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라틴아메리카교회협의회 총회, 지역의 갈등해소와 예언자 역할 다짐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1-02-12 19:54
조회
749
라틴아메리카교회협의회 총회, 지역의 갈등해소와 예언자 역할 다짐

라틴아메리카교회협의회(CLAI)는 지난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콜롬비아의 바랑킬라시에서 "평화건설에 힘쓰자"는 주제로 제4회 총회를 가졌다. 이번 주제는 특히 정부군과 좌파 게릴라집단 및 우파 민간군인들 사이의 유혈전쟁으로 폭력사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콜롬비아에게 있어 매우 적절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 폭력사태로 수만 명의 콜롬비아주민이 사망했으며, 내부적으로 2백만 이상의 주민들이 강제 추방됐다. 콜롬비아 항구도시의 야구장에서 2000명 이상의 지역교회 교인들과 500여명의 총회 참석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번 총회의 개회예배에는 전쟁으로 얼룩진 이 땅에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기도회가 드려졌으며, 특히 여러 지역의 다른 인종들이 제각각의 언어로 평화의 기도를 드리는 인종적 화합이 강조됐다.
현재 CLAI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21개국에서 150여 회원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다. CLAI는 1978년 멕시코에서 창립됐으며, 1982년엔 페루에서, 1988년 브라질, 1995년 칠레에서 총회를 가졌다.

CLAI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총회시기와 맞추어 진행된 선교정책협의회에서 주제강연을 맡은 라틴아메리카의 저명한 교회사 교수인 아르투로 피에드라는 라틴아메리카의 개신교관련 에큐메니컬 단체들이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생존하려면 "좌파정치 지향의 기존 이미지를 극복해야하며, 지역교회들과의 편파적인 관계들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피에드라 교수는 CLAI의 지도자들이 "전통과 일치하지 않는 대안적 개념이나 사상"을 적용시켰던 방법론적 선택은 실패했으며 "교회가 해야만 한다는 오만한 명분의 욕망으로 사회와 교회의 변화과정에 도입시킨 이 방법론은 종종 교회들로부터 불필요한 거부감을 유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교회들을 위한 CLAI의 관계는 한때 에큐메니컬협의회가 신앙의 유효성은 바로 사회적 변화로서 측정된다는 입장에서, 정치적 좌파일색인 의제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인상으로 인해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교회들의 삶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교회협의회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CLAI가 "다수의 소외된 자들을 위해 펼친 활동과 라틴아메리카신학의 사고에 끼친 영향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지만, 이는 결국 대중이 없는 예언자 배출과 일부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급진주의자들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긍정적이라 볼 수 없다며 CLAI는 무엇보다 "다른 견해를 지닌 무리라는 인상을 탈피하고, 선두자적인 입장에 처하기보다는 목회적 차원의 지혜"로써 "교회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에드라 교수는 또한 이번 선교협의회에서 이 지역의 에큐메니컬운동이 직면한 도전적 양상들을 개괄하면서 교회들의 오순절화경향, 일부 성공한 교회지도자들의 과대망상증, 번영의 기복신학, 탈교파주의 등을 논했다. CLAI의 총무 이스라엘 바티스타는 피에드라 교수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CLAI가 지난 10년간의 변화된 이 지역의 상황에 걸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그동안 에큐메니컬운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구조적 위기상황에 대해 지적했다고 본다고, 오늘날 우리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있는 오순절교회들과 비성서적인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카톨릭교회들과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라틴아메리카교회의 지도자들은 이번 총회에서 콜롬비아의 내전상황과 세계화의 대응문제 및 오순절교회와의 관계 등 당면과제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벌였으며, "에큐메니컬운동의 새로운 시점"이란 성명서를 채택함으로 한 주간의 총회일정을 마쳤다. 이 성명서는 향후 라틴아메리카의 에큐메니즘에 있어 주요과제로 다루어져야 할 도전상황을 개괄적으로 다루었는데, 콜롬비아의 폭력상황, 라틴아메리카 지역 기독교의 서로 다른 표현방식, 여성차별철폐의 필요성, CLAI 실무자와 각 기관에 있는 원주민 및 흑인의 차별철폐문제, CLAI의 자체적인 조직개편문제 등이 포함됐다.

