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논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4-13 23:32
조회
1060
[논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1.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grement)은 어떤 것인가?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reement)은 국가간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간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을 뜻합니다.

대부분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등 서구유럽의 유럽연합(EU) 및 미국·캐나다·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이,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으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WTO 체제하의 자유무역협정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① EU와 같이 FTA의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고유한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완전히 철폐하고 역내의 단일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해 가거나, ②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FTA의 각 회원국이 역내 단일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하지 않고 자국의 고유 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WTO는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Most-Favoured-Nation Treatment)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원칙의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무역체제입니다. 반면, FTA는 기본적으로 WTO의 이 최혜국대우 및 다자주의원칙을 벗어난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적인 특혜무역체제입니다. FTA에서는 회원국간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에게는 WTO에서 유지하는 관세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또 FTA 회원국간에는 상품의 수출입을 자유스럽게 교역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의 상품에 대해서는 WTO에서 허용하는 수출입의 제한조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상의 내용은, 농림부 홈페이지 http://www.maf.go.kr을 참고하였음.)

2. 왜 자유무역협정인가?

자유무역협정과 WTO 체제와 같은 국제 무역의 자유화 추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이후의 세계 경제구도의 변화상을 알아야 합니다.

1945년 선발 자본주의국가였던 연합국 세력의 승리로 2차 대전이 끝나고, 참혹한 피해를 입고서 정치경제적으로 쇠락해진 서유럽(영국, 프랑스 등)을 대신하여, 전쟁기간 동안의 군수품 호황으로 대공황을 탈출했던 미국이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습니다. 유일한 태환화폐였던 달러화를 중심으로 강력한 미국 경제를 기반에 둔 'GATT-IMF(혹은 브레튼우즈) 체제'라 불렸던 미국 중심의 서구 자본주의 체제는, 두 번의 오일쇼크와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해 무너지면서 자본주의 세계는 대위기를 맞게 됩니다. 원활한 축적을 도모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윤율을 보장받기 위한 자본의 노력은 이른바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경제 시스템을 창출했던 것입니다.

이에 맞선 전세계 민중들의 줄기찬 저항의 물결은 결국 1999년, WTO 차기 무역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총회가 열렸던 시애틀에서 폭발하면서 가시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각국 정부와 개별 국민국가의 총자본·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편'에 어느 정도의 제동이 걸리게 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와 국민 국가 소속 자본간의 경제구도 재편과정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심화되어, 더 이상 다자주의원칙에 입각한 WTO의 틀만으로 자본이 목적하는 바의 시장을 창출해내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개도국들의 WTO 무역 협상에서의 발언권 강화 움직임이나, 한국·일본·EU 등의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바로 좋은 사례가 됩니다.

이러한 정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본측이 제기한 것이 바로 자유무역협정입니다. 체약국간의 유사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완전한 무역 자유화를 통한 활발한 교역과 기술 교류를 통해, 역내 경제권의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표피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EU·일본·중국―더욱 넓게볼 때 화교(華僑)계― 자본간의 헤게모니 다툼 속에서, 어떤 세력이 21세기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고, 이는 향후 WTO 차기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각국은 사활을 걸고 자유무역협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3. 김대중 정권은 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하는가?

원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시발점은 1995년 문민정부 시절부터였습니다. 당시 외무부는 산하 관변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달라고 연구 용역을 의뢰하였으며, 1998년 이 연구 결과(무관세 개방시 약 9.6억 달러 정도로 후생수준이 개선된다고 했음)가 발표되자 정부내 자유무역론자들의 비호로 말미암아, 김대중 정권은 농림부의 반대 의견(WTO가 농업협상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뜻하는 것임)을 묵살하고 그 해 11월 17일 한-칠레 양국 정상은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잠정 합의하게 됩니다.

김대중 정권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재편을 통해 한국의 국제 신인도를 높여야만 외자가 유치되고 수출도 늘어나 경제가 살아나므로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 그 논리입니다. 또한, 1998년 11월 양국 정상간의 잠정합의를 파기함으로써 초래될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과 이로 인한 신인도 하락과 같은 부정적 결과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심각한 폐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가 한국의 시장 개방·경제 개혁을 향한 의지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시장 개방이 이뤄져야만 외자 유치를 통해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어불성설을 일삼으면서 여론을 오도하며 조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4. 협정 상대국인 칠레의 농업은 어떠한가?

