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심경밀험(心經密驗)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2:59
조회
827
심경밀험(心經密驗)
 
『심경밀험』이라는 다산의 저서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책입니다. 다산 자신의 말대로 6경4서에 대한 경서(經書)연구를 대체로 마친 1815년 봄에 저작을 완료했으니 다산의 나이 54세 때의 저술입니다.  

“내가 궁벽하게 살며 할 일이 없자 6경4서에 대하여 여러 해 깊이 연구하여 하나라도 얻어낸 것이 있으면 기록하여 소장해두었다. 이제는 독실하게 실행할 방법을 찾다보니 오직 『소학』과 『심경』이라는 책이 모든 경서 중에서 뛰어난 것이었다. 두 책을 참으로 배워 마음을 침잠시켜 힘써 실천하련다. 『소학』으로는 바깥의 행위를 다스리고 『심경』으로는 마음의 내부를 다스린다면 아마도 현자가 되는 길이 있으리라.…”(余窮居無事六經四書 旣究索有年 其有一得 旣詮錄而藏之矣於是求其所荑行之方 唯小學心經 爲諸經之拔英者 學苟於二書潛心力踐 小學以治其外 心經以治其內 則庶幾希賢有路…) 이 짤막한 서문을 읽어보면 저작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높은 톤으로 부패한 세상을 한없이 질타하며 비분강개하던 다산,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탄압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참상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통째로 세상을 변혁시키려던 의지를 숨기지 못하던 다산, 그러나 그는 깊은 철학적 고뇌에 빠져,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의 마음은 무엇인가, 심(心), 성(性), 이(理), 기(氣)의 본체를 탐구해낸 기막힌 경지를 터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한 내공이 있었기에 인간 행위의 준칙으로 『소학』에 모범을 두고,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심경』의 논리에 침잠하였기에, 끝내는 현자의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희현유로(希賢有路)’라는 말 그대로, 현자가 되는 길을 찾았기에 다산은 현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지 않을까요.  

“『심경밀험』이라고 하는 책은 몰래 몸소 실험하여 스스로 반성하려는 것이다. 지금부터 죽는 날까지 마음다스리는 방법에 온 힘을 기울이려는 뜻인데, 요컨대 경서를 연구하는 업무를 『심경』으로 결론을 내려는 까닭이다.”(心經密驗者 所以驗之於身以自警也從今至死之日 意欲致力於治心之術 所以窮經之業 結之以心經也) 이 이야기만 읽어도 심성철학의 원리를 몸소 실천하려던 실학자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과학만으로, 통치술만으로 세상이 제대로 갈 수는 없습니다. 인간심성의 깊은 철학적 고뇌를 실천으로 옮길 의지와 함께 역사는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박석무 드림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