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장애어린이에 ‘한국은 지옥’ (한겨레, 4/14)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3:16
조회
575
**장애어린이에 ‘한국은 지옥’ (한겨레, 4/14)

“교육권 법적 보장을” 장애아부모들 인권위앞 단식 33일째
14일로 단식 33일째. 장애아를 둔 부모와 특수교사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11층 배움터에 농성장을 차리고 밥을 굶기 시작한 지 한달이 훌쩍 넘었다. 100여명이 돌아가며 단식을 했고, 4명은 처음부터 줄곧 굶고 있다.

#사례 하나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2급인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ㅇ초등학교에 상담을 가자 특수학급이 있는 다른 학군의 ㅈ초등학교로 갈 것을 권했다. 그러나 ㅈ초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이 있기는 하지만 부분적으로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하려면 보호자가 학교에 함께 상주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생계 문제로 그럴 여유가 없는 부모는 결국 버스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특수학교로 아이를 보내야 했다. 그나마 청각장애인 전문 특수학교다. 아이는 장거리 통학이 힘들어 학교에 가기가 싫다고 한다.

#사례 둘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뒤 청각장애아임을 알리기 위해 학교를 찾아간 날, 담임 교사는 물론 교장·교감 선생님, 교육청 관계자까지 기다리고 있어 부모는 깜짝 놀랐다. 사흘 뒤 교육청에서 청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특수학급이 있는 인근 학교에 아이를 배정했다는 연락이 왔다. 40분 거리인 학교까지 데려다 줄 택시를 보내주고 택시비는 교육청이 부담한다는 안내가 뒤따랐다. 이 학교는 담임교사도 청각장애인이었고 보조교사가 있었으며, 특수교육 전공 대학원생들이 자주 자원봉사를 나왔다. 비장애 어린이들과 통합교육도 했다. 기말마다 교장 선생님과 교육청 관계자, 담임 교사, 학부모가 머리를 맞댔다.

특수교육 수혜 4명중 1명꼴

앞의 사례는 울산의 한 학부모가 겪은 일이고, 뒤의 사례는 지난 2002년 캐나다로 이민간 한 학부모의 경험담이다. 단식중인 윤종술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아를 둔 부모는 100% 이민 갈 생각을 해본다”며 “오스트레일리아에 가본 적이 있는데, 우리 아이 교육만큼은 시킬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들의 생각에 우리나라는 장애 어린이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교육부 용역으로 진행된 연구 보고서는 “2005년 현재 특수교육 대상 학생수는 약 5만8천여명으로, 출현율 대비 수혜율은 약 26.9%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학령기의 장애인 4명 가운데 1명만 특수교육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심이어서, 유아 교육과 고교 이상의 교육은 버려지다시피 되고 있다. 특수학급 수가 초등학교는 전국에 2698개인 반면 유치원은 102개다. 또 중학교(715개), 고등학교(209개)로 올라갈수록 특수학급 수가 급격히 준다. 그만큼 많은 장애 학생들은 다닐 학교를 찾을 수 없다.

때문에 많은 장애 학생들은 전학을 강요당하고, 비장애 학생도 힘든 몇시간의 장거리 통학을 해야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현행 법으로는 입학 거부는 처벌되지만, 전학 강요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 가운데서도 10곳 중 7곳에만 장애 학생 편의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방치된 장애인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애 학생들은 처지에 맞는 직업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

농성중인 학부모들은 △교육 수혜율을 높이기 위해 유아~고교 전과정 무상교육화 △치료·직업교육 등 제공 △특수교육지원센터 전담 인력 확보 △특수학급 설치 요구권 규정 등을 담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런 요구에 대해, 교육부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이유훈 특수교육정책과장)고 반응한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 교육 예산은 교육부 전체 예산의 3% 수준이고, 지역 교육청 차원에선 평균 2.4%에 그치고 있다.

이민 대신 밥 굶기를 택한 애타는 부모들은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향은 아직 없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13일 논평을 내어 “교육부는 단식 기간이 길어져 단식자들이 더 이상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일련의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며 “교육부 장관은 조속히 이들을 면담하고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