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WTO의 비애: 자유무역주의자들, 새로운 라운드에 합의했으나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2-01-10 23:51
조회
1330
가난한 국가과 부유한 국가 모두의 노동자와 소농, 그리고 환경 운동가들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지구적 연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를 형성할 수 없다면, 기업 권력 주창자들과 탈규제화된 경제는 다음 WTO 협상 라운드에서 또 다시 승리하게 될 것이다.


WTO의 비애: 자유무역주의자들, 카타르회의에서 새로운 '라운드'에는 합의했으나...

[인디즈타임즈] 2001년 11월 21일, 데이빗 모우버그

11월 중순, 페르시아만에 있는 아주 작은 국가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 회의를 끝내면서 무역 관료들이 결론 맺은 최종 문서는, 심지어 [파이낸셜타임즈]마저도 "거의 무의미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모호하다. 그럼에도 관료들은 세계 경제를 더욱 탈규제화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 '라운드'를 출범시켰고, 미 무역대표 로버트 죌릭은 자신들이 "시애틀의 얼룩을 극복했다"라고 지껄였다.

도하에서 고통스럽게 합의된 이 무미건조한 문서는, 1999년 시애틀 WTO 회의장 내외에서의 저항으로 더욱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 전지구적 무역 체제 내 모순들을 단지 무마시켰을 뿐이다. 죌릭이 추진한 양보조치들은 미 의회에서 (대통령에게) 무역 촉진 권한을 부여하는 '신속협상권' 통과에 대한 이미 강한 반대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텅 빈 승리가 될 수도 있다. 점점 확대되어 가는 반대론자들은 전지구적 경제 탈규제화의 부적절함과 불평등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향후 5년 혹은 그 이상 진행될 협상에서 협상가들은 이들을 대면해야 할 것이다. 도하 회의는 향후 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으나 새로운 규범들을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포괄적인 새로운 협상 라운드를 촉구하는 유럽연합과 -유럽연합보다는 덜 적극적이었지만- 이들을 지지하는 미국에 저항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개발에 대한 보다 높은 관심을 약속했다. 하지만 수사학적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WTO 선언문은 오로지 자유무역을 찬양했을 뿐이며, 반면 선진국들은 아주 가난한 나라의 더 많은 상품들에 자국 시장을 개방하도록 하는 제안들을 거부해버렸다. "전세계 빈곤한 민중들에게 매우 큰 패배이다... 부풀려진 개발 라운드에는 사실상 개발이란 없다"라고 세계개발운동의 베리 코우츠 대표는 말한다.

