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정동탑] 빅브라더 부활인가 (경향, 5/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2 23:34
조회
458
**[정동탑] 빅브라더 부활인가 (경향, 5/9)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감시를 통한 통제’가 인간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세상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독재 권력인 ‘당’은 당의 항구적 존립을 위해 ‘빅 브라더’라는 허구적 인물을 내세운다. 빅 브라더는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통해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한다. 이 ‘감시자’는 과거의 사실을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당원’의 생각과 행동을 속박한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이런 당의 통제에 반발을 느끼고 저항하지만 그 역시 감시의 덫에 걸려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소설은 1949년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소설이 전하려한 메시지는 정보통신(IT) 문명이 발달한 지금,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우선 서울시의 요일제 승용차에 대한 전자태그 부착 방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태그에는 차량 소유자의 개인기록이 담겨있다. 서울시는 시내 6개 지역 12곳에 판독기를 설치, 무선주파수인식(RFID) 시스템을 통해 이를 읽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일제를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 등을 통한 추적 등 오·남용될 경우 가입자의 움직임은 언제든지 감시당할 수 있다.

일부 학교가 시행중인 전자명찰제 역시 ‘감시와 통제’의 폐해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전자명찰제는 학생들이 등·학교 때 RFID 기능이 담긴 전자명찰을 판독기에 대면 자동으로 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사업이다. 학부모들로서는 자녀들의 등·학교시간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학생의 인권이다. 부모자식간 신뢰의 상실도 부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청은 관내 곳곳에 372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기분에 마음이 상하곤 한다. 범죄 예방이 목적이라는데 그렇다고 범죄가 크게 줄지도 않았다. 지난해 1~8월 중 3,620건이 발생, 직전 연도 같은 기간 3,638건보다 고작 18건이 줄었다. 결국 사생활 침해만 될 뿐인 것이다.

법무부가 내놓은 ‘유비쿼터스 보호관찰 시스템’ 시행 방안 역시 인권침해 가능성이 상존한다. 시스템의 골자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장치를 통해 보호관찰자 등을 지도·감독하는 것으로 돼있다. ‘폰 투 컴’ 즉, 보호관찰 대상자는 정해진 시간·장소에서 전화로 감시자격인 컴퓨터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법무부는 이를 통해 보호관찰자의 재택(在宅)이나 출석(出席)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컴퓨터라는 손쉬운 수단에 의해 24시간 통제당하는 것이다.

IT 문명의 발달로 기기를 통한 인간에 대한 감시는 더욱 손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감시라는 것은 ‘하는 측’에서보면 손쉬운 통제수단이지만 ‘당하는 측’에서 보면 인권 침해가 된다. 특히 항거불능의 상황이라면 침해의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감시에 따른 인권침해를 막을 법적, 제도적 틀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