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대담 : 누구의 무역인가?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2-26 23:28
조회
1344
대담 : 누구의 무역인가?

작성자: picis(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아래의 내용은 WTO와 '지구화' 일반에 관한 진보적 견해의 샘플이다. 모든 참가자들은 WTO가, 현재 구성되어 있는대로라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WTO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지구화'가 근본적으로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해서는 견해차이가 불타오른다.


대담 : 누구의 무역인가?

「네이션(The Nation)」12/6 더그 헨우드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무역은 정책 전문가들(policy wonks)과 특수이익집단의 전유물이었으며, 전문가와 로비스트들 또한 이런 방식을 선호하였다. 오늘날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제 무역은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한 가지 이유는 무역의 성장이다. 교역량은 1950년대 초반에는 국내총생산(GDP)의 4%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이유는 공장 건설과 같은 생산적 목적에서부터 국별 통화에 베팅하는 투기적인 그것에 이르기까지 국제 자본이동이 훨씬 더 강력하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이유는 무역협정들이 커버하는 영역이 관세 및 쿼타같은 전통적 문제로부터 노동, 환경, 보건 관련 규제 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다운사이징은 넘쳐나고 새로운 일자리는 드물었던 199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최초의 대규모 무역 전쟁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프타는 미국 제조업이 보다 저렴하고 우호적인 나라들로 원활히 이동-로스 페로의 유명한 "콸콸콸 물빠지는 소리" 비유를 기억하라-하게끔 만드는 계획인 듯이 보인다. 나프타가 효력을 발휘한 지 1년 후인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의 탄생과 더불어 새로운 교역체제가 생성되었는데, 이는 1940년대 후반 이래 세계무역을 규제해온 훨씬 느슨한 일련의 협정들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WTO는 무역 분쟁에 판결을 내리고 제네바에서 비밀리에 열리는 "전문가" 심사회의에서 무역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한 규제들을 무효화하는 등의 거대한 권력을 갖고 있다. 사실 WTO는 거의 어떠한 대중적 책임성도 없는 세계정부의 일종이다.
지금까지는 그토록 무법적이었다(So far, so outrageous). 그러나 WTO-와 '지구화'-는 일종의 전체적 시야 안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오늘날의 경제적 압박의 대부분은 전지구적인 경제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일국적 경제정책들의 결과이며, 그러한 압박의 대다수는 ('지구화'가 하나의 중요한 일부분에 불과한) 자본주의의 오랜 특징의 효과이다.
WTO의 탄생 이래, 자유무역론자들의 삶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 1997년 클린턴 대통령은 무역 거래를 협상하기 위한 소위 긴급처리(fast-track) 권한을 거부당했다.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무역협정이 승인받을 것이라고 상상하긴 어렵게 되었다. 보다 세계적으로 보면, 지난 몇 년간 새로운 국제적 운동이 성장하여 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확대하려는 이들의 기도를 좌절시키고 있다. 첫 번째 주요한 승리는 조용히 협상되던 다자간투자협정(MAI)-자본을 위한 권리장전-을 물리친 것이었다. 운동 진영은 인터넷을 창발적으로 활용하여 조직하고 정보를 알려냈으며, 이는 전세계 엘리트들 사이에 커다란 좌절을 야기한 사실이었다.
11월 30일 시애틀에서 개막되는 WTO 정상회담은 이 새로운 무역 정치의 시대에서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주최측인 클린턴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자유화 의제를 한층 확대시키는 밀레니엄라운드 무역협상의 개시를 상징하기를 희망했었다. 그러나 수천의 활동가들은 이 파티에 난입할 것을 결의하였다. 정상회담 참가자들의 분위기를 망치고 WTO에 관해 민중을 교육시키기 위한 두 가지 목적으로 시위와 시국토론회(teach-in), 가두연극 등이 있을 예정이다.
아래의 내용은 WTO와 '지구화' 일반에 관한 진보적 견해의 샘플이다. 모든 참가자들은 WTO가, 현재 구성되어 있는대로라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WTO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지구화'가 근본적으로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해서는 견해차이가 불타오른다. 우리는 이러한 논쟁이 지식의 깊이가 항상 느낌의 깊이만큼 심원하지만은 않은 영역에서의 논의를 북돋울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그 헨우드

'지구화'는 정말 얼마나 큰 문제인가?

