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인도의 지진피해자들, 물질적 도움 이상의 손길 필요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2-12 19:55
조회
1108
인도의 지진피해자들, 물질적 도움 이상의 손길 필요

인도의 구자라트州 비노드 말라비야 주교는 지난달 26일 강타한 50년만의 최악의 지진사태로 잿더미가 된 이곳의 주민들은 단순한 물질적 도움 이상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경고하면서 "지진피해자들을 위한 구호물자 배급으로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이들 주민들이 입은 내적 충격과 정신적 쇼크를 극복하도록 돕는 상담원들을 보내야한다. 현재 우리는 지진피해마을들에 보낼 젊은이들에게 긴급 상담훈련을 시키고있다"고 밝혔다.

8.1 리히터 규모로 강타한 이번 지진은 구자라트주를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특히 파키스탄과 경계를 이루는 쿠주지역의 피해가 더없이 컸다. 州 정부는 사망자의 수가 3만5천이라고 밝혔지만, 사회봉사자들과 외신들은 10만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요도시들은 부지, 안자르, 바차오, 간디담 등으로서, 4만5천 평방 킬로미터 지역의 900개 마을 대부분이 완전한 잿더미로 변했다. 수천 명의 시체가 여전히 잔해에 묻혀있지만, 이곳의 여러 마을에는 아직 구조대원이 도착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인도의 주요구호단체인 교회들의 사회행동보조단체(CASA)에서 인간개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파일부스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길가에서 생활하고있다"며 "부주지역 근방의 30개 마을을 방문했지만, 건재한 건물을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들 마을에 구호의 손길을 보내야하며, 주민들을 위한 임시거처를 신속히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구주의 여러 지역에서는 전화, 전기, 수도 등의 시설이 아직 복구돼지 못했으며, 특히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여 몹시 춥지만, 밤을 지샐 천막을 얻는 것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대지진이 강타할 무렵 어떤 시의 주민들은 모두 밖에서 국가기념일에 참석한 결과 사고를 면했지만, 부지와 간디담 사이에 있는 안자르市에서는 공화국 선포 51주년을 기념하는 가두행진을 벌이다 초등학생과 교사 400여명이 잿더미에 묻혔으며, 비탄에 잠긴 주민들은 꿈에 들리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괴로워서 잠들 수 없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는 2200명 학생들 모두가 생존했지만, 귀가후 부모와 형제 자매 친척들 대부분이 잿더미에 묻힌 것을 발견한 이들 학생들은 충격 속에서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됐으며, 대부분의 보호자가 사망한 학생들과 절반 이상의 학생들을 잃은 학교들로서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의 각 단체들과 교회들 및 해외에서 생존자를 돕기 위해 도착한 구조원들은 힌두교 근본주의자들의 방해작업에 부닥쳐있는 실정이다. 북인도교회에 속한 구자라트의 저명한 활동가 크리스타는 동료들로부터 "힌두교근본주의자들이 마을 곳곳에서 기독교선교사들이 구조활동에 참여하고있는지를 수색하고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힌두교 근본주의자들 집단인 RSS에 대해 언급했다.
수녀들이 이끈 교회의 구조 팀들이 구자라트주 근처의 마을에 도착했을 때, 힌두교근본주의자들은 지휘봉을 들고 입구에서 "왜 이곳에 왔느냐? 너희들은 이곳에 올 필요가 없다"며 지키고있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마을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4일 세계힌두교협의회의 VHP 총무인 아쇽 싱하이는 인도정부는 카톨릭교회가 지진피해를 돕기 위해 지원한 미화 4백3천만달러를 "보이코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돈은 아시아지역의 개종을 위해 작년 뉴델리를 방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요청에 의한 지원이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의 카톨릭주교위원회 대변인 엠마누엘 신부는 싱하이의 주장을 "무시하는 편이 낫다"며 "이는 VHP가 보여주는 편협주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