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나가사키의 종-III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8-01-28 21:37
조회
1919
구호작업-2

8월 9일 오전 11시 2분, 우리카미의 중심 마츠야마 초 상공 5백 5십 미타의 한 지점에 한 발의 플로토늄 원자 폭탄이 폭발하여, 초속 2천 미터의 풍압과 맛 먹는 거대한 에네르기는 순식간에 지상의 일체의 물체들을 눌러 부시고, 분쇄하고, 불어 날리고, 이어 폭심(爆心)에 발생한 진공은 그 일체를 다시 공중 높이 빨아 올렸다가 내동댕이쳐 버린 것이며, 9천도라는 고열이 일체를 태우고, 다시 작열한 탄체 파편은 불덩어리로 비처럼 쏟아져 내려, 순식간에 온통 맹렬한 불길을 일으킨 것이다.
3만인이 목숨을 잃고, 십여만 인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또한 방사선에 의한 원자병환자를 수없이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공중에서 발생한 폭탄과 연기는 일시적으로 완전히 태양광선을 차단하였기 때문에, 아래 세상은 일식과 같이 암흑이 되었지만, 3분이 지나자, 연기가 팽창 확산하는 것과 함께, 그 밀도가 옅어져, 또다시 태양광선과 열을 조금 통과시키는 것 같이 되었다.
내가 혼자 힘으로 탈출하여 촬영실에 나타났을 때, 시(施) 선생이 얼굴을 내보였으며, 하시모토 군과 여성부장님 등 한 무리가 우르르 달려 왔다.
“잘 됐다. 잘 됐어.” 저 마다 소리치며, 나를 껴안았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귀중한 생명이다, 잘 살아 주었다. 그런데도 아직 다는 아니다. 야마시타 군은? 이노우에 군은? 우메츠 군은?
“다른 사람을 찾아 구해내자. 5분 후 여기에 모이자!” 무리는 순식간에 각 방으로 흩어져 갔다. 시 선생과 시로 군이 현상실에서 관(菅)을 들어 올리고, 밑을 들어다 보며, “어-이, 어-이,”하고 부르며, 귀를 기울였다 반응이 없다. 시로가 “모리우치 군, 죽었는가?” 하고 고함쳤다.
렌트겐 치료실 기기(機器)들 사이에서, 노장이 중상을 입은 우메츠 군을 구해 내었다. 선혈에 젖어 축 늘어진 우메츠군은 복도에 털썩 주저앉아, “눈이 없어졌어!” 하고 말했다.
“무어라 하는 거여, 눈은 있잖여.” 고 말하면서, 상처를 확인하고 있다. 눈 위가 푹 벌어져 있으며, 그 밖의 얼굴이 온통 크고 작은 상처이다.
여성부장님이 “괜찮아요, 괜찮아.”하며, 격려하면서, 수완 좋게 요오드를 바르고, 가제를 대고 삼각건을 감아갔다. 나는 우메츠 군을 진맥하고 차례차례 처리를 지사했다.
“선생님 도와주셔요.” “약을 발라 주세요.” “상처를 진찰해 주세요.” “선생님, 추워요. 입을 것을 주십시오.” 각기 말하면서 이상한 벌거숭이들이 무리를 지어 우리들의 주위로 몰려왔다.
그쪽은 온통 바람에 날리어 내동댕이쳐진 환자들 가운데, 목숨이 이 아직 끊어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바로 외래환자의 진찰이 한창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이 근방의 복도랑 실내에는 쓰러져 있는 사람의 수가 엄청났는데, 그들은 모두가 한결 같이 입성이 볏겨지고, 피부가 벗겨지고, 잘려지고, 흙 연기를 덮어써 회색이 되어있기 때문에, 마치 이 세상 사람같이 생각되지 않는다.
죽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를 기어와 나의 발목을 잡고, “선생님, 도와주십시오.”하며, 운다. 피가 뿜어 나오는 손목을 내민다. “어머니, 어머니” 하고 울며 도는 여자아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괴로워하며 뒹구는 모친, “출구가 어디요?” 하고 고함치고 달리는 몸이 큰 남자. “들것, 들것” 하고 외치며 우왕좌왕하는 학생, 주변은 어수선해져 갔다.
