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다빈치 코드’ 반대와 표현의 자유 (한겨레, 4/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3:09
조회
492
**‘다빈치 코드’ 반대와 표현의 자유 (한겨레, 4/7)

다음달 지구촌에서 동시에 개봉될 예정인 미국 영화 <다빈치 코드>를 두고 국내 보수 기독교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상영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지난주 법원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들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영화 안 보기 운동이나 시위 등 물리적인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종교와 관련된 예술작품에 대한 논란과 반발은 기독교계만의 일이 아니다. 불교계나 이슬람계도 숭배와 경배 대상을 풍자하거나 기존의 정통논리와 다르게 다룬 예술작품을 종종 봉쇄하거나 막으려고 노력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비구니>가 불발된 것이나 마호메트 만화가 세계 무슬림의 격렬한 시위를 불러일으켰던 것들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가 충돌한 사례다.

표현의 자유와 종교인의 명예감(신성모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영화 상영금지 등 예술작품을 대하는 종교계의 강경태도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종교의 덕목인 사랑과 관용 정신에도 어긋난다. 종교계의 성숙한 태도가 아쉽다.

소설 <다빈치 코드>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던 까닭은 재미도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내용, 곧 정통 기독교계에서 부정하는 이단설을 소재로 삼은 것보다는 기독교 내부의 오래된 여성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다빈치 코드>를 픽션으로 받아들이고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 대해 자신감 있는 포용을 보이는 것이 더 교회다운 일”이라고 했다. 이런 태도가 더 돋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