'지구화'는 얼마나 중요한 문제입니까? 지구화를 그토록 강조하면서 무시되는 다른 문제들은 없습니까?

대니 로드릭: 지구화의 어떤 측면들은 우리가 이전 세기말에 목도했던 지구화의 질량에 훨씬 못미칩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는 종종 일국적 정부들이 전지구적 세력들에 의해 속박되는 정도를 과장하곤 합니다. 각국 정부들은 종종 "기업들이 탈출해버리거나 수출로가 막힐 것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걸 할 수 없다"고 너무도 쉽게 말합니다. 그러나 정부들은 여전히 많은 자율성을 갖고 있으며, 자국 조건의 향상을 원하는 정치세력들과 비정부기구 등은 상당한 행동의 여지가 있다고 각국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여전히 이러한 향상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킴 무디: 아, 제 생각에는 사람들이 다른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면서 지구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지난 20여 년간 세계를 손아귀에 넣어온 (신자유주의적)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힘으로 지구화를 파악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겁니다. 세계 시장이 어떤 객관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사고에 일말의 진리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들 시장이, 기업들로 하여금 공장을 폐쇄하고 자유롭게 재구조화하게끔 허용하는 정치적 의지와 조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거지요.

노멘클라투라

종종 논쟁은 '자유무역론자' 대 '보호무역론자' 사이의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을 틀잡는 데 도움되는 방식입니까?

로드릭: 그건 매우 오도적입니다. 가장 열렬한 자유무역 지지자들 일부는 가장 정력적인 보호무역론자들보다 조금도 더 중상주의적이지 않습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실제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자기이익의 추구에 다름아닙니다. 미국의 일부 금융서비스 기업은 해외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입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산업 부문의 이해와 동일한 중상주의적 이해에 의한 것입니다. 따라서 모순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금융서비스 기업같은 자유무역 옹호자 대 철강산업같은 보호무역론자-은 실제로는 아주 동일한 것, 즉 자기이익의 추구입니다.
로리 왈라크: 소위 자유무역이라는 것과 보호무역주의라 불리는 무언가 사이에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허튼소리입니다. 이것은 세계경제를 조직하는 일련의 규칙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구성물이지요. 이와 같은 현재 버전의 주창자들은 이를 '자유무역'이라 지칭하며 조금이라도 다른 것은 보호무역주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WTO는 아담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가 자유무역에 관해 저술할 때 마음 속에 그렸던 그런 것이 아닙니다. 8백쪽에 이르는 WTO의 조항들에 가장 적합한 명칭은 관리무역입니다. 그들은 자유무역을 갖고 있지 않으며 우리는 어떠한 무역도 원치 않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이슈는 무엇이 통행 규칙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향수병에 빠진 담쌓는 사람들?

