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사설] 이라크 전쟁과 부시의 종교적 ‘소명의식’ (경향, 6/2)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4 23:41
조회
535
(사설] 이라크 전쟁과 부시의 종교적 ‘소명의식’ (경향, 6/2)

이라크전에 투입된 미군의 민간인 학살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해병대가 지난해 11월 하디타 마을의 비무장 민간인 24명을 학살한 사건이 최근 드러났다. 한 임신부는 아기를 낳기 위해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미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또 어린이 5명을 포함한 민간인 11명이 학살됐음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공개됐다.

이런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미군은 2004년 4월 이후 저항세력을 소탕한다며 팔루자, 탈 아파르, 나자프 등지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민간인 학살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애당초 명분이 없는 전쟁이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수 없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참에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누적된 양민학살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군의 이런 범죄행위는 예견된 것이었다. 이라크 전쟁 자체가 국제법에 어긋난, 부도덕한 전쟁이다. 그런 분위기가 은연중에 병사들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일부 아랍 언론은 ‘전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군이 이라크인들에게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보이며 죄의식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전쟁 중 상대측 여성과 어린이의 희생을 ‘부수적 피해’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전통이 있다.

이 전쟁에서 새삼 확인된 것은 ‘종교적 소명의식’의 무서움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3년 전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신의 계시를 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이라크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신념은 종교적 소명의식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종교적 절대주의’라고 비판한 그의 신앙은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