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가시화되는 친일재산 환수 노력 (한겨레, 3/10)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2:54
조회
529
** 가시화되는 친일재산 환수 노력 (한겨레, 3/10)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 상대 소송에서 승소해 소유권을 획득한 부동산에 대해 정부가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냄으로써 친일재산 환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파재산환수법)\'이 발효됐음에도 후속조치가 늦어져 자칫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긴급처방을 사용했다.

친일파 재산의 국가귀속 업무를 맡게 될 대통령 산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발족되지 않은 시점에서 친일재산이 증발되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비상 제동장치를 가동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사위 구성이 뜸을 들이기라도 한다면 친일파 후손들이 발빠르게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겨버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특별법으로도 환수가 불가능한 점을 감안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친일재산 환수를 위한 정부의 준비 노력은 관련 법이 발효되자마자 발빠르게 이뤄졌다.

법무부와 검찰은 우선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친일 후손의 땅찾기 소송 가운데 13건을 찾아내 중지신청을 냈다. 이는 법원의 심리를 중단시킴으로써 친일파 후손들의 땅찾기 계획을 좌절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였다.

이후 소송중지 신청보다 훨씬 강력한 가처분 신청을 이번에 냄으로써 친일파에게 국가의 재산이 넘어가는 상황을 반드시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부동산의 양도, 임차, 저당 등이 금지돼 재산권 행사를 일절 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가처분을 회피하려고 친일재산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에 대해 강제집행면탈죄 등을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친일 재산 환수를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친일파들이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면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과 소외감을 치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친일파 후손들은 국가나 일반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 때마다 일반 국민은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껴야했다.

다행히 지난해 말 발효된 친일파재산환수법에 따라 이런 재산들을 국가로 귀속할 수 있게 되면서 훼손된 민족정기를 복원할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 단계부터 진행된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 논란 등으로 미래의 실제 친일후손들의 재산 환수 절차에는 난관도 예상된다.

◇ 향후 절차는 = 가처분 대상이 된 친일파 후손의 재산이 실제 국가 귀속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앞으로 구성될 친일재산 조사위에서 결정한다.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시행됐지만 아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조사위 구성까지는 몇 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조사위 출범에 앞서 준비단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사위가 출범하면 가처분 대상이 된 토지 등이 실제 친일파의 재산인지를 각종 실사를 통해 결정하고 여기서 친일재산임이 확인되면 이 재산은 국가로 귀속된다. 친일파 후손들은 국가로 환수된 땅에 대해 더 이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현재는 국가가 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재산에 대해서만 환수절차를 밟고 있지만 일반인 사이의 다툼이 있는 땅이라도 친일 재산임이 확실하다면 정부가 독립당사자로 참가해 환수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 친일파재산환수법 =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발효됐다.

특별법은 러ㆍ일 전쟁 직전부터 해방 전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했거나 상속받은 재산과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증여받은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규정해 국가가 환수토록 하고 있다.

소송이 국가패소로 끝났더라도 친일 재산임을 확인해 관할 법원에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이에 따른 것이다.

특별법은 법원 역시 친일재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올 상반기 중에 구성될 예정이다.



**[기고] ‘후소샤’ 교과서를 다시 읽으며 (경향, 3/10)

최근 한·일간 불협화음에 즈음하여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를 다시 읽었다.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기술들이 또 다시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역사 기술들이 당장의 부끄러움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일본 내 주류 정치세력들의 일반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일본의 근시안적 태도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커다란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일간 선린우호 관계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는 과거의 불행했던 양국관계를 차치하고라도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들이 객관적인 역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래의 한·일관계를 발전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일본인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절망을 다시 보게 된다.

-객관적 사실 외면한 역사 기술-

역사왜곡으로 빚어지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공유되지 않는 한, 한·일 우호관계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방증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역사 교과서는 역사의 경과를 쓴 일종의 조서(調書)이다. 조서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가해자도 피해자도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가감 없는 역사기술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대응책으로 일본의 어리석음을 깨울 수밖에 없다.

첫째,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문제가 단시간 내에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는 영원히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운명적 숙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우리의 굳건한 의지이며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이다. 일본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가 있을 때마다 쉼 없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둘째, 역사왜곡의 문제는 중국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은 일제의 피해 당사국으로 적어도 역사적 공통분모가 있다. 이런 공통의 분모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시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협력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대활동이 중요하다.

셋째, 일본의 양심세력들과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방법도 한·일 공동 교과서 개발에서 한계를 보여주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가 한·일간 발전적 역사인식의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의 연대로 대응 필요-

여기에 대국민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역사교육은 국민적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전체 에너지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물론 다양한 부분에서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일본의 역사왜곡이 오늘 여기서 멈추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반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내공을 강화시켜 가면서 일본의 어리석음을 지속적으로 깨우쳐 가는 지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설령 그것이 어떤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짐져야 할 운명이라면 기꺼이 짐지고 가는 흔쾌한 기쁨이면 어떨까 싶다.

〈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