WTO가 공중 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의약품 제조 허가를 일반의약품 제조자에게 줄 수 있도록 명시함으로써 (비록 일반의약품을 자체 제조할 수 없는 국가들에 대한 해결책은 미뤄지긴 했지만), 개도국들은 최소한 한 가지 승리는 얻어낼 수 있었다. 이론상, 현재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은 이러한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고 있지만, 미국은 에이즈 퇴치용 일반의약품을 생산하려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을 법적 조치로 협박해왔다. (10월에 미국 관료들은 탄저병 전염을 대비해 바이에르 사의 씨프로(Cipro)를 일반의약품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제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죌릭은 TRIPs 관련 합의 사항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도대체 왜 미국, 독일, 스위스와 영국 정부들은 엄청난 사나움과 위협과 매수를 통해 선언문 채택을 저지했는가?"라고 무역·농업정책연구소 소장인 마크 릿치가 묻는다. "이것이 정치적 선언으로써 강력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를 저지하려던 것이다. 이는 NGO와 개도국들 간의 조직적인 전선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선진국들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개도국, NGO와 노동조합들은 지적재산권보다 공중보건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지만,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개도국과 많은 NGO들은 WTO가 국제노동기구(ILO)와 더욱 가까이 협력해 핵심적 노동권을 촉진하도록 WTO를 재촉하려던 노동계의 노력에 반대했다. "우리는 단지 후퇴하지 않기 위해 투쟁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AFL-CIO의 무역정책 전문가 테아 리는 말한다. 유럽연합의 노동권에 대한 미약한 지지(미국은 지지하지 않았다)만으로는 노동계의 후퇴적인 의제도 "얻어낼 수 없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 대한 수출품 '덤핑'을 금지하는 법을 유지하겠다는 미국 의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죌릭은 반덤핑 규범에 대한 협상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섬유 시장 개방 가속화를 요구하던 개도국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국내 정치의 영향 하에서 이루어진 선택이었을 수 있다. 즉, 섬유 산업은 공화당 집권 주에 집중되어 있고, 반덤핑 관련 법률이 약화될 위험에 처한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철강 산업은 민주당 집권 주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아무튼, 현존하는 섬유 쿼터제는 향후 몇 년 사이에 점진적으로 철폐될 것이며, 그 때가 되면 많은 작은 가난한 나라들의 의류 및 섬유 산업은 이번 회의에서 WTO에 가입한 중국(그리고 대만)의 경쟁으로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또한 WTO 규범에 더욱 많은 환경 보호 조치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제안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국이 생명, 건강과 환경을 "적절하다고 사고되는 수준에서" ("국제 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 조치"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릿치는 환경 제품과 서비스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제안들이 공공 수도 체계 민영화의 뒷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WTO가 WTO 규범을 어떻게 국제 환경 협정들에 조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안, 새로운 가이드라인들은 오히려 환경 협약에 아예 서명을 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무역 인센티브를 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면, 새로운 가이드라인들은 환경 보호와 농촌지역의 사회적 안정이 포함된 "비교역적 관심사항"은 이후 농업 협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서비스 무역 및 지적재산권 보호와 같이, 농업은 새로운 협상 라운드가 출범하지 않았더라도 지속될 협상 의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농업 관련 가이드라인은 소농과 국내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반면, 초국적 곡물 회사들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고 있는 해외 사장에 대한 농산물 덤핑을 막아내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유럽의 수출 보조금이 회의에서 주된 공격 대상이 되었는데, 미국 농민들에 대한 지원 역시 생산원가 이하의 수출 보조금이다. 물론, 증가한 수출이나 정부의 지원 그 어느 것도 소농들에게는 적절한 소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개도국, 노동조합과 NGO들은 또한 투자, 정부조달, 경쟁정책과 같은 이슈(정부의 "독점"을 위협할 새로운 방법을 제공해줄)에 대한 논의를 WTO에서 제외시키고자 한다. 새로운 협상 라운드에서 나온 타협안은, 본 협상 돌입을 위한 만장일치 이전에 이 논쟁적인 이슈들에 대해 2년 간의 협상 준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인도와 같은 나라가 앞으로 2년 후에 협상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선진국들은 이미 양자간 또는 지역 무역협정을 통해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NAFTA나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은 해외투자에 대한 정부 규제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기업 권력의 최고 수준을 표상한다. 경제적, 사회적 개발이 세계 무역의 확장과 나란히 진행될 수 있긴 하나, 탈규제화된 무역 자체로는 발전을 가져오기 어렵다. 무역협정들이 여전히 초국적 기업 권력과 그들의 지적재산권을 신성시하고, 공공 서비스를 위협하고,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WTO는 태생적으로 경제적 또는 사회적 발전이 아닌 초국적기업의 이익들의 이해관계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모호하고 수위가 낮춰진 의제를 가지고 선진국들은 개도국에게 상당한 양보조치를 주지 않은 채 자신들이 원하는 협정들을 협상해서 얻어내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아마 이 과정에서 협력하지 않는 개도국들에게 해외원조를 끊겠다는 협박과 위협을 이용할 것이다).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부채 탕감과 같은 조치 등을 위해 투쟁해온 국제적 노동운동은 WTO 의제의 확산을 저지시켜내기 위해 개도국 및 NGO들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개도국 노동조합들이 국제 협정에서 보다 강력한 노동권 보호조치를 따낼 것을 자국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포함한다. "장기적으로 나는 노동운동이 국제 사업 관련해 다시 생각하고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AFL-CIO의 리는 말한다. "심지어 ILO와 WTO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개도국 정부들이 많지 않다." 릿치와 같은 몇몇 NGO 전략가들은 향후 개도국 정부들과의 협력 가능성에 고무되어 있지만, 노동조합, 환경 운동가들과 또 다른 NGO들이 원하는 것과 이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바 사이에는 여전히 넓은 간극 -때로는 공공연한 갈등- 이 있다.

개도국 정부들은 많은 경우, 국내 지배계급이며 신뢰를 가질 만한 진보적 동맹세력이라 할 수 없다. 이와 반면, 특히 유럽연합과 같은 몇몇 부유한 국가들은 노동권과 환경 보호를 지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들은 노동자와 환경에 매우 치명적인 투자나 기타 정책에 관한 규범 또한 지지하고 있다.

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 모두의 노동자와 소농, 그리고 환경 운동가들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지구적 연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를 형성할 수 없다면, 기업 권력 주창자들과 탈규제화된 경제는 다음 WTO 협상 라운드에서 또 다시 승리하게 될 것이다.


출처: PICIS 인터내셔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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