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유엔세계평화정상회의, 구체성 결여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09-06 00:40
조회
1162
유엔세계평화정상회의, 구체성 결여

WCC의 총무 콘라드 라이저 박사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 세계평화정상회의(8월 28-31일)가 전세계의 종교지도자들 1000명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역사적 모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지만, 종교지도자들은 "유엔의 주된 임무를 인식하고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 모임의 핵심사안들을 비판했다.
전세계의 광범위한 종교적 신앙과 전통들의 대표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이번 모임에서는 무엇보다도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서로 다른 종교적 전통들을 존중하고, 종교적 폭력사태를 비난하며, 남녀간의 보다 나은 평등을 위해 활동하도록 "지구의 평화를 위한 다짐(Commitment to Global Peace)"이라는 공식선언이 채택됐으며, 유엔과의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유엔을 위한 종교자문협의회 구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운영위원회가 먼저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불분명한 상태로서 구체적 사안은 다루어지지 못했다며 라이저 박사는 이번 모임이 세계 종교들의 위대한 다양성과 신앙의 전통을 인정하도록 민간포럼이 제공된 점 말고는 "분명한 인식의 초점"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가 유엔활동의 지지를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며 종교공동체들이 유엔과 더불어 활동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여론의 일치"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밖에 다른 저명한 에큐메니스트들도 세계평화정상회의가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란다는 희망과 함께 이번 행사가 전반적으로 내용의 깊이와 중심이 없었으며, 너무 장황하고 모호하게 전개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유엔과 긴밀하게 이번 행사를 지원해온 주최측에서는 종교지도자들과 공동체들이 유엔과 더불어 평화와 그밖에 활동들을 증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모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이저 박사는 세계종교와 평화협의회(WCRP) 및 세계종교의회를 위한 협의회를 비롯해 WCC처럼 "정의와 평화 이슈에 초점을 맞춘 종교간의 네트워크들"이 유엔과 공식연계를 맺고 있다며 "또 다른 기구를 형성한다고 해서 보다 나은 활동을 가져오리라 보기 어렵다"고, 또한 이번 회합이 진정한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유엔의 공식자문그룹이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들의 참석을 요청했어야 했다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불참과 중국정부의 반대로 달라이 라마가 개회식에 공식 초청되지 못한 점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인도의 일부 힌두교지도자들을 포함하여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몇몇 부류들이 "모임에서는 평화를 외치지만 국내에서는 종종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라이저 박사는 둘째 날 유엔총회장소에서 가진 연설에서 종교를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현상을 강력히 반대하도록 촉구했으며, "모든 참된 종교의 목적은 정의, 평화, 화합"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서 종교의 대화에 참여하지만 지금도 세계의 여러 곳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간의 지지도와 정치적 능력이 결여된" 그리고 "유엔에 속한 세계시민사회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자국의 이익과 개인적 특권만을 고려하는" 정치지도자들을 비판했으며, 이 정상모임은 "영적 진리의 혼합"을 구성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지도자들 스스로가 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지배권을 행사하는 자들에게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상호존중의 지구적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NI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저 박사는 이번 정상모임에 대해 보다 폭넓은 에큐메니컬 대화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시작 단계"로 보아야 할 것이며, 이 모임의 의의가 차후에라도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하지만 "종교간의 대화를 진전시키려는 WCC의 의지는 확고하며, 이를 추구하는 모든 자들에게 지속적인 개방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