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인스 워드 모자가 한국사회에 남긴 것 (경향, 4/13)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가 9박10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워드 모자는 방한 중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혼혈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혼혈인 차별금지를 위한 법과 제도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다인종·다문화를 수용하는 교과내용 개편도 검토되고 있다. 워드 모자는 한국사회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혼혈 한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워드가 떠난 자리에 남은 이 땅의 혼혈인들은 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일과성 유행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워드 모자의 성공신화 때문이지 혼혈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드 모친이 “워드가 유명해지니까 관심을 보인다”며 한국사회의 이중성을 꼬집은 것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워드 모자는 한국 사회에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떠났다. 또한 숙제도 남겼다. 자신들에게 쏟아진 성원과 사랑이 한국의 다른 혼혈인들에게도 똑같이 보내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워드 모자는 또 가정 해체 등으로 퇴색돼 가는 효와 모성(母性)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한국 사회가 워드 모자의 꿈을 이뤄 주려면 혼혈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은 물론 한국 사회의 내면을 겹겹이 싸고 있는 차별과 편견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워드의 어머니 같은 혼혈인의 부모에 대해서도 똑같은 관심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
세계는 갈수록 국경을 초월한 혼인이 확산돼 가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 빨리 다인종 문화, 혼혈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학교와 가정, 직장 등 모든 분야에서 혼혈의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인종과 집단, 출신 배경의 차이와 다양성을 수용하는 ‘열린 사회’야말로 워드 모자가 남긴 숙제에 대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