보완성이 높은 칠레와의 협정 체결을 그 시험무대로 삼아 작년 12월 시작하여 4차까지의 협상을 마무리, 올 연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북한을 포함한 한·중·일 동북아권의 강력한 경제협력을 내다보며 한일 투자협정을 연내에 체결함과 동시에, 올 9월 안에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정부안을 마련하여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9월 5일에 있을 한·중·일 3국 경제협력을 위한 첫 회의를 시발로 2003년까지는 관련한 공동연구를 착수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 초국적 자본은 공정한 무역을 할 의사가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투자한 자본에 대한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투자자유화 협정'을 포함하여, 자유로운 무역을 저해하는 요소를 철폐하고 공산품의 규격 표준화, 각종 기준에 대한 상호 인증제를 두는 등 광범위한 지역을 마치 하나의 경제권처럼 기능토록 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은 '공정 경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중의 삶에 대한 권리는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있다. 사실, 초국적 자본에 의해서 무역 장벽이라 칭해지는 관세는 중심부와 무역의 규모면에서 상대할 수 없는 조건에 놓인 국가들이 국민경제의 필요에 입각하여 수입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이를 철폐하라는 것은 이길수 없는 싸움에서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것이 공정한 게임이라고 우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에 유해한 상품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는 기준은 '비관세 장벽'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철폐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의 특정한 조치가 자유로운 무역을 가로막아 기업의 이윤창출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국가를 제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즉 협정 체결 지역 내에서의 기업의 모든 활동에 대한 특권을 부여하고, 이를 규제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됐든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요컨데, 자유무역 협정은 생산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원하는 초국적 자본과 그를 지원하는 중심부 국가들이 주변의 국가로 하여금 세금이 싸고, 환경보호관련법이 느슨하고, 값싼 숙련 노동력이 대량으로 있고, 노동자들의 힘이 약하고, 고속도로·철도·통신등의 산업기반 시설이 잘 갖추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제공하도록 강요하여, 자신의 세력을 배타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고 그 휘하에 편입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 그래도, 경제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무역에 있어서의 상호보완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추진력을 강화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초국적 자본에게 특혜를 부여하기 위해 체결되는 '자유무역협정'이 노동자-민중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분석에서도 우리는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 역외국에 부과하는 고관세는 역외국 비교우위상품의 역내 수입을 막아 역내국 주민의 후생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함으로써 무역자유화의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내의 생산요소들의 산업간 이동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경제내에 대량실업을 발생시키고, 경제구조의 조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지역무역협정의 체결로 경제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보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손실을 입는 계층이 있을수 있다. 예를 들면 역내국이 무역을 창출하기 때문에 기존의 국내 생산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지역무역협정의 확산과 우리의 대응방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1998.12)
그러나, '경제 전체적으로 이익을 본다'는 예측 역시 별반 근거가 없음은 여러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가 훨씬 넘는데 비해 일본의 대일 직접투자가 3억 3천 5백달러인 상황에서 한일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무역수지 적자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 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부품업'을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것은, 여타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실업 상태로 내몰게 될 것이고, 일본 자본의 하청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으로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일본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역시, '상호보완성'의 논리하에서 공산품 수출을 늘리는 것은, 세계적인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칠레의 값싼 농산물이 아무런 장벽 없이 국내 농산물과 동일한 자격으로 유통되어 결국 우리나라의 농축산업 전반이 붕괴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자유무역협정의 또다른 긍정적인 효과로 정부에 의해 선전되는 '기술이전', '고용창출'등은 '이행의무 부과금지'라는 내용을 흡수하는 자유무역협정 하에서는 애초에 불가능 한 것이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으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쓸고간 자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그 이후, 멕시코에서는 제너럴 모터즈, 스태판 케미컬, AT&T 같은 기업들이 쏟아내는 색색의 유독물질이 식수원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으며 철새들이 들러던 강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를 금지하는 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직 입주 기업에게만 온갖 특혜를 부여하는 자유무역지대인 마낄라도라에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평균 하루 1달러도 안되는 임금과 극도로 열악한 노동 조건에 시달려야 하며, 이에 대한 저항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간주된다. 캐나다 역시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모두 철폐되어 대부분의 회사들이 분할 매각됨으로 인하여, 수천의 노동자들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으며 또다른 착취영역을 개척하는 초국적자본에 의해 삼림은 파괴되고 문화적 전통도 변질되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규제가 철폐된 멕시코 접경지대로 이동하여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멕시코로 이전하겠다'는 협박은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하락, 삶의 질 저하를 수용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미국'이 꿀꺽? 어림없지... 우리에겐 ASEM이 있다!
- 유럽연합(EU)의 고백

