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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유럽인 꿈’의 부활 / 장정수 (한겨레, 4/14)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2
조회
1188
**[유레카] ‘유럽인 꿈’의 부활 / 장정수 (한겨레, 4/14)

공산주의 몰락 이후 미국을 발원지로 하는 시장경제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평정했다. 효율과 이윤을 숭배하는 시장경제는 자유경쟁을 신성 불가침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이데올로기는 경제 영역을 넘어 정부·교육·문화·복지 등 사회 모든 부문으로 침투했다. 이른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승리이자 소수의 승자만이 생존하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시장경제의 폭주에 불안과 환멸을 느낀 세계인이 대안으로 발견한 것은 유럽식 자본주의 모델이었다. 유럽식 모델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공동체의 가치 실현과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유럽인의 꿈’(유러피안 드림)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표현도 동일한 맥락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학생과 노동자의 승리로 끝난 최초고용 계약제 반대 투쟁은 유럽인의 꿈이 세계를 휩쓰는 신자유주의 광풍에서도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신자유주의의 기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패배하고 중도좌파의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승리했다.

그렇다고 유럽인의 꿈이 유토피아를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유럽의 경제는 여전히 침체 늪에 빠져 있다.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회적 약자 배려와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행복과 복지라는 인류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사례는 시장경제의 우울한 미래를 예고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의 재무부증권 매입이 중단되면 미국 경제는 파탄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만큼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도 드물다. 시장경쟁 체제도 70년 만에 소멸된 공산주의 체제와 마찬가지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또다른 이데올로기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