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교육비 부담이 저출산 ‘주범’ (한겨레, 3/23)
결혼 뒤 한 자녀만 낳겠다는 미혼 남녀들은 그 이유로 교육·양육비 부담을 꼽았다. 또 일하는 기혼 여성 절반이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일하더라도 비정규직 등 힘든 일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실태는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저출산 실태 조사 및 종합대책 연구’에서 밝혀졌다. 조사는 지난해 4~6월에 20~44살의 기혼 여성 3802명과 미혼 남녀 2670명을 대상으로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양육비·주택 부담 저출산으로 이어져=미혼 남성의 93.1%, 미혼 여성의 88.7%는 자녀를 낳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 가운데 미혼 남성의 12.5%, 미혼 여성의 15.5%는 한 자녀만 낳겠다고 밝혔다. 미혼 남성은 양육비(22.4%), 자녀 교육비(18%), 소득 불안정(17.5%) 등을 이유로, 미혼 여성은 양육비(24.5%), 자녀 교육비(22.3%), 일·가정 양립 곤란(17.6%)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전체 생활비 가운데 자녀 교육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대답한 가구는 51.7%에 이르렀다. 자녀가 1명인 가구 가운데 자녀 교육비 비중이 가장 큰 경우는 23.8%에 머물렀으나 2명이 되면 59%, 3명 이상은 63.8%에 이르렀다. 취학자녀 월평균 사교육비는 1명일 경우 30만5000원, 2명 62만3000원, 3명 74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주택 보유 여부도 출산에 영향을 끼쳐, 20~24살 기혼 여성 가운데 주택 보유자는 평균 자녀 수가 0.88명인 데 비해 무주택자는 0.66명에 그치고, 25~29살 기혼 여성은 각각 1.14명과 1.04명이었다.
기혼 여성들은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자녀 양육·교육비 지원(35.5%)과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24.6%), 보육·육아 인프라 지원(16.9%), 임신·출산 지원(13.6%) 등을 꼽았다. 취업 기혼 여성은 일·가정 양립 지원(27.2%)을 가장 선호했지만, 비취업 기혼 여성은 보육·육아 인프라 지원(23.9%)을 첫째로 꼽았다.
결혼과 출산, 퇴직으로 이어져=일하던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둔 비율이 61.2%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52.8%만이 재취업했다. 결혼하고도 일하던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두는 비율은, 첫아이 출산 전후 시기가 49.9%로 가장 많았다.
결혼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은 그러지 않은 여성에 견줘 아이를 더 낳겠다는 출산 욕구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20대 초반은 퇴직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견줘 출산 욕구가 13.6%포인트 낮았고, 20대 후반은 16.8%포인트, 30대 초반은 8.9%포인트나 떨어졌다.
첫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전보다 열악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용직(정규직)에서 일하던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뒤 다시 상용직이 된 경우는 38%에 그치고 나머지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됐다. 사무직인 경우 동일 직종에 근무하는 비율은 42.9%에 그쳤고 나머지는 서비스 및 생산직으로 직종이 바뀌었다.
한편, 집안일과 자녀 돌보기에 여성은 하루 평균 5시간20분을 들이는 데 비해 남성은 1시간9분에 그쳤다. 맞벌이 부부는 여성이 3시간17분, 남성이 1시간12분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