최초의 무혈 선거 사회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아옌데 정권, 그 민중의 정권을 광란의 피로 물들이며 무력으로 탈취했던 독재자 피노체트의 나라... 우리나라를 쏙 빼닮은 굴절된 현대사의 족적을 지니고 있기에, 가슴 속 우러나오는 따스함으로 손 맞잡아야 할 정다운 이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칠레는 우리 농업의 존폐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칠레는, 이른바 플렌테이션(Plantation) 농업이라 불리는 미국계 과실 메이저 기업이 중심이 된 기업농 중심의 농업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2천ha 이상의 규모를 지닌 기업농이 칠레 농가 전체의 0.5%(1,575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돌 칠레(Dole Chile)와 유니프루티(Unifrutti)가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칠레 내 6대 메이저 농산물 업체가 과실 생산 및 유통·수출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근 중소 농장을 수직계열화하여, 생산지도에서부터 최첨단 포장센터에서 선별, 포장을 거쳐 고유 브랜드로 수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대형 회사의 농업 노동자로서 일반 영세 소농 농민들이 고용되어 있구요.

그러면 칠레의 농업과 농산물 수출 현황을 살펴봅시다.

칠레 과일은 세계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지만, 수출 물량이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세계 과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포도의 경우 1998년 현재 총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며, 세계 수출 물량의 24%를 점유하면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키위, 아보카도, 자두, 사과, 배, 복숭아, 체리 등의 과일마저 전세계 수출물량 중 5위 이내에 들어, 막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이미 칠레산 포도는 WTO 체제 이후 1996년부터 수입되기 시작해 전체 수입포도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의 밤낮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고, 한국산 포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은데다, 한국산 과일의 단경기인 3∼5월에 가을 수확철이 되기 때문에 특히 시설 과일(딸기, 포도 등)과의 대체가 초래되면서 가뜩이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 과일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5. 어떠한 방식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할 것인가?

3월 5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제5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을 관세 양허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표생략)

이러한 관세 양허안도 사실, 칠레 측의 협상 전략에 끌려 다니고 있는 외교통상부가 농림부에 급하게 요구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농림부도 가장 민감한 품목인 포도·사과·복숭아 관련 생산자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관세화 개방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가격경쟁력이 막강하며 수확후 관리 기술이 우리를 훨씬 능가하는 칠레 농업의 특성상, 아무리 배로 2달여 동안 운송해 온다고 해도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는 값싼 과일이 무한정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의 신선과일과 시설과일은 설 땅이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해 제주도 감귤 가격의 폭락을 초래하여 농민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었던 미국 레이블 오렌지의 사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습니다.

6.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시 우리 민중들이 입게 될 피해는 얼마인가?

논리적이며, 공식적인 수치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정부 관변 연구 기관의 자료를 기반하여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외교통상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1998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경제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산업을 완전 무관세로 개방한다고 해도 국민 경제 전체의 후생수준은 9.6억 달러, 농업을 제외할 때에는 9.5억 달러의 개선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되려 전체 무역수지가 농업부문의 포함여부에 관계없이 6천만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림부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더욱 부정적입니다. 관세 완전 철폐로 인해 입게 될 사회적 후생의 감소까지 우려된다는 게 분석 결과의 핵심입니다. 즉, 시설포도 생산농가와 배 생산농가의 소득은 354억원 감소하는 반면, 소비자 잉여는 341억원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사회적 잉여는 13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키위 생산농가와 참외 생산농가의 소득은 191억원 감소하는 반면 소비자 잉여는 109억원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사회적 잉여는 82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타 신선과채류의 가격이 교란됨으로 인해 나타나게 될 전체 농민들의 경제적 피해의 규모도 매우 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부내 관변 연구 기관 스스로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부당성을 인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셈이죠. 이는 칠레 자체가 1인당 GDP가 5,000 달러(남한의 56%)이며 인구 규모도 우리보다 훨씬 작아서(남한의 32%) 시장 규모가 협소할뿐더러, 칠레는 이전부터 저관세화 시장 개방을 해왔기 때문에 관세 인하로 인한 이득도 별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수출해 온 자동차나 가전제품도 현재 우리나라 제품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칠레 시장을 포화 상태로 만들었으므로,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여력도 거의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칠레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의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도 조만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므로, 이 협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배타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습니다.