자유무역론자들은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을 국가들 사이에 담을 쌓고자 하는 이들이라고, 향수병의 수인(囚人)이라고 비난하길 선호합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이 비판자들이, 빈곤으로부터의 유일한 출구가 미국같은 부유한 나라에 수출하는 것밖에 없는 빈국의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시어 리: 전세계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가 빈국이건 부국이건간에 자신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받아야 합니다. 국제 무역 체제는 무역 장벽을 낮추고 자본 이동의 권리를 증대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을 상호 경쟁상태에 놓으면서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과 유럽의 노동조합들과 함께 우리가 매우 세밀하게 작업해온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구화 논쟁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게 아니라 이를 제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 우리의 미래 전망이 부국과 빈국들이 서로 교역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며, 개도국이 강력한 민주주의를 구축하고 강한 노동조합에 기반하여 중간계급을 강화하고 환경을 보호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받는 세계라는 점을 확실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고 미국 주위로 담을 쌓아놓은 지금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 경제의 상이지요.
왈라크: 분명히 퇴행적인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전(前)케인즈주의적인 세기전환기의 삶의 질과 노동 처우를 전지구적 규범으로 추구하는 것입니다.
월든 벨로: 북반구에서 불만을 낳았던 이슈들은 종종 보호론자로서의 남반구 국민들과 맞닦뜨리곤 합니다. 이들이 북반구 시장들로부터 남반구의 상품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이러한 이슈들을 양측 모두에서 가려내기 위해 시민사회 조직들이 필요한 영역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남반구 국가들이 금세기에 진전을 이룬 방식들을 살펴보면 이는 보호주의를 통해서였습니다. 대공황 시기 동안 라틴아메리카는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통해 발전의 측면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소위 호랑이 국가들이 보호주의를 통해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었지요. 자유무역과 탈규제, 이러한 것들은 주로 미국의 의제였어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남미와 아시아에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써왔습니다.

이상한 동맹

이러한 무역 전쟁 중 일부에서는 좌파적 색채의 세력과 우익 공화당 및 반(反)노동조합 섬유재벌 로저 밀리컨같은 반동적 기업인들 사이에 이상한 동맹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동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왈라크: 진행된 일들은 좌파나 우파의 저명인사들이 어느쪽에 있는가보다는 대중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과 더 관계가 있지요. 지구화와 작전 금융, 기업 복지 등과 같은 극소수 이슈들에 관해 제가 보기에는 우리가 완전히 우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좌파의 좌파라고 간주하는 사람들 사이가 온건파나 중도파들보다 서로 더 가깝습니다. 분명 사람들은 자신들이 찬동하는 것보다는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찬성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지요. 당신이 팻 뷰캐넌인가 랠프 네이더인가에 달려있는 거예요.
데이나 프랭크: 전지구적 자유무역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민족주의, 특히 경제적 민족주의를 세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민족주의야말로 기업들이 국내적으로 동일한 이윤창출 논리를 따를 것이라는 사실을 내려다보는 일국적 자본과 동반자관계를 수립하기 때문이지요. 국내 자본과의 민족주의적 협력이라는 아이디어는 우리가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로 그 문제로 우리를 빠뜨립니다. 이는 국내 노조파괴자들과 우리를 동반자관계로 묶어세우며 '우리' 대 '그들'이라는 식의 정책을 만들어냅니다. 뷰캐넌이 떠들어대는 바로 그것이지요. 끔찍한 일이예요.

결과에 맞서기

무역 자유화는 주로 부유층을 이롭게 하고 다른 모든 이들에게는 소득 저하와 불안정을 낳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로드릭: 전후 시기 대부분을 통해 우리는 사회안전망을 확고히 자리잡게 하는 동시에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시켰습니다. 1980년대초 이래 이러한 암묵적인 거래는 무효화되었습니다. 무역의 이면에서 경제적 탈구(dislocation)가 진행-그리고 이러한 탈구를 다루는 건설적 방식을 제시하면서-되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 무역 확대 의제를 좇는 건 문제가 있어요. 우린 "무역은 놀라운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득을 얻지만 누구도 해를 입지 않는다"란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듣지요. 이 말이 진실이 아님을 모르는 경제학자는 없어요.
로버트 라이시: 무역이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패자가 잃는 것보다 승자가 얻는 것이 많을 때, 즉 무역의 전반적 효과가 양(陽)일 때는 좋은 경우일 수 있지요. 그러나 분배 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승자가 결코 패자에게 보상하지 않는다는 게 정치적 현실입니다. 자유무역에서 패한 이들이 보상을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뿐입니다. 무역장벽이 만들어질 경우 전세계 극빈층은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패자들이 협상수단으로 무역장벽을 세우겠다고 위협하는 것보다 보상을 얻어내기에 더 좋은 방법은 없어요.
우리는 우리 국민들에게 훨씬 좋은 교육과 직업 기술, 보건, 자본 접근권, 공공교통, 휴식 등을 제공하고 가난한 미국인들-빈민만이 아니라 분배구조 상 하위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민들-을 훨씬 생산성있게 만들 능력이 있습니다. 이는 상위 국민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며 세계 다른 지역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미국민의 하위 3분의 2에게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도모해야만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상위 20%와 하위 20% 사이의 갭은 두 배로 확대되었습니다. 현재 비율은 75대 1에 이르지요. 이건 안정적인 세계를 위한 수치가 아녜요. 보호무역주의는 이러한 경향을 역전시키지 못합니다. 투자-국민에 대한 진정한 투자-만이 이를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어떻게 최부유층을 설득시켜 이러한 투자를 행하게끔 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보다 나은 세계

