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WTO 5차 각료회의 대응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3-06-24 00:2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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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5차 각료회의 대응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류미경 사회진보연대 정책부장


1. WTO 5차 각료회의 대응 투쟁의 준비상황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4차 WTO 각료회의 결과로 2005년 새로운 무역질서를 출범시키기 위한 협상인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업협정(AoA), 서비스협정(GATs), 지적재산권협정(TRIPs)등의 의제들은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예정인 5차 각료회의까지 기본 가닥을 확정하고, 투자자유화, 경쟁,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 등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에 관해서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정해지는 방식대로 협상을 시작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만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면 미국과 유럽연합 등 중심부 국가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등 예정 데로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OECD 각료회의, G8 정상회담 등을 통한 도하개발의제 성사를 위한 이들의 노력은 분주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 편, 각각의 의제에 관한 협상이 진척되고 이에 따른 개방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이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투쟁도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서비스협상에서 지난 3월 31일 개방계획서 제출 시한을 앞두고 정부가 교육분야를 개방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고, 이에 대해 교사·학생을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들은 'WTO교육개방·교육시장화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여 다양한 투쟁을 벌였다. 오는 6월 말 경 정부가 WTO 사무국에 제출할 2차 개방계획서에는 보건의료 분야도 포함될 전망이어서,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폐기! 의료시장개방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투쟁에 돌입했다. 농민들 역시 도하개발의제에 따른 농산물 개방의 폭과 수위 확대와 2004년에 개시될 쌀 시장 개방 재협상, 그리고 그에 앞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 밖에 경기, 대구경북 등 지역 차원에서도 WTO 개방 저지를 위한 노-농 연대의 틀이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5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이러한 흐름을 하나로 모아 WTO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추진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전 민중의 연대투쟁을 형성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5차 각료회의에 대응하는 투쟁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계획되고 있다. 99년 시애틀 3차 각료회의를 무산시키고 WTO 내의 새로운 무역협상 라운드의 출범을 지연시켰던 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은 점차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민중적인 대안을 둘러싸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공간인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을 탄생시켰다. 지난 1월 말에 열린 3회 사회포럼에 모인 사회운동 세력들은 9월 5차 각료회의를 결집의 계기로 삼자고 의견을 모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 역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11일∼12일 멕시코시티에서는 '미주대륙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반대 캠페인'과 국제적인 WTO 반대투쟁 네트워크인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Our World is not for sale)'의 발의로 전 세계의 150여 개 사회운동 조직들이 모여 "WTO 대안 형성을 위한 민중 포럼"을 개최하여 오는 WTO 5차 각료회의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또한 지난 5월 18일에서 21일 사이 자카르타에서는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에 저항하는 지구적 반전운동의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자카르타평화합의문"을 채택하여 앞으로 계속될 연대 투쟁, 특히 WTO 각료회의 기간 동안 지구적 행동의 결의를 천명하였다. 이러한 계획은 앞으로 개최될 각종 회의를 통해 더욱 구체화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의 맥락에서 WTO 반대투쟁의 의의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다가올 5차 각료회의 대응 투쟁에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2. 도하 개발의제의 개요- "필수 서비스의 상품화, 투자와 금융거래의 완전한 자유화 "

WTO는 각 국의 무역장벽을 없애고 무역 자유화의 틀을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비롯한 WTO 협상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상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관세를 낮추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5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무역질서의 틀을 짜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초국적 기업의 금융적 팽창을 뒷받침하는 국제적 규범을 수립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각각의 의제는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 식량, 물 등 필수 공공서비스를 완전히 시장화하여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한 편,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차별하는 요소를 없애고 손실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등 투자 자유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조처들을 국제적인 규범으로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하면 IMF와 세계 은행이 주변·반주변 국가들이 처한 외채 혹은 외환위기를 매개로 하여 차관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긴축재정 등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했다면, WTO 도하개발의제는 이러한 정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틀을 갖추고 '분쟁해결메커니즘'을 두어 이를 강요하는 셈이다. '개발의제'라는 이름을 달고 '무역에 있어서 개도국들의 이익을 증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허울좋은 도구일 뿐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개도국 우대조치'에 관한 이행 계획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5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의제에 대한 대략적인 협상 내용을 다음과 같이 살필 수 있다.

