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세계화문제에큐메니컬협의회, "정의·참여·연대"의 가치로 대처 촉구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9-14 20:11
조회
1103
세계화문제에큐메니컬협의회, "정의·참여·연대"의 가치로 교회들의 대처 촉구

경제의 세계화문제에 관한 세계 에큐메니컬협의회가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피지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태평양교회협의회(PCC)의 주관으로 개최됐다. 세계 각 지역의 29개국이 참여한 이번 모임은 태평양의 비전과 삶의 방식에 근거하여 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보여주는 "희망의 섬"이란 주제로 열렸으며, 태평양연안지역의 국가들과 민중들의 삶에 미친 경제의 세계화문제 공유와 평가 및 교회들의 대응방안과 실천적 연대를 모색했다. 이번 모임의 참석자들은 오늘날 지구에 거주하는 전 인류의 일치된 비전은 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비전과 맞서고 있다며 교회들은 인류의 고통과 가난 및 노동의 착취와 광범위한 환경파괴를 가속시키는 현 경제체제에 대해 실행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태평양교회들은 "희망의 섬"이란 보고를 통해 삶의 풍요와 상호성, 공동자원의 공유를 근간으로 한 삶의 온전함을 비유로 제시하면서 만연한 세계화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평양지역사회의 세대를 유지시킬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대안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의 대표들은 다른 지역과 연대하여 아프리카인들 스스로가 세계화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하도록 요구하는 아프리카의 르네상스와 재건과정(:ubunt)을 밝혔다. 아시아대표들은 인도네시아의 하나됨(:gatong), 필리핀의 공동체적 삶(:bayanihan), 인도의 panchasila, 한국의 대동단결을 말했다. 서유럽과 북미의 참가자들은 공유와 상호의존의 중요성을, 중앙과 동유럽의 참가자들은 사회의 기본조직으로서 가족의 돌봄과 공유의 가치를 권장하는 자국의 정신적 가치체계의 유산 보호에 대해, 남미와 카리브해의 대표들은 가난한 자와 실업자들간의 연대를 창출시킨 자국의 토착문화들에 의해 공유된 공동체적 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태평양지역의 대표들은 이윤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둔 서구의 경제양식과 민중들의 삶의 질 전반을 고려하는 자국의 고유한 전통적 경제양식을 비교했으며, 땅·바다·사람은 자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필수요소라며 창조의 보존을 위한 연대적 비전을 요청했다.

WCC의 의장단인 케냐의 아그네스 아부옴 박사는 "교회의 분명한 역할은 삶의 윤리와 가치에 대한 통찰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다양한 은사와 자원 및 경험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유의 장을, 함께 삶의 여정을 해쳐나갈 수 있는 장을 창출해야한다"며 "대안적인 지구가족의 삶을 확고히 해주는 여정의 출발이 중요하다. 경제의 세계화는 민중들을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해체시켰다. 하나님의 백성은 함께 나가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며 "희망의 섬이란 개념은 이 여정을 향한 닻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WCC는 이번 협의회의 참가자들로 하여금 "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각국의 현황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새로운 시작과 길을 여는 씨앗이 도출되도록"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전세계의 수많은 민중들의 경제적 상황이 점점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에 대해 별로 이견을 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신들의 이야기가 너무 유사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의 과정을 통해 소외된 자들을 위한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고 변화된 삶을 가져올 전략들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세계화문제는 이미 세계은행과 IMF 및 G8모임이 개최되는 장소의 거리에서, 연구소들과 지식층의 지성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서, 신앙공동체들이 주목해야 할 주요 관심사안으로 제기되고있다. 왜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가? 번영을 위해서는 왜 협력보다 경쟁이 바람직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가? 세계경제의 성격은 왜 연대가 아닌 지배의 형태가 돼야하는가? 왜 가난한 자의 운명에 대해 온정보다는 무관심과 냉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이러한 경기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도대체 어디로 몰고 간단 말인가?

아부옴 박사는 "에큐메니컬운동의 직무 가운데 하나는 가난한 자와의 연대를 이루는 것이며, 예수그리스도에게서 부여받은 가장 위대한 사명은 바로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으로, 갇힌 자를 자유롭게 하며 주의 해를 선포하는 것이 바로 복음"이라며 "어둠과 죽음의 세력이 생명을 위협할 때마다 에큐메니컬운동은 이를 꾸짖고 저항하는 비난의 목소리로 투쟁해왔다. 특히, 이 순간에 인류와 생명을 총체적으로 짓밟는 죽음의 세력은 바로 지구적으로 추진되고있는 경제적 지배방식에 있다"고 밝혔다.

부시대통령은 경제의 세계화야말로 복음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은행에서 행한 최근 연설에서 "무역은 가난한 자를 위한 선이다. 그러므로 무역의 자유화를 반대하는 자들은 가난한 자의 친구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대한 경제구조 속에서 작은 규모의 농장은 파산됐다. 국내시장을 위한 농산물이 이제는 수입으로 채워지고 있다. 케냐의 경우, 커피원료의 수출로 이윤을 냈지만 저들이 커피원료를 생산하면서 북반구의 시장은 어처구니없는 관세조치로 수출의 활로를 차단시켰다. 이러한 경제적 불공정의 예는 수없이 많다. 인간의 노동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열악해졌으며, 소규모의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억눌려 무너지고 있다.

아부옴 박사는 "우리의 신앙은 민중들의 삶이 짓밟히고 파괴되며 혹사당하거나 매도당하는 것을 그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WCC는 이곳 피지에서 행한 것처럼 세계의 민중들을 지구적, 지역적, 국가적인 모든 차원에서 결집시킬 수 있다. 우리는 다른 민간사회가 분명히 표명할 수 없는 특수한 영역의 분석작업과 활동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부인돼왔던 삶의 영적 차원에 초점을 맞춘 윤리적 통찰력을 다른 신앙공동체들과 더불어 부여해야한다. 최근 몇 년간 민간사회의 저항운동을 들여다보면, 삶에 대해 언급하지만 인간의 영적 자원 및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WCC를 비롯한 에큐메니컬운동이 기여해야 할 주요업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하는데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번 협의회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공동체적 가치의 핵심인 "정의와 참여 및 연대"야 말로 경제의 세계화로 추진되는 이 세계의 대안적 가치체계로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WCC는 1998년도 하라레총회가 세계화의 도전상황을 주요 에큐메니컬적 의제로 다루도록 위임받은 이후, 경제의 세계화 영향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를 증진시키고 세계화의 결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에큐메니컬적 플랫폼을 제공해왔다. 이는 앞으로 치러질 세계적인 주요회담 2가지- 2002년 3월 멕시코에서 개최될 유엔금융개발(FFD)정상회의, 9월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될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WAAD)-를 위한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경제의 세계화문제에 관한 일련의 지역협의회는 이런 노력가운데 다음과 같이 치러졌다: 첫째 1998년 방콕에서 WCC와 WARC 공동주관으로 개최된 "세계화와 상황고백"에 관한 협의회, 둘째 2001년 6월 WCC, WARC, CEC EAC 등의 공동후원으로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동·중앙유럽의 세계화-생태적·경제적·사회적 결과에 대한 응답"에 관한 협의회, 셋째 금년 8월 12-17일 피지에서 WCC와 PCC의 주관으로 개최된 "희망의 섬"이란 주제의 세계화문제협의회, 앞으로 2002년과 2003년에는 서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북미에서 세계화문제에 관한 지역협의회가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