WTO와 지구화에 관한 수많은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보다 나은 세계가 어떠할 것인지에 관해 적극적인 비전이 있습니까?

벨로: 적극적인 의제는 비판 속에 이미 담겨있어요. 우선 들 수 있는 건 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정부 능력의 침식입니다. 이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시장은 새롭게 자리잡아야(re-embedded) 합니다. 다시 사회의 하위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사회적 연대같은 가치들이 자유시장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기업은 실제로 너무나도 많은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국적, 국제적으로 정부와 시민사회가 연합하여 저지세력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몇 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지구화는 불가피하지만 어떤 종류의 지구화인가? 긍정적인 의미의 지구화인가, 부정적인 의미의 지구화인가?"하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지구화의 몇몇 측면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상품은 그곳에서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게 비록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라 하더라도요. 물론 커다란 문제는 항상 있지요. 이러한 원칙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왈라크: 부적절한 무역 규칙들을 잘라내야 합니다. 이 규칙들은 외부에서 부과되는 전지구적인 통일된 규범이 부적절한 수많은 영역들을 침범했어요. '공공성의 상품화'에 관한 수많은 이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환경 관련 규정들은 무역을 가로막는 기술적 장벽이 되었지요. 물이나 다른 생물 자원(유전자, 세포, 종, 사람)들은 상품화되거나 거래되어선 안됩니다. 그런데 WTO 아래서는 세포 계열까지 특허를 낼 수 있어요. WTO 모델은 지구를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간주합니다. 인류는 노동자이거나 소비자이고 환경은 효율적으로 추출해낼 수 있는 자원의 집합에 불과하고요. 다양성(민주주의와 문화적 차이)은 비효율성으로 간주됩니다. 고도로 효율적인 하나의 세계시장과는 다른 가치들이 있어요. 현재의 무역 규칙은 천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천장이 아니라 마루이지요. 시장들은 훨씬 더 분절화될 것이고 우리는 세계무역보다는 지역적인 교역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의 이익은 민주적 책임성 아래 이루어지겠지요. 세계시장 전체에 관여하는 두세 개의 전지구적 생산자보다는 유사한 시장들의 집합을 다루는 몇 가지 중소규모의 운영자가 존재하는 게 낫습니다.
로드릭: 점차 전지구적으로 되어가는 시장 체제와 여전히 민족국가 수준에 묶여있는 통치 제도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합니다. 통치 구조들이 훨씬 더 국제적으로 변하지 않으면서 경제 통합이 한층 진행되리라고 상상하긴 어렵지요. 하지만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이들 구조가 대중적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민중 세력에 책임성있는 국제적 관료제에 대해, 전지구적 차원의 선거 장치에 대해, (유럽 모델과 같은) 일종의 전지구적 연방주의에 대해 말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치를 지구화하거나 시장의 과도한 지구화를 억제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는 여전히 일국적이기 때문이지요.

보다 높은 규준?

노동 및 환경 관련 규준들이 WTO 안으로 삽입되어야 합니까, 아니면 이를 담아내기에는 WTO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공간입니까?

