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한국 민주화 도운 일본 사람들’ 생생한 증언 (한겨레, 3/20)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2:59
조회
394
**‘한국 민주화 도운 일본 사람들’ 생생한 증언 (한겨레, 3/20)

18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일본기독교회관에선 1970~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을 도운 일본인들이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한 일본인들’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청중 100여명이 회의장을 빼곡하게 메워 보조의자까지 동원되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심포지엄은 3시간 남짓 진행됐다. 회의장 한쪽에는 김지하 시인 반공법 위반사건 관련 복사물과 각종 유인물, 한국 소식을 다룬 70년대 일본 잡지와 미술작품 등이 전시돼 당시의 활동상을 ‘증언’했다.
쇼지 루쓰코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인권기금’ 이사장은 마치 보따리장수처럼 일년에 몇차례씩 양국을 오가며 한국의 민주화 운동 소식을 받아오고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지원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한국 쪽에 전달했다고 술회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잡지 <세카이>에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 연재되는 등 한국 실정이 일본에 상세하게 알려졌고, 이어 세계 각국으로도 전파됐다. 쇼지는 “전업주부처럼 꾸며 군사정권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투옥된 민주인사들의 옥중편지나 자료, 잡지 등을 날랐다”며 “어떤 때는 편지를 브래지어 안에 넣어오느라 뜻하지 않게 가슴이 큰 글래머로 보이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투옥 중인 김지하 시인의 시를 읽은 뒤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판화를 제작하고 그의 구명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는 “한국 민주화 운동과 만난 것은 인생에서 최대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심포지엄에 초청된 박형규 목사는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자신이 민주화 운동의 선두에 서게 된 과정과 일본인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도움받은 기억을 유머를 섞어가며 회고한 뒤, 일본 인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 쪽은 “한류 열풍이 요즘 정착됐지만 한·일 민중의 연대와 교류의 역사는 지금 시작된 게 아니다”라며 “그때 지원활동의 실상을 공유함으로써 지금 간절히 요구되는 ‘일본의 민주화 운동’을 모색해나가기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도쿄/글·사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