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새만금',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한겨레, 4/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3:12
조회
485
**‘새만금’,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한겨레, 4/9)

새만금 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패소판결로 환경운동가들은 참담한 시간을 보내 왔다. 어민들의 해상시위가 별다른 성과 없이 사그러든 뒤 거대한 돌망태들이 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을 막기 위해 쏟아져 드는 모습을 맥없이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새만금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향할 대상은 언론과 정부당국자가 아니라 이번엔 일반시민이다. 새만금 생명평화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7일 조계사 교육관에서 ‘새만금 운동의 성찰,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대화마당을 열었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윤준하 환경연합 공동대표 등 새만금 운동을 해온 종교계와 시민운동의 대표적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지난 10년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좌절로 끝난 그간의 운동을 반성하고 앞으로 무얼 할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공개적인 자리였지만 그 동안의 운동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반성이 이어졌다. 정성헌 환경운동연합 21세기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권력과 자본, 주민의 개발욕구, 언론의 개발주의 성향 등을 냉정히 보지 못한 채 주관적이고 명분을 앞세운 운동으로 치달은 감이 있다”고 돌아봤다. 고철환 전 지속가능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의 역관계에서 시민사회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확인한 것”이라며 “운동이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동이 중앙집중적이고 현장이 있는 지역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김광철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모임 수석부회장은 “물막이 직전 새만금 현지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열성이 있는 사람도 새만금에 처음 와본다고 해서 놀랐다”며 “10년을 끈 운동인데 왜 대중동원이 되지 않는가”고 물었다. 그는 “큰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책상 앞에 앉아 바쁘기만 하고 현장엔 사람이 없다”며 “언론이 안 다뤄준다면 전단지를 만들어 직접 대중 속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환경단체들은 언론과 정책결정자를 움직여 쉽게 승리를 따내는 지금까지의 운동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당장 성과는 보이지 않더라도 대중 속에 들어가 운동이념을 알리고 그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새만금 문제는 앞으로 13~15년은 계속될 텐데 어떻게 하면 국민들로부터 동력을 끌어내느냐가 환경운동의 큰 과제”라며 “전문가 아닌 시민 중심의 활동을 통해 새만금 반대운동을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새만금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작이다. 오영숙 수녀는 “일반인들은 아직 새만금 갯벌을 잘 모른다”며 “이들에게 새만금 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자기 세금이 잘못 쓰인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재판에서 원고쪽 변호사였던 최병모씨는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3년 안에 수질오염 등으로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고, 5년 안에 원상회복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단체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3일 해창갯벌에서 열리는 진혼제에서 시작된다. 갯벌에서 사라질 뭇생명의 넋을 기리자는 것이다. 좀더 장기적인 계획도 있다. 조경만 목포대 교수 등 새만금생명학회 소속 학자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새만금 방조제 안팎의 자연변화, 사회문화 변화, 그리고 지역경제 변화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변화를 가지고 주민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김제남 녹생연합 사무처장은 “당장 지역어민에게 닥칠 생계문제와 위기에 놓인 철새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는 등의 활동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만금에 모든 것을 거는 식의 운동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활동국장은 “환경운동이 국책사업 반대에 지나치게 힘을 쏟는 바람에 일반 시민들의 생활상의 문제를 놓치고 있다”며 “활동가 수가 줄고 시민운동에 대한 호응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투입을 요구하는 운동에 매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새만금 생명평화운동은 다시 시작된다. 그 구호는 이제 “대중 속으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