왈라크: WTO가 처음 수립되었을 당시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WTO 내의 환경 연구단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들은 하나를 얻어냈고, 5년이 지난 후 가장 정력적인 주창자들 대다수는 이 연구단이 무역에 지배되는 존재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환경 관련 법률이 환경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보호장치를 제거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는 거지요. 우리는 상업적인 세계관과 역할에 지배되는 조직의 수중에 환경을 맡기고 싶지 않아요. 이건 마치 멸종위기종 법안을 파산법에 끼워넣는 것과 같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등한 수위의 조직입니다. WTO를 일국적, 국제적 환경 정책에서 배제시켜야 해요. 세계 노동운동은 WTO에 규준을 삽입하는 문제에 관해 5년 전의 환경운동과 같은 열정을 갖고 있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리: 우리는 국제적 무역협정들에 강제적인 노동권을 삽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관해 전세계 노동조합들 사이에 매우 강력한 합의를 이루어냈습니다. 여기에는 결사의 자유, 단체협약권,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고용차별 등에 관한 조항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국제기구들이 어떻게 핵심적 노동관련 규준 준수라는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이들 규준의 준수를 차관 공여 조건의 하나로 삽입할 수도 있어요. WTO는 노동권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없기 때문에 각국이 핵심적 노동 규준을 시행하고 강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규정의 부재 자체가 이를 시행하는 각국의 능력을 침식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것이 각 나라가 논의를 원하는 이슈라는 합의에 도달하기는 아직 요원합니다. WTO는 다자간 조직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핵심적 노동 규준을 도모하는 데 있어 WTO가 어떤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대화를 연다는, 보다 온건한 목적을 갖고 출발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권과 환경보호를 WTO 규정에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는 없어요. 단기적으로는 WTO가 자신의 행동이 노동 규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촉구하고 결국 언젠가는 규정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디: 규준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 다자간투자협정의 전체적 목적은 무역과 투자에 관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강제의 문제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자국 노동조합을 심하게 다룬다는 이유로 미국이 WTO를 이용해서 제재를 가하는 걸 상상할 수 있나요? 제 생각에 노동진영이 이러한 방침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들은 좀더 대담해지지 않을까요? 노동자들은 세계적 차원에서 다국적기업들과 대결해야 합니다. 최근 진행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훨씬 많은 거지요. 과거에 대한 제의(祭儀)적인 접근이 아니라요. 가능한 훌륭한 사례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진 석유노동자 파업입니다. 미국의 석유노동자 노동조합(현재는 PACE로 통합되었습니다)과 국제산별노련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압력 운동을 벌였습니다. 결국 인도네시아 파업은 승리했지요. 미국과 메히꼬, 유럽에서는 노동자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건설중입니다. 평조합원 차원의 보다 많은 초국가적 교류가 필요합니다. 때로 훌륭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산별노련같은 고도의 조직들이 존재하지만, 연맹의 연맹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지요.
벨로: 남반구 민중들은 상품이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가 하는 결정을 WTO의 수중에 맡기는 것은 그릇된 방향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 대신, 국제노동기구(ILO)를 강화합시다. 다자간환경협정을 강화합시다. 북반구의 비정부기구(NGO)들은 너무 조급하게 WTO를 강제 기제로 이용하려 했습니다. 분명, 북반구의 환경단체들은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는가, 혹은 물고기를 어떻게 잡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데 있어 올바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반구의 일자리가 걸려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흔히 지나쳐버리곤 하지요. 남반구 국가들이 깨끗한 생산방식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북부의 환경친화적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 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노동과 관련해서도 매우 복잡한 이슈들이 있어요. 흔히 우리가 남반구의 열악한 노동착취 조건에 관해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 규준이 근본적으로 상향조정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이는 값싼 노동에 대한 다국적기업들의 욕망을 넘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사적, 사회적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화는 끝났는가?

자유무역은 자전거와 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앞으로 계속 나가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거지요. 전진을 위한 추동력이 다한 걸까요?

