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학원가 대치동 정신과도 성업 (한겨레, 4/14)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3:16
조회
671
**학원가 대치동 정신과도 성업 (한겨레, 4/14)

학벌이 밥 먹여주는 나라, 좋은 대학을 나와야 대우받는 세상. (요즘은 그것도 모자라 외국물을 먹어야 하지만….)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중학생 때에는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배운다. 학원에다 개인교습이다 돈을 쳐바르고 그것도 모자라 물 좋다는 강남으로 죽자고 머리를 들여민다.
내 돈으로 내 아이 좋은 대학 보내 출세시키겠다는데 누가 트집인가. 학원가로 몰리는 돈은 망명정부의 지폐. 30대 인기 학원강사의 한해 연봉이 18억원에 이르고 온라인 강의 전문업체의 한해 매출이 710억, 순익은 210억이란다. 강남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정부에서는 부동산 값을 잡는다며 학군을 조정한다고 난리부르스다. 구청에서 인터넷 과외를 하고, 정부투자 방송사에서 과외를 내용으로 하는 전파를 쏘아댄다. 나라가 미쳐 돌아가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아무 일도 아니란듯이 벌어지고 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서울대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대치동 엄마들의 2008년 입시전략>….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들이 눈 뜨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의 불안심리에 한껏 편승한….

<이범, 공부에 반(反)하다>(한스미디어)도 분명 그 언저리에 있는 책이다. 다만, 엄청 잘 나갈 때 학원강사를 때려치고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강의를 하는 사람이 썼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선의로 읽혀질 소지가 있을 따름.

연봉 18억 전직 학원강사가 말하는 그들의 세계는 경악스럽다. 물론 중등교육이 허깨비가 되고 대학교-고등학교의 연결고리가 끊긴, 병적인 사회에 기생하는 존재이지만….

1994년 첫 수능이 치러지면서 학력고사식 강사는 수능시험용 강사로 세대교체 된다. 연령대도 팔팔한 30대가 많고 40대 후반이면 화면발에서 밀린다. 강사는 수강료 총액의 53~55%를 가져간다. 최고는 70%다. 인터넷 강의가 일반화하면서 스타강사 의존도 커져 1등강사와 2등강사 수입차는 현격하다. 그래서 “누가 잘한다더라” 여론조작 알바가 있다. 스타강사는 걸어다느니 기업. 실제 교육업체 경영하는 사례도 있다. 어떤 스타강사는 학원을 20곳을 직영하고 어떤 스타강사의 학원은 가맹점이 200곳이다. 아무래도 대표급은 메가스터디. 올 3월 기준 시가총액 4천억 코스닥 등록업체다.

인터넷 바람은 이곳에도 양극화를 불렀다. 인기강사 특히 강남의 스타강사가 전국을 싹쓸이하고 있다. 지방 대도시 강사들은 추풍낙엽 신세. 무료강의가 생겨나면서 심화되었다. 겉은 무료지만 속으로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한 교재장사다.

2004년 인터넷강의를 시작된 이비에스는 일종의 호구. 과외 사기업의 강사 보급처다. 뜬다 싶으면 빼가거나 제발로 나간다. 이비에스가 관료적인 조직이라 입의 혀처럼 대해주지 않는다는 것. 돈 놓고 돈 먹는 세계에서 물좋다면 무엇을 마다랴만.

세상이 거꾸로 가도 아이들은 자꾸 크는 걸 어쩌랴. 국외로 도망치지 않는 다음에야. 연봉 18억 스타강사가 말하는 ‘공부 잘하는 법’ ‘입시제도의 변화’이 솔깃하다.

공부 비법은 없다는 게 정답. 하지만 몇가지 팁은 있다.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해당문제를 다시 접했을 때 자신있게 풀어낼 수 있도록. 재정리가 가능하게 바인더로 만들어라. 단점을 고치려 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좋다. 인터넷강의를 활용하라. 자기주도적 학습이 안되면 학원은 백날 다녀야 소용없다. 학원은 아이를 공부기계로 만들 뿐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부터 알아라. 공부 못하는 학생은 그것 자체를 모른다. 건성공부 10권보다 완벽 1권이 좋다. 내용이 완벽하게 자기 것이 될 때까지 반복학습 할 것. 문제를 많이 푼다고 능사가 아니다. 국사 세계사 국어 등은 교과서 소화가 중요하다. 수학만은 예외. 영어는 구문과 단어를 정리해서 암기하고 좋은 독해연습서를 정해 속독을 연습하라. 그리고 진짜 실수와 가짜 실수를 구별해야 한다. 학습에서 드러나는 공백과 미진함의 결과를 실수로 포장하지 말라.

2008학년도에는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가 온다는 게 18억 스타강사의 주장. 교육부에서는 ‘수능 약화+내신 강화’를 내걸지만 수능 비중이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는다. 약간 감소하는 정도. 수능 부담감은 이전 입시제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과에서는 논술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다만 출제유형이 더 다양해지는 한편 수학문제가 출제될 경우 그 난이도 및 배점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반면 이과에서는 논술이라는 요소가 정시전형에서 신설되는 셈이어서 수험생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 커진다.

귀에 담을 것 두 가지.
논술교육 하려면 제대로 하자.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읽기·쓰기 숙제 주고 교사들도 학생 글 평가능력 키워야 한다. 중간·기말고사에 서술형은 물론 논술형 시험 도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 자율성과 신뢰도 높아져야 하고 학급당 인원도 35명 정도로 줄여야 첨삭지도가 된다. 대학에서도 지나치게 어렵거나 교과과정과 동떨어진 논술문제는 내지 말아야 한다.

문과 수학에서 미적분이 빠지면서 벌어진 이상한 일을 교육부에서는 알고 있는지. 문제는 대학에서 경제학개론을 강의하려 해도 문과생은 미적분 몰라 헤맨다. 또 문과생의 교차지원 허용되면서 서울지역 공대 2006년 정시합격자 2/3가량이 문과생이다. 공대에서 고교 이과 과정을 가르치거나 따로 과외를 하거나.

대치동 좋아하지 말라. 빛 있으면 그늘 있는 법. 신화 속에 실패한 비극이 묻혀 있나니 그곳에는 학원도 번창하고 정신과 의원와 청소년 전문 한의원 역시 성업하고 있다. 압박감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각종 정신과적 이상증세 일으키고 있는 것. 설령 성공해 좋은 대학을 나와도 캥거루족 되는 사례 많다. 캥거루족? 이것저것 찔끔찔끔 손대보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할 생각 없이 인생을 보내는 애늙은이를 말한다.

지은이가 아무리 사교육의 그늘과 공교육의 미래를 얘기해도, 공부 못하는 아이는 공부 못해 학원 보낼 필요없고, 공부 잘하는 아이는 공부 잘해 학원 보낼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억하심정에는 이르지 못한다. 선의가 선의로 전달되기에는 온나라가 미쳐도 너무 미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