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의사선생님들이 중증장애인 쉼터 만든다 (한겨레, 6/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28 23:42
조회
567
의사회 회원이 장애인 참가자의 치과진료를 해주고 있다. ‘행동하는 의사회’ 제공

[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집중치료 단계를 마친 중증장애인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채 요양원과 집에 방치되거나 병원에서 평생을 보내기 일쑤다. 그들의 삶이 좀더 안락하고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행동하는 의사회가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나눔과 열림 중증장애인 케어홈’에 담았다. 올해 9월께 착공을 앞둔 케어홈은 10여명의 중증장애인이 무료로 내집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또 근처에서 의사회 회원이 운영할 ‘나눔과 열림 의원’과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된다.

“케어홈 모델의 핵심은 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의 만남입니다.”
정상훈(35) 행동하는 의사회 대표는 케어홈 모델이 회원들의 봉사활동 경험에서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2001년 단체가 설립된 뒤 장애인 무료진료 활동 등의 봉사활동을 해오며 정씨와 회원들은 “의사가 모이면 지역사회의 자원을 모으기 쉽다”는 걸 깨달았다. 무료진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보조인센터 등 지역 봉사활동 단체와 장애인들을 연결해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깨달음과 함께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서비스와 장애인시설이 분리돼 있다 보니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오히려 위험 부담이 큰 중증장애인 입소를 꺼렸다.

“단발적인 봉사활동에서 한걸음 나아가 경험을 녹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이들은 설립을 위해 단체의 원칙인 ‘소득의 10% 회비, 회비의 50% 기부’로 모은 돈의 대부분을 설립 기금에 쏟았다. 2003년 겨울 케어홈 설립추진위원회도 발족시켰다. 자선음악회와 콘서트 등을 열어 2년 반 남짓한 기간 보탠 돈으로 지난 4월 경기도 여주군에 700여평의 요양원 터를 사들였다.

장애인복지시설 건축 전문가로 꼽히는 강병근 건국대 교수(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만들기 연구소장)가 건물 설계를 맡았다. 강 교수는 “개인공간과 공동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외롭지 않고 친숙한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올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가정의학 전문의가 된 이은범(33) 회원은 8월 케어홈 터 근처에 ‘나눔과 열림 의원’을 연다. 케어홈 모델에 동참하고자 연고지가 아닌 경기도 여주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이씨는 케어홈 원장을 함께 맡으며 케어홈 장애인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2·3차 의료기관에 환자를 소개하는 구실을 맡는다.

이씨는 “이런 모델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지역사회 봉사단체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며 “이 모델이 성공해 전국으로 퍼져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