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

佛 우파정부 ‘국민적 저항’에 밀려 백기 (경향, 4/11)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2
조회
1151
**佛 우파정부 ‘국민적 저항’에 밀려 백기 (경향, 4/11)

노동시장 유연화로 실업난을 해소하려던 프랑스 정부의 시도는 학생·노동계가 주축이 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남긴 채 실패로 끝났다. 프랑스 정부가 10일 문제의 기회균등법 8조(CPE·최초노동계약)를 전격 백지화하고 이를 다른 법안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국에서 3백만명 이상이 총파업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진 프랑스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현실적으로 유일한 조치였다.
정부의 발표 직후 시위를 주도해온 학생 대표와 노동계는 일단 만족감을 표시해 2개월 이상 이어졌던 시위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또 CPE 철폐 결정으로 프랑스의 안정적 고용제도는 일단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실업문제 해결과 노동시장 유연화는 프랑스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고스란히 남게 됐다.

CPE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뒤 2년 이내에 별다른 사유 없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이 제도 도입을 발표한 직후 프랑스는 시위와 소요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프랑스 전역의 대학과 고등학교는 물론 공공기관까지 총파업에 가세했으며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당초 시라크 대통령과 드 빌팽 총리는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으나 노·학 연계투쟁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프랑스 국민 68%가 CPE 철폐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5일 우파 지도자인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CPE 철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유 의장도 9일 “CPE로 인해 정권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는 등 CPE 도입을 추진한 우파 정권 내부에서도 철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자칫 정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프랑스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러나 프랑스 사태를 지켜본 영·미권의 시장경제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해고가 용이해야 고용이 늘어나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노동계가 고용보장의 약화만을 들어 이에 반대한 것은 근시안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프랑스인들이 작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지금 과거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PE 전격 철폐 결정은 내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판도에도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내부에서는 드 빌팽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총재가 차기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왔으나 이번 CPE 파동으로 인해 두 사람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CPE를 주도했던 드 빌팽 총리는 학생·노동계의 시위에 밀려 법안이 폐기된 데 이어 총리직 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정치적으로는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CPE 발표 이전에 40%를 유지하던 드 빌팽 총리 지지율은 20%대로 급락했다. 반면 사르코지 총재는 CPE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다 막판 협상을 주도하며 법안 철폐를 사실상 유도해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