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저요? 일곱살 불법체류자 하영광이에요” (한겨레, 5/1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3 23:36
조회
815
**“저요? 일곱살 불법체류자 하영광이에요” (한겨레, 5/16)

저는 대한민국에서 2000년 12월 26일에 태어난 하영광(7) 입니다.

경기 안산시 원일 초등학교 1학년 3반이 우리 반이구요,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이주아동을 위한 특별학급생이예요.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예요. 엄마(야무나,37)·아빠(하산타,33)가 모두 미등록노동자(불법체류자)여서 저는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가 되었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저를 왜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지….

태어나 한국말 밖에 몰라요
하지만 엄마아빠가 불법체류자여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답니다
친구들과 맘놓고 공부하고픈 제 꿈은 언제끔 이뤄질까요?

아빠·엄마는 산업기술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두 분 모두 바깥출입을 잘 하지 못해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여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언제 잡혀 갈지 모른다네요. 실제 지난 4월 방과후 저를 데리러 온 엄마는 낯선 사람에게 붙잡혀 갔어요. 다행히 5일 만에 엄마는 병 치료를 이유로 3개월 출국유예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저는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아빠와 함께 엄마와 영영 헤어질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엄마·아빠는 스리랑카 사람으로 운동선수 출신입니다. 엄마는 국가대표 400m 허들 선수로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리랑카는 가난한 나라여서 먹고 살기 힘들어 한국에 왔다는데 저 때문인지 우리 가족은 여전히 가난합니다.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다 양손 손목 인대가 늘어나 수술해서 더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아빠는 최근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돼 일하던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엄마·아빠는 스리랑카로 돌아가자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저는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모두 여기 있고, 게다가 저는 한국말 밖에 할줄 모르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예요.

저의 바람 탓일까요. 엄마·아빠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합법체류가 보장 되는 그 날까지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외국인노동자 자녀는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지만 국내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2천여 명이 채 안 되고 나머지 학생은 추방이 무서워 외출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기 원하는 우리 이주아동들이 마음 놓고 학교 다닐 수 있는 날이 올까요?

3개월의 강제출국유예를 받은 엄마는 오는 7월이 되면 다시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엄마가 다시 붙잡힌다면….

10여 년 뒤엔 부모님이 바라는 올림픽메달리스트나 저의 꿈인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될 날이 올까요?

(이 글은 하영광군과 부모의 인터뷰와 생활모습을 지켜본 내용을 재구성한 글이다. 취재 중이던 지난 12일 법무부는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의 자녀가 우리 나라에서 학교에 다니고 우리 사회에 적응하면 부모의 신분까지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광이네 가족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관련법이 개정돼 올 하반기에는 이주아동들이 마음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