7.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시 농업부문의 제외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엎질러 놓은 물과 같이 주워 담을 수 없도록 되어 버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과연, 대안적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과 칠레에 가장 민감한 부문과 품목을 제외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국가들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이나 산업을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하거나 상당기간 유보 또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이것은 우리와 비슷하게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던 나라들의 사례에서 얼마든지 살펴볼 수 있으므로 매우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⑴ 캐나다-칠레의 자유무역협정을 살펴봅시다. ① 우선 문화산업을 자유무역협정에서 완전히 배제했으며 ② 캐나다는 사과·배·복숭아·포도·감귤·체리 등 신선과일을 무관세 협정에서 제외했습니다. 또한 칠레는 ③ 자국의 민감품목인 도정용 밀의 관세인하 기간은 17년으로 설정했습니다.
⑵ EU-멕시코의 자유무역협정의 경우를 봅시다. ①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WTO의 농산물 시장개방 일정 등과 조화되는 방식과 범위 내에서 추진하고, 관세철폐 및 감축방식은 현행 관세수준과 수입관리 등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인 방식으로 협정을 체결하였습니다. 또한 EU 측은 ② 곡물·낙농품·육류 및 가공과채류 등을 협정 발효 후 3년 내에 재검토하도록 하여 사실상 WTO 농업협상 이후로 미루고 있습니다.
⑶ 칠레는 여타 국가간의 자유무역협정을 많이 맺어 놓은 상태인데, ① 멕시코와의 경우는 분유·치즈·포도·밀·식용유를 제외하였습니다.
⑷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에도 문화 산업분야는 완전 배제하였으며, 농업 분야도 미국-캐나다, 미국-멕시코, 캐나다-멕시코 간에 별도의 협상을 체결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습니다.
⑸ 우리와 같이 자유무역협정을 아직 맺지 않은 일본의 경우도, 새로 협정을 맺을 시 농업부문은 반드시 제외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입니다. 아울러 일본 통상성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농업 등 무역 면에서 심각하게 대립되는 분야가 없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8. 한국 농민들과 칠레 노동자들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2000년 말,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팩시밀리에는 칠레의 금속산업노조연맹과 섬유산업노조연맹 명의로 된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내용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한국의 막강한 공산품들이 더욱 홍수처럼 밀려들어오게 되면 우리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게 된다, 한국도 영세 과수 재배 농민들을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반대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들과 연대하여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9장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 개방과 경제 구조조정 속에서 죽어나는 것은 민중입니다.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자신의 모자란 생산수단과 자금력, 시장 장악력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배제되어 오면서 한 나라 사회의 소외된 영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입 농산물의 범람으로 마땅히 심어서 돈벌 수 있는 작목이 없는 한국 농민들이나, 무관세로 도입될 한국 공업제품으로 말미암아 일자리를 잃게 될 칠레 노동자들은 결국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며 나아가 전세계 민중의 삶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죠.