라이시: [지구화에 맞선] 반발은 분명 오고 있습니다. 올바르게 관리되기만 한다면 자유무역과 전지구적 자본은 본래 좋은 것이라고 믿는 우리들의 과제는, 지구화의 좋은 점을 보존하면서 한편으로는 심화되는 불평등과 환경 파괴를 극복하기 위한 진보적 전략을 발전시킴으로써 이러한 반발을 피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구화의 좋은 점을 의제상에 올릴 필요도 있지요. 이차대전 이래 지구화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국민의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켜 왔습니다. 지구화가 가졌던 유의미성은 부자나라의 가난한 사람들도 자립경제 체제 하에서 누렸을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저축이 가난한 나라들로 유입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노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개혁할 것인가, 폐기해버릴 것인가?

그렇다면 WTO를 개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완전히 폐기하시겠습니까?

리: 모든 측면에서 개혁해야 합니다. WTO의 규정과 그 과정 모두를 말이죠. 국제무역의 규칙에 관한 제도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현존하는 규칙이나 과정을 우리가 선호하는 건 아니지요. 현재 WTO 규정에 쓰여있는 유일한 노동권은 각국이 감옥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WTO 규정은 다른 핵심적 노동규준들을 다루고 있지 않아요. 어떤 나라가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을 금지하거나 독립적 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나라에 무역제재를 가하려고 하면, WTO는 이를 교역제한으로 타격할 수 있어요.
벨로: 저라면 WTO를 폐지해버리겠습니다. WTO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북반구, 특히 미국의 우위를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강화된 지적재산권 관련 제한들 때문에 모방을 통한 산업화(많은 나라들이 산업화된 전통적인 방식이지요)는 이제 더 이상 선택지가 될 수 없어요. 과거에 경제발전을 위해 관세장벽과 쿼타같은 무역정책들을 창의적으로 이용한 모든 방식이 이제는 없어져 버렸습니다. 농업에 관한 협정은 유럽연합과 미국이 향유하는 전지구적 농업교역 독점을 공고화하려는 시도에 다름아닙니다. 그래요, 우린 지금 규정에 기반한 제도와 매우 강력한 분쟁해결 제도를 갖고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행사하는 기본적인 일은 감독 비용을 감축하는 겁니다. 제 생각은 보다 완화된 구조와 애매함이 빈국의 이해에 기여할 것이라는 거예요. 현존하는 일련의 규칙들은 부자나라들, 특히 미국에 유리하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참가자 프로필>

월든 벨로 {어두운 승리: 미국과 세계적 빈곤}(국역 창작과비평사)의 저자이자 방콕 에 본부를 두고 있는 남반구포커스(focusweb.org)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마닐라의 필리핀대학 공공행정학 교수이다.

데이나 프랭크 {미국인을 사라: 경제적 합리주의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Buy American: The Untold Story of Economic Nationalism)}의 저자이자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시어 리 {전지구적 경제 현장 안내(Field Guide to the Global Economy)}(근간)의 공저자이자 미국노총산별회의(www.aflcio.org) 공공정책부에서 국제경제 담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킴 무디 {신자유주의와 세계의 노동자}(국역 문화과학사)의 저자이자 「노동노트」(www.labornotes.org)의 간사를 맡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 클린턴 1기 행정부의 노동장관을 역임했으며 브랜다이스대학 경제·사회정책학 교수이자 「미국의 장래(The American Prospect)」
(www.epn.org/prospect.html)의 편집인이다.

대니 로드릭 {너무 멀리 진행된 지구화?(Has Globalization Gone Too Far?)}의 저자이자 하바드대학 정치경제학 교수이다. 하바드대학 세계발전센터의 정치경제학 프로그램(www.cid.harvard.edu)을 지휘하고 있다.

로리 왈라크 시민국제무역감시단(www.tradewatch.org)의 간사이다.

더그 헨우드 포럼 소집자이자 「네이션」의 외부편집인. 「레프트 비즈니스 옵저버(Left Business Observer)」의 편집자이자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국역 사계절)와 {새로운 경제?(A New Economy?)}(근간)의 저자이다.

출처: 인터내셔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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