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이웃장터'에서 '보석' 찾아가세요 (뉴스앤조이,5/3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4 23:39
조회
587
**\'이웃장터\'에서 \'보석\' 찾아가세요  (뉴스앤조이,5/31)
디딤돌교회, 삼전동에 장애인 돕는 가게 위탁 운영…마을 쉼터로 키울 계획

교회 건물을 갖지 않는 대신 그만큼의 교회 재정을 지역 사회와 교회개혁 단체에 환원하는 등 개혁적인 교회 모델을 만들고 있는 디딤돌교회(목사 윤선주)가 올해 5월부터 서울 삼전동에서 \'이웃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웃장터는 기부 받은 물건을 팔아 장애인을 돕는 가게로, 그동안 이 가게를 관리하던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가 올해 3월 디딤돌교회에 운영을 의뢰했다.

디딤돌교회가 이웃장터를 인계받았을 때 가게 내부는 창고의 수준에 가까웠다. 사계절 옷이 한 데 섞여있고 팔릴 것 같지 않은 물건들까지 끼어있어 정리가 필요했다. 가게에서 가장 많은 제품인 옷을 계절별로 구별하고, 지금 입을 수 있는 옷부터 눈에 띄는 곳에 진열했다. 신발과 모자, 각종 장신구도 성별과 크기별로 구분해 놓았다.

보기엔 허름해도 보석들이 가득

디딤돌교회 사회복지위원장 홍준식 집사는 \"여러 물건이 잔뜩 쌓인 창고를 장터 느낌이 나게 꾸미는 것이 첫째 목표였다\"며 \"그래도 이제는 제법 가게 티가 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웃장터의 현재 모습이 일반 옷가게 정도는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조금은 곤란하다. 물건은 가지런하게 놓였지만, 진열대는 철에 회색 페인트를 바른 70~80년대식 제품이다. 한쪽에는 비스킷 등 몇 가지 과자와 세제, 쌀, 까나리액젓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40평 남짓한 공간에 별개 다 있다는 말에 윤선주 목사가 \"우리 가게는 뭐든 기부 받고, 무엇이든 판다\"고 받았다. 동네주민들이 가는 길에 편하게 들러서 부담 없이 물건을 사고, 자기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기부도 하는 쉼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한쪽에 300여 권의 책도 갖다놓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편하게 와서 책을 읽고,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도 나누라는 것이다.

뜻은 컸지만 가게 내부가 왠지 어색해 보였다. 기부한 물건을 파는 가게라지만 허름해 보이는 구석이 이곳저곳에 많았다. 아무리 미니 도서관이라고 해도 책이 너무 적었다. 이런 눈치를 챘는지 기자를 안내하던 홍 집사가 말했다. 이정도만 해도 정리가 잘 된 것이라고. 아직 이렇게 보여도 \'아름다운가게\'에 버금가는 장터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곁들였다.

싼 값으로 승부한다. 정장 상의가 5000원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데도 교인들의 적지 않은 수고와 돈이 들어갔다. 디딤돌교회 식구들도 그럴듯하게 꾸며야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부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대신 열심히 발로 뛰어서 좋은 물건을 기증받고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채우려 한다. 윤 목사는 \"우리 가게가 보기에는 이래도 잘 찾아보면 보석이 곳곳에 있다. 동네 주민들이 뜻밖의 보물을 찾아가는 재미를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석은 못 찾아도 가격이 워낙 싸니까 맘 놓고 와서 구경해도 된다. 이웃장터의 물건은 정말 싸다. 500원에서 1000원이면 웬만한 제품을 살 수 있다. 이웃장터에서 가장 비싼 옷인 남성 정장 상의도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윤 목사는 \"이만하면 정말 부담 없지 않느냐\"며 \"우리 매출액이 30만 원 가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수익금 전액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투명하게 경영하기 위해 디딤돌교회는 일체 제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매일 두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물건을 팔고, 회사와 교회를 돌며 물건을 기부 받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안 팔리면 노숙인다시서기센터로 보내

사실 자원봉사자 모집과 물건 기증 받는 일만 해도 벅차다. 기존에 활동하던 8명의 자원봉사자와 교인 10여 명으로는 일력이 턱 없이 모자란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 등에도 문을 열어야 주민과도 친숙해지고 매출이 오를 텐데 일할 사람이 부족해 안타까운 마음만 있다.

물건을 기증 받는 일은 더 어렵다. 홍 집사는 \"이웃장터가 잘 운영되려면 좋은 물건이 계속해서 들어와야 한다\"며 \"회사나 교회를 돌고 있다. 몇몇 회사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웃장터에서 안 팔리는 물건은 노숙인다시서기센터로 보낸다. 사람들 눈을 사로잡지 못해도 노숙인들에게는 긴요한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디딤돌교회와 노숙인다시서기센터는 이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어 이러한 도움이 서로에게 친숙하다고 한다. 디딤돌교회가 무작정 노숙인다시서기센터를 찾아가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은 적 있었다. 센터 쪽에서 신발 등이 필요하다고 하자, 디딤돌교회 교인들은 마을을 돌며 안 신는 신발을 수거해 보내주었다. 이 일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작은 교회가 이웃장터를 맡은 이유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침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김승권 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김 관장에게 물었다. 주변에 제법 큰 교회들이 많은데 왜 하필 이름도 낯설고 교인도 적은 디딤돌교회에 이웃장터를 맡겼느냐고. 탄식이 섞인 김 관장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큰 교회라도 목회자가 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관심 없다. 우리 복지관은 기독교 재단이 세웠기에 금요일 예배를 드린다. 이웃에 있는 큰 교회에 세 번이나 찾아가 금요일에 예배 설교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흔쾌히 승낙하는 사람이 드물다. 지난 3~4월에는 시험 들겠더라. 사정사정해서 겨우 설교 한 번 허락 받는 정도다. 어떤 목사는 부목사나 봉사팀만 보내고 자신을 오지 않는다. 뭐 그것도 감사하지만…. 그래도 윤 목사와 디딤돌교회 사람들은 먼저 찾아와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묻는다. 설교를 부탁하면 언제나 감사하다며 승낙한다. 누구에게 이웃장터를 위탁하겠나.\"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은 제법 알려진 장애인 시설이다. 우리나라의 40~60대 시각장애인 중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대부분은 이곳 지원을 받았다. 당시 유일하게 점자책을 만드는 곳이 이곳뿐이었기 때문이다. 독일맹인선교회에서 기증한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점자 성경을 수십만 권을 찍었고, 최근에는 점자 성경공부 교제를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

기자와 헤어지면서 김 관장은 \"개신교가 사회복지에 앞장선다는 소리도 이제는 다 옛말이다. 불교나 원불교 같은 곳에서 적극적으로 복지에 나서지만 개신교는 점점 싸늘하다. 몇몇 단체들은 기독교 재단에서 다른 종교 재단으로 바뀌었고, 그럴 위기에 놓은 곳도 여러 군데다. 한국교회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