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사치는 귀신도 미워한다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34
조회
1153
<사치는 귀신도 미워한다>
 
『목민심서』의 ‘제가(齊家)’조항을 읽어보면 공직자라면 가정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가족윤리가 붕괴되고 이혼율이 높고 안정된 가정이 적어지는 시대일수록 가정을 바르게 다스리는 제가의 문제는 그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몸을 닦고 가정을 제대로 다스리고 나라를 통치한다는 유교주의에서는 그 한 복판에 제가가 놓여 있어서 다산도 그 문제는 참으로 심도 있게 다루었습니다. “의복의 사치는 뭇사람들이 꺼리는 바이고 귀신도 미워하는 것이자 복(福)을 깎아나가게 하는 일이다”(衣服之奢衆之所忌 鬼之所嫉 折福之道也)라고 하여 가정생활에서의 요체는 의복이나 음식을 검소하고 간략하게 하는 일임을 설파했습니다.  

그래서 소견이 천박한 공직자의 부인들이 저지르는 사치스런 생활이 얼마나 큰 죄악인가를 역력하게 설명했습니다. “그 장식·패물을 곱게 하고자 하기만 힘써서 함부로 서울의 돈을 토색해서 방물장수를 널리 불러들여 진귀한 비단, 가는 모시베, 고운 삼베, 용을 아로새긴 비녀, 나비 모양의 노리개 등속으로… 그것을 보면 식자들은 벌써 그 남편이 바르지 못함을 알 것이다. 재물을 낭비하고 복록을 해치면서 남편의 얼굴을 깎아내니 무슨 즐거움이 있을 것인가”라고 열거하여 천박한 부인네들의 사치가 남편의 위신을 깎아내림을 경고하였습니다.  

참으로 가정을 제대로 관리하는 공직자라면 부인은 나무비녀에 베치마를 입어서, 성장(盛裝)한 부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었습니다. 고관대작의 부인으로서의 영광도 훌륭한데 하필이면 온갖 장식물로 의복을 사치스럽게 하고 먹는 음식까지 호화롭게 한다면 모두의 미움을 사기 마련이라는 것이 다산의 주장입니다. “이미 높은 좌석에 앉았으면서 또 의복까지 화려하게 꾸미기 바란단 말이요? 부귀를 겸할 수야 있겠소.”(旣坐首席 又要服飾華好 富貴可兼得耶) 이렇게 투덜대는 부인을 달랠 줄 아는 고관만이 훌륭한 공직자라는 것을 다산은 강조했습니다.  

명예에 만족하고 의복과 음식은 검소하고 소박하게 하는 가정만이 공직자의 명예까지 높여준다는 것을 그런데서 알 수 있습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