* 농업협정(AoA)
지난 10여 년 동안, IMF와 세계은행은 주변·반주변 국에 차관을 지급하며 그 조건의 일환으로 농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내 식량생산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감축하고, 농업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제거하도록 했다. 이와 유사하게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정은 ①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관세 감축의 비율을 높이고 폭을 넓히는 것)'②‘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한 감축’, ③'국내보조(추곡수매제와 같은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의 실질적 감축’을 협상의 3대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주요 농업 수출국인 미국은 이러한 원칙을 주장하면서도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식량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조처는 미국을 비롯한 초국적 식량생산 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산물 수출국들로 하여금, 과잉 생산된 식량을 생산비 이하의 가격으로 덤핑하여 주변·반주변 국의 농촌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식량 생산을 붕괴시키도록 하고, 전 세계 민중들의 식량 소비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 서비스협정 (GATS)
서비스협정은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공급, 상수도공급, 통신, 금융서비스, 시청각서비스, 법률서비스, 건설, 유통,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협상 대상으로 한다. 이 협상은 교육, 의료, 물, 에너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급되어야 할 공공 서비스를 상업화하는 한 편, 외국인 지분소유한도를 철폐하도록 하여 초국적 자본이 침투하여 활동할 수 있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협정이 다룰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제한이 없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 역시 언제든 가능하다. 때문에 이 협정은 개별 회원국이 특정 회원국을 대상으로 개방 요청을 하고, 그 요청에 근거하여 개방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또한,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 대해 특혜를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협상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 싱가포르 이슈
9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2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투자,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을 무역자유화와 어떠한 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해 분석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후 이 의제들은 '싱가포르 이슈'로 명명되어 다루어졌다. 2001년 4차 각료회의에서는 이 주제들이 '도하개발의제'의 협상의제로 포함되어 '5차 각료회의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는 투자행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거래에 있어서의 신속성을 꾀하고자 하는 초국적 자본의 필요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대다수의 주변국들은 이 이슈들이 개방압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이슈를 통해 미국, 일본 등은 OECD 내에서 추진하려다 실패한 "MAI(다자간 투자협정)" 수준의 투자자유화 협정을 WTO 내에서 체결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즉, '단기성 투기자본까지 포함하는 투자의 광범위한 정의', 국내 투자와 해외투자를 차별하지 않고, 해외투자간의 동등 대우를 보장하며, 투자 설립 전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등의 조치들을 규범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독과점, 카르텔 등의 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며, 통관, 수출입허가 등 모든 수출입 절차와 운송형식, 대금지불 절차를 간소화하며, 정부조달 분야에 있어서의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의 차별 금지와 투자 정보 등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조치들 역시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완전히 자유화된 투자와 금융거래의 틀을 확립하는 것이 이 이슈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3. 노무현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과 도하개발의제

남한을 '자본유치형 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은 실제로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남한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동력을 창출하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초국적 자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인식하도록 하는 각종의 조처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를 보장하고 '이행의무부과금지'와 '수용과 보상에 관한 규정'을 두어 위험요소로부터 보호한다는 '투자자유화협정', 외국인투자에 대해 각종 규제를 면제하고 교육, 의료 등에 대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경제자유구역법'등이 그것이다. 또한,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역시 이러한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의 연장선에서 초국적기업의 활동 영역을 더욱 확대시켜주고, 투자의 자유화를 꾀하는 조처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특히, 협상에 있어서 한국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취해진 이른바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바탕으로 다른 회원국들로 하여금 자유화와 개방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 협정에서는 농업포기를 유도하는 정책을 구사하며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 3월 31일 146개 회원국 중 오직 18개국만 제출했던 서비스분야 개방계획서에 교육분야까지 포함시켜 서둘러 제출했다.


4. 무엇을 기치로 투쟁할 것인가?

분명히 할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세계적인 무역질서 각 민족국가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노리는 것은 상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금융적 팽창을 위한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자본 이동의 완전한 자유화를 완성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WTO 반대투쟁의 의의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시장 개방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들이 공격하는 민중들의 제반 권리를 옹호해 내는 것에 있다. 식량, 물, 의약품,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민중들의 접근권을 박탈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부추기며, 농촌을 붕괴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반-민중적, 반-사회적 성격을 충분하게 폭로해내고, 민중들의 완전한 삶을 보장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고, 환경 파괴를 규제하며, 민중들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해체시키며 외자유치를 경제성장의 유일한 동력으로 삼으며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노무현 정권의 발전전략의 한계를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을 전개할 때 WTO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의 지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5. 덧붙여

현재 경제자유구역 폐기,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저지를 목표로 한 노동자-농민 연대투쟁이 개시되고 있다. 또한, 5차 각료회의가 열리는 9월 초에는 민중의 권리를 파괴하는 5차 각료회의를 규탄하고 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투쟁과, 각료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에서 각료회의의 진행을 저지하고, 민중들의 대안을 모색하는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할 참가단 활동이 계획되고 있다. 이러한 투쟁 계획을 의미 있게 성사시키기 위한 각 단위별 교육과 조직화가 내실있게 준비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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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월간 사회진보연대 6월호 특집으로 실린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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