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병원비 없어 발길 돌리는 사람들 (시민의 신문, 6/12)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28 23:42
조회
646
병원비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번지가 없는’ 포이동266번지 주민들이다.

1988년부터 약 20년을 포이동266번지에서 산 이아무개 씨는 2000년 초 오른쪽 신장을 절제했다. 신세포암이었다. 이 씨는 병원비를 내야했다. 하지만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던 이 씨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사람연대 등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에서 \'포이동266번지 중심으로 본 서울의 양극화\'를 주제로 한 사업보고에서 의료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병원비는 딸이 냈다. 입원비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도 카드 빚을 내 입원비를 냈다. 이후에는 일명 ‘돌려 막기’로 병원비를 갚았다. 하지만 얼마못가 딸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현재는 지방 중소도시 판자촌에 숨어 사는 형편이다. 이 씨는 여전히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등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진료는 생각하기 힘들다.

지난 2004년 이 씨의 아들도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 씨는 아들 병원치료도 한번 제대로 못 해줬다. 역시 치료비가 없었다. 아들은 폐결핵으로 26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아들은 눈을 감으면서 아버지의 치료를 빌었다. 이후 주민들이 도와 이 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됐다. 병원 도움을 받아 폐암에 걸린 한쪽 폐를 절단하고 치료를 받았다. 이 씨의 사위는 고혈압이 심하다.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많아 졌다.

최근에는 고3인 이 씨 아들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하지만 언제쯤 마음 편히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이동266번지 주민들의 빈곤이 의료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에서 ‘포이동266번지를 중심으로 본 서울의 양극화’를 주제로 현재까지의 인연맺기 사업보고를 했다.

보고 발표회에서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행동하는의사회 등은 의료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 전체 52명 중 절반에 가까운 주민(44%)이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서울시(16.4%)와 강남구(11.5%)의 동일한 조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건강검진 등의 예방서비스 이용이 낮았다. 지난 2년간 포이동 주민은 남성이 31.6%, 여성은 30.4%만이 신체검사 또는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포이동이 속한 강남구 평균(남 63.2%, 여 53.1%)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료이용 목적이 예방보다 질병치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여러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들은 “의료비는 의료이용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며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확대 △의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행동하는의사회 등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포이동266번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실태를 조사했다. 설문조사지는 2001년 서울시민 보건지표조사에서 개발했던 설문지에서 문항을 간추려 활용했다. 서울과 강남구 평균은 2001년 조사 자료다.

한편, 포이동266번지 사수대책위원회 등은 16일 웰컴투포이동이란 이름으로 연대의 밤을 연다. 여기서 모인 기금은 현재 심장판막증과 간 문정맥 혈관기형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4살 형준이의 치료비로와 투쟁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