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중국동포 조아무개(25·여)씨는 한국인 이아무개(36)씨와 결혼해 지난해 8월 한국에 왔다. 그러나 함께 산 지 사흘만에 남편의 폭행이 시작됐다. 열흘 뒤엔 술에 취해 칼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집을 나온 조씨는 한국에 사는 이모·친구 집을 전전하며 공장을 다니던 중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외국인보호소에 보름동안 갇혔다. “비자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데 왜 보호소에 가두냐”고 따지자 보호소 직원은 “남편이 가출신고를 하고 신원보증을 철회해 불법체류자가 됐다”고 말했다.
사례2=강아무개(26·여)씨는 지난해 6월 불법체류자였던 파키스탄 남성 와힘(39·가명)과 결혼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의 체류비자를 신청했지만 넉달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불법체류 신분인 남편 대신 어렵게 생계를 꾸리던 강씨는 임신으로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부부싸움을 벌이다 홧김에 남편에 대한 신원보증을 철회했다. 넉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던 비자의 처리 속도와 달리, 와힘에 대한 출국명령서는 일주일만에 날아왔다. 경솔한 행동을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월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지만, 지난 2일에야 겨우 진정인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강씨는 스트레스와 막막함을 못이겨 낙태하고 말았다.
결혼한 외국인의 체류비자 발급·연장은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가능하다. 불법체류를 위한 위장결혼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주여성 지원 단체들은 조씨 사례처럼 한국인 남편이 이 제도를 악용해 외국인 아내를 괴롭히고 협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근거를 둔 신원보증제도는 국적법과도 충돌한다. 국적법은 국제결혼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이혼 소송을 통해 책임을 가리고 이혼 뒤 국적을 얻을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무색하게, 신원보증철회서 한 장만으로 외국인 배우자는 불법체류자의 족쇄를 차고 출국명령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배우자의 일방적인 신원보증 철회만으로 당사자 조사도 한번 없이 출국명령을 내린 것은 인권침해이자 외국인 차별”이라며 국제결혼 비율이 13%를 넘는 현실에 뒤떨어지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3자도 신원보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기는 했지만, 가정폭력 등의 사유를 미리 외국인 배우자가 소명해야만 한다”며 “비자발급·체류연장·국적신청 심사를 엄격히 하면 굳이 신원보증제도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