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 비용…68억달러? 55억달러? (한겨레, 3/10)
주한미군 이전비용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사이의 셈법이 실타래 얽히듯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8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보고를 통해 한국정부가 용산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안보정책구상(PSI)의 일환으로 모두 68억달러(약 6조6640억원)의 인프라 비용을 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쪽 계산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정확한 비용은 오는 6월 한-미 협상이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68억달러 발언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어 “미국 쪽은 용산기지 이전 및 2사단 등 전국에 걸친 미군기지 통폐합 및 이전계획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비용 50억~55억달러에다 한국 쪽에서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 중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금액 16억8천만달러(2004~2008)를 포함시켜 계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추정액이 50억~55억달러인 것은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비용으로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용산기지 이전 비용 이외에 추가로 연합토지관리계획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도록 돼 있는 것은 연합토지관리계획의 대상 기지 25개 가운데 8개 기지는 한국 쪽이 이전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쪽은 미국이 한강 이남으로 이전을 원한 미 2사단과 다른 17개 기지의 이전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한국 쪽의 이런 설명과는 달리, 방위분담금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제외해서 한국이 기지 이전비용을 50억~55억달러라고 추정하는 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가족들을 위한 아파트 건설 비용도 논란이 된다. 국방부는 미군 가족들을 위한 아파트 등을 건설하기 위해 미국 쪽이 주택공사와 협의하고 있는 사업(민간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투자) 비용 16억달러를 이전비용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지만, 미국 쪽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리언 러포트 당시 연합사 사령관이 지난해 3월 미 하원 세출 청문회 증언에서 주한 미군 이전비용을 모두 80억달러로 추정한 것은 이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미군의 부담금은 불과 6%(4억8천만달러·4800억원)가 된다.
반면, 국방부 셈법대로라면 80억달러 가운데 한국정부 부담금은 53%인 42억4천만달러이다. 이런 혼선은 두 나라 국방부가 국민들(의회)에게 자신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총액을 부풀리거나 줄였기 때문에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 쪽이 계산한 액수 역시 2004년 국방부가 용산기지 이전계획을 발표할 때 밝힌 38억5천만달러(당시 환율로는 4조원)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전비용이 증가한 데 대해선 미군에게 공여하는 토지가 애초보다 늘어났기 때문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한-미 협상이 진행 중인 미군기지 터의 오염 복구비용을 누가 얼마나 더 부담하느냐에 따라 실제 이전비용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