아셈은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는 정부대로, 노동·사회단체는 노동·사회단체대로 2000년 10월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다. 정부는 이 참에 한국이 경제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것을 아시아 유럽 정상들에게 확실하게 확인시켜줄 참이다. 또한 한국 거리의 '깨끗한 인상'을 위해, 강남일대 노점상들을 싹쓸이하며, 25개국 정상들을 맞이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단체들도 '대항회의'와 '민중행동' 등을 조직하면서, 조직적인 대응에 열올리고 있다. 자, 그럼 원래의 질문으로 되돌아오자. 아셈은 무엇인가?

아셈은 한마디로 넓디 넓은 아시아 '시장'을 미국과 일본에 호락호락 넘겨줄 수 없다는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라고 이해하면 그만이다. 미국에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이 있다면, 유럽에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있다는 말이다. ASEM은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시아와 유럽 양 지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지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1996년 3월 출범한 지역협력체이다. 여기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0개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ASEM은 APEC, NAFTA, EU 등의 지역경제협력체와 비교해 볼 때, '구속력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기구'는 아니며, 약간의 '탄력성과 역동성을 가지고 포괄적인 관심사를 논의하는 열린기구'임은 일정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ASEM이 투자-무역의 자유화를 추구하는 여타의 경제협력체와 전혀 다른 성격의 기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또한 아셈의 유연함을 활용하여 WTO를 중심으로 한 세계화 프로젝트를 제어할 수 있는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다.

왜냐하면 아셈도 점점 아펙과 나프타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셈은 2000년 10월 서울에서 진행될 3차 정상회의까지 오는 과정에서, '무역 원활화 행동계획', '투자 촉진 행동계획' 등을 발표했으며,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시스템까지 갖추면서 보다 강력한 경제협력체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발의하여 지난 2차 정상회의때 설치된 특별대책반인 [ASEM Vision Group]의 보고서는 아셈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뚜렷이 보여준다. 보고서에는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강화하고, 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셈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1)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무역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이루도록 하는 전략적인 틀을 아셈 회원국들이 받아들여 2025년에는 상품 및 서비스 거래에 관한 자유화를 달성할 것 2) 지구화 시대에 맞는 국제적인 금융구조에 조응하기 위한, 거시경제 정책에서의 협력과 금융 시스템에서의 개혁에 접근할 것 3)아시아 유럽 기업 자문 회의를 둘 것을 주요한 권고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브레튼우즈 체제의 주요 기능과 국제 결제은행이 강화 정비되어야 한다'는 주장 아래, 아셈 회원 국은 금융정보의 투명성 제고,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회계절차와 금융서비스 지배구조로의 개편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이미 IMF로부터 배웠다. 그것은 초국적 자본이 국내 우량기업을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하기 위한 사전적 절차에 불과하다.

또한, 아셈은 초국적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환경의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투명한 조세제도,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해외 직접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탈규제화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비즈니스 포럼, 중소기업인 회의, 고위기업인 투자촉진단 등의 구성을 권고하면서, 아셈이 기업가의 이해를 대변할 것이라는 자신의 본질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결국 아셈의 비젼이라는 것은 IMF가 강요한 구조조정 프로그램, WTO가 이끌고 있는 자유화·개방화 프로젝트를 보다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에 불과하다. ASEM을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협조관계'는 바로 WTO 등 자본의 세계화를 이끌어가는 국제기구에서의 협상과정을 원활하게 하고, 아시아 - 유럽 간의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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