총대들은 선언문에서 현재 라틴아메리카는 "신학적 혼란"과 "윤리적 혼탁"에 빠져있으며 매우 상충적이고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오랫동안 주된 관심사였던 세계화와 외채 및 가난 등의 이슈는 이전만큼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분야는 현 콜롬비아의 폭력상태로서 콜롬비아의 일부계층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 충돌양상을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사악한 죄의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미국의 지지 하에 추진되고 있는 "콜롬비아 계획"은 현 콜롬비아의 충돌양상을 더욱 확대시킴으로 에콰도르 등의 이웃나라로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1996년 종식된 과테말라의 내전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여러 국제적인 교회관련단체들과 함께 다각적으로 큰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했었던 CLAI는 현재 정치적· 군사적 시나리오로 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콜롬비아의 내전상황에 관심을 기울임으로 콜롬비아정부와 게릴라집단인 민족해방군 사이의 중재자로서 이곳의 평화를 위해 분투하는 콜롬비아교회를 지원하기로 천명했다.

콜롬비아장로교회의 총무 밀톤 메지아는 사실 이곳의 교회들은 폐쇄와 함께 성직자가 살해되고, 마약과 연루된 장기간의 폭력사태로 온 회중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며 강제 추방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공포 분위기에서 콜롬비아의 교회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콜롬비아의 내전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우리는 시민사회와 더불어 조국의 평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와 군 및 게릴라와 민간부대에게 내맡길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된 이슈는 세계화문제와 더불어 많은 이들이 믿고있는 종교적 다원주의의 확산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CLAI의 회장인 저명한 루터교 신학자 워터 알트만은 이러한 종교적 다원화현상이 종종 불행하게도 "격렬한 경쟁의식과 개종 및 중상과 상호적 공격행위들로 표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선언문은 한편으로는 "초교파적인 근본주의에 영향을 받고있는 일부의 反에큐메니컬 집단들과 카리스마적 집단들의 성장세"를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패권주의적 입장에서 복음주의적 교회들을 대항하고 고대적 편견들을 강화시키면서 대화를 강요하고있는 일부 카톨릭 집단들의 움직임에 대해 다루었다.

한편 CLAI의 바티스타 총무는 "분열과 배제로 일관된 우리 대륙의 삶에 있어서 에큐메니즘은 바로 배격이 아닌 삶을 위한 공간의 구성"이라며 총대들에게 CLAI의 문호개방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총대들은 선언문에서 CLAI에게 "연대와 관용 및 사랑"의 가치적 측면을 잃지 않으면서 "신앙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중간의 길을 모색하라고 요청했으며, 또한 CLAI는 "다른 복음주의적 교회들에게 개방하는데 있어 그동안 에큐메니컬적 향상에 이바지해온 점과 역사성 및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에드라 교수는 "CLAI가 취할 길은 예언자적 활동을 저버리지 않고, 교회들의 관계가 보다 긴밀히 연결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과 "예언자적 과제 또한 새로운 밀레니엄에 걸맞게 재정립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핫 이슈는 본 협의회의 기구적 재편성문제로서, 총대들은 국가별 회원교회들로부터의 재정지원 확대방안을 비롯해 "창조적인 리엔지니어링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LAI의 조직개편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번 총회에서 선출한 17인의 실행위원회에게 위임했으며, 실행위원회로 하여금 흑인과 원주민 및 여성의 온전한 참여방식에 관해 논의하도록 결정했다. CLAI는 최근 몇 년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원채용 및 재정적 지원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실세는 백인과 혼혈인 메스티조 남성들로서 부르주아적 헤게모니라는 강력한 비판이 이번 총회의 선교협의회에서 제기됐다.
선교협의회가 제안한 선언문 초안은 흑인들과 원주민 및 여성들의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이들의 강력한 제지로 인해 편집위원회에 되돌려 보내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도미니카성공회의 홀귄 주교는 오순절교회의 CLAI 회원가입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교회간의 상호 이해와 일치를 위한 사역에 헌신할 것"이라며 "오순절교회와의 차이점을 줄여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회의 몇몇 참석자들에 따르면, 아마도 CLAI의 신임회장과 그밖에 실행위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적 과제는 과연 CLAI 총회가 결의한 일치의 모습을 경제적·정치적 어려움이 커져가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달려있다며 CLAI가 광범위하게 다른 신앙고백집단의 입장을 수용함과 동시에 지역의 변화를 위하여 예언자적 입장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하나됨은 보다 심오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증언의 기구로서 추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