9. 이번 협상이 향후 한-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맞습니다. 정부(관변 연구 기관의 문건에서) 스스로가 이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향후 미국, 일본, 호주, 멕시코, 뉴질랜드와 벌이게 될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위한 '학습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한-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에서 민중의 생존권을 지속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법적 틀과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 우리 정부나 수구적 극우 세력(이른바 '자유주의적' 경제학자라 불리는 공병호·복거일·강경식·설광언 등의 엘리트 세력, 조·중·동의 신문 재벌과 전경련 등의 재벌 세력)들의 의도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들의 바라는 원대한 꿈(!!!), 세계적 차원의 자본 축적(이것을 도모하다가 실패한 김우중은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25조원을 쥐고 어디로 도망가 있을런지...)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 호주나 뉴질랜드 등의 선진국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한국 내에서 더욱 원활한 자본 축적을 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달라는 것입니다. 왜 칠레와 같이 한국보다 훨씬 경제적 사정이 나쁘고 공업화도 뒤져 있는 국가에서, 한국 시장의 완전한 개방까지 요구하며 강경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칠레 자신도 이번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더욱 홍수처럼 밀려들어올 한국·일본산 공업제품으로 인한 국부 유출을 내심 걱정하면서도 한국 농산물 시장 개방을 위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배경은, 그 배후에 미국 등에 기반을 둔 청과 메이저들의 입김이 있기 때문입니다(4절 참고). 그들을 위해 더욱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칠레 정부가 요구받은 과제라 한다면 칠레 정부로서도 어쩔 수없이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속에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칠레의 금속·섬유 노동자의 반대 운동은 묵살되고 탄압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일방적으로 체결된 연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각국의(혹은 초국적 자본이 중심이 된) 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소위 정부가 몇 년동안 공들여 준비하며 국민들의 여론을 결집해 논리를 만들었던 WTO 차기 무역협상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조차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유무역협정의 논리에 기반하여 더욱 많은 개방화를 이끌어내려는 이른바 선진국들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렇게 한국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도로 이행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10. 시장 개방과 무역 자유화(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잘 아시다시피, 1980년대 서구 자본주의 경제의 침체를 계기로 정권을 잡게 된 보수(수구) 세력들은, 자본의 일방적 이해 관철을 위해 철저히 봉사하고자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편을 단행하게 됩니다. 개별 국민 국가 차원으로는 국민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각종 민중 생존권이나 환경 문제와 관련한 규제 조치들을 완화·철폐하고 있으며, 시민·민중운동(노동자·농민·학생운동 등)에 대한 회유와 탄압을 통해 노동-자본 계급간에 첨예해질 수밖에 없었던 갈등 관계를 '힘의 논리'로 파괴하여 자본의 원활한 축적을 위한 기반을 공고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노동자 계급의 자본에 대한 패배로 말미암은 결과는 크게 2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⑴ 우선 노동-자본간의 갈등과 투쟁의 결과로 도출된 타협의 산물인 사회 안전망과 복지 시책이, 자본의 압력으로 인한 정부의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해 축소·폐지됩니다. 이는 절대 빈곤층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지속적이며 강력하게 전개되는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상당수의 단순 노동자(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를 가리지 않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됩니다. 또한, 복지국가 체제 당시 원활한 자본 축적과 노동-자본간의 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던 교육·의료·주택 등의 무료―혹은 저렴한― 서비스가 축소·폐지되어 나머지 일자리 있는 민중들의 경제적 사정은 더욱 열악해집니다. 더 나아가, 전통적으로 열세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여성·아동·결손가정에 속한 사회적 소외 계층은 더욱 배제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⑵ 이에 그치지 않고 개별 국민 국가의 경제 정책을 '국제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관리·통제해야만 한다는 명목 하에 만들어지는 각종 국제 규범으로 인해 국민 국가 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계급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됩니다. '예외없는 관세화'라는 명목 하에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시장 개방의 확대와 국경 보호 조치의 감축을 명시한 WTO 체제가 바로 대표적 사례입니다. WTO 협정문은 국민 국가의 헌법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상위법으로 작용하면서, 개별 국민국가들의 역사적·사회적 전통에 기반했던 각종 사회적·제도적 장치들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표준화'된 WTO 식 국제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에서는, 이른바 '단타'를 노리는 투기적 금융자본은 물론 외자 유치를 위해 들여온 '건전한(??)' 자본들까지 매력을 잃고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축적 조건―노동자와 소외 계층의 이익과 정치적 발언권을 더욱 효율적으로 '배제'하며, 각종 사회·환경 관련 규제가 엉성한 곳이 자본의 '요람(??!)'이 될 것입니다―, 더욱 높은 이윤율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을 자본은 더욱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본의 논리'는 더욱 확실하게 관철되면서 강화됩니다.

결국, 개별 국민 국가 차원에서 해체되었던 각종 사회 안전망(노동-자본간의 투쟁과 타협의 산물인)과 문화적 정체성의 붕괴는 더욱 심화되고, 나아가 단일한 자본 중심의 체계로의 이행(그것도 가장 악랄한 미국식 자본주의에 입각한)이 더욱 가속화됩니다. 이 속에서 제일 큰 피해를 감수하며 고통을 겪게 되는 사람들은 생산수단이 없거나 모자란 노동자와 영세 소농 구조하의 농민, 전통적 자영업에 종사하는 일반 서민들입니다

* 이글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학생회
농업농촌문제연구회 녀름지기
땅의 사람들
서울대농업정책연구회 공동작성
(연락처 : 02-884-7181, 전송 : 02-884-7180 홈페이지 : www.agroad.or.kr )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