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사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 (경향, 3/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2:52
조회
514
** [사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 (경향, 3/9)

최근 고교 국어교사로 돌아간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첫 수업에서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고 구령을 외치는 반장을 만류했다고 한다. 이전위원장은 명령에 따라 일제히 인사하는 군대식 예법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심어린 사제간 인사법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냥 소리없이 활짝 웃거나,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거나, 고개만 까딱하는 등 갖가지 인사법이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이수호 선생님의 수업 첫머리는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이같은 군대식 인사법이 상징하듯 지금도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육의 능동적 주체자로 참여하기보다는 입시교육과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학생들의 두발제한 항의 시위가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현행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한 가칭 ‘학생인권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두발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 철폐, 학생회 법제화, 체벌 금지, 0교시 등교 금지, 정기적인 인권실태조사 및 인권교육 실시 등이다. 우리는 학생인권법이 일제시대 이래 지속되고 있는 규제 일변도의 현장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학생인권법이 실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 등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학교가 단순히 입시와 지식전달을 위한 협소한 장소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몸소 배우고, 민주공화국 예비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덕성을 갖추어 나가는 넉넉하고도 열린 공간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소중한 곳에서 교육의 미명 아래 폭력을 행사하거나 ‘복장 단정’이라는 정체불명의 덕목을 앞세워 아이들의 머리칼을 잘라낼 수는 없는 일이다. 최순영 의원이 낸 보도자료의 제목처럼 앞으로 학교에서는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