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꿀벌과 비폭력 (한겨레, 4/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3:09
조회
535
**[독자칼럼] 꿀벌과 비폭력 (한겨레, 4/7)
▲ 정송남 전남 담양 한빛고 교사

봄을 장식하는 꽃들이 집 뜨락에 가득하다. 꿀벌들은 이 꽃 저 꽃으로 다니며 꿀을 빨지만 어느 꽃에서도 필요 이상의 꿀을 취하는 법이 없다. 꽃 또한 꿀벌에게 못주겠다고 버티는 놈은 하나도 없다. 어느 힘센 꿀벌이 꽃을 독점한다면 자연의 질서는 금방 무너져 버릴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학교 주변에는 폭력추방 플랭카드가 걸리고 일회성 캠페인이 벌어지지만, 학생들의 폭력은 그치지 않는다. 왜 그럴까? 10대는 이 시대의 거울이다.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했거늘, 이 시대는 재물을 위한 무한경쟁의 길을 가고 있다. 탐욕과 착취를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문명은 부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정글의 법칙을 만들고, 급기야 폭력과 전쟁을 낳았다. 무고한 이라크 민중들을 무참히 학살한 지 3년이 지나도 회개는커녕 눈 하나 까닥하지 않은 저 미국을 보라! 게임에서나 있을 가상 전쟁이 현실로 나타날 때 10대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우리의 10대들은 꽃향기 함께 감성을 넉넉히 할 여유도, 사색을 통해 자아를 성숙시킬 시간도, 손발을 움직여 자립적 삶을 준비할 기회도 빼앗긴 채, 주식추구에 매몰되어 있다. 그들에게 시간을 돌려주어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하라! 대학을 위해 모든 걸 유보하라는 이 시대의 요구는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폭력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공간 대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게 하고, 어머니 품과 같은 대지에 그들이 안기게 하라. 청아한 자연의 음성은 메마른 영혼에 촉촉한 감로수를 부어줄 것이다. 아이들이 위대한 스승인 자연을 만나면 그들의 심성은 곱게 다듬어질 것이고, 인간의 폭력성은 자연을 닮은 심미적 마음으로 변화될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인위적 방법으로 폭력이 근절될 수는 없다. 이기적 욕망이 경쟁을 불러오고, 경쟁은 착취를, 착취는 폭력을 동반하는 이 시대의 부조리에 일대 변화가 와야 한다. 이런 질곡의 역사가 계속된다면 인간도, 지구도 온전할 수가 없다. 우리들의 교실에서, 삶터에서 공동체적 공존의 법칙을 일깨우고 실천하자. 저 꿀벌들에게서 지혜를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