우리들은 거기에서 즉시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삼각건도 붕대도 얼마 있지 않아 모두 써버리고 없자, 이번에는 셔츠를 찢어서는 상처에 감고 있었다. 열 사람, 스무 사람 처치를 끝내고 나면, 뒤쪽에서 “도와주세요.” 하고 소리치는 새로운 부상자가 나타나고 부상자들의 외침이 끝이 없다. 나는 한 손으로 나 자신의 상처를 누르고 있지 않으면 안 되어, 일하기가 거북하지만, 돌연 환자의 상처에 잡히어, 누르던 손을 놓고 처치를 하고 있자니까, 마치 물대포로 붉은 잉크를 쏘는 것처럼 내 몸의 상처 구멍에서 피가 솟아나 옆의 벽이랑 여성부장님의 어깨 쪽이랑을 붉게 물들이고 만다. 관자놀이의 동맥이 잘려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맥은 작기 때문에, 내 몸이 아직 3시간은 유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하면서, 때때로 내 맥박을 재 보면서, 환자의 조치를 계속한다.
친구를 찾으러 간 하시모토 군과 츠바키야마 군이 돌아 왔다. “없습니다. 운동장의 밭으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장에 가고자 했습니다만, 넘어져 있는 나무와 불과 시체들 때문에 이미 길이 막혀 갈 수 없었습니다. 기초교실의 건물은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온통 불바다입니다. 병원 중앙은 대화재로 뒷문과의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부상자의 수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대강 이러한 보고인 것이다.
야마시타, 우에노, 하마, 오오야나기, 요시다, 다섯 사람의 간호부들의 얼굴이 차례로 눈앞에 떠오른다. 죽었단 말인가, 지금 숨이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상을 입고 눈앞의 이 환자들처럼 괴로워 뒹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무엇인가의 덕택에 무사히 피하여 있지 않을까? 살아있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이곳으로 돌아 올 것이다.
그런다 하더라도, 이건 전쟁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중대사다. 예상하지도 못한 대규모의 참사이다. 아마도, 역사적 대사건의 하나로 손꼽힐 수 있는 것에 틀림없다. 허리를 고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촬영실에 풀썩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시 선생과 여성부님이 나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가제로 눌러 압박 지혈을 해주고, 그 위로부터 삼각건으로 꽁꽁 묶었다. 그러나 동맥출혈이므로 삼각건은 순식간에 새빨개지고, 턱 부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모두 기기를 조사해 두도록.”
일동은 순식간에 다시 내 주변에서 흩어져 각자의 방으로 나뉘어 들어갔다. 그 동안, 나는 지긋이 생각했다. 이곳은 마치 피가 강물을 이룬 전장처럼 되었다. 우리들은 위생대로서, 우리의 활약은 지금부터다. 절대 겪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적은 다시 계속하여 이런 폭탄을 떨어트릴 것이다. 그렇게 한 후 일주간 이내에 상륙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도망친다면 끝이다. 혼란에 빠진다면, 무엇도 할 수 없게 되고 말 것이다. 먼저, 위생대의 집결, 편성, 위생재료의 확보, 식량의 조달, 야영준비, 그런 것들을 하고 나서 상하좌우의 연락, 작전병원의 위치선정을 해야 한다. 머지않아 이곳은 함포사격의 목표가 되고 말 것이다. 환자들을 아주 빨리 근교의 계곡으로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창을 보아도 화염의 숲이다. 주위는 완전히 큰 화재로 변하였다. 이 건물의 일각에는 불이 타 옮겨가는 것 같이, 파닥 파닥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기기를 조사하러간 일행이 차례차례 돌아갔다.
“이미 엉만 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관구류(管球類)는 전부 파손”, “케이블은 단선, 변압기는 통로를 막고 있어 꺼낼 수가 없습니다.” “표본들을 날라 가버려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보고들은 모두 비참하다.
모두가 내가 입을 여는 것만을 기다리며, 꼼짝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피투성이가 되어 두 사람 세 사람 손을 잡고, 아무 말도 없이 내 옆을 달려 지나쳐 갔다. 쌩 하고 화염 소리가 들리고, 창에서 불티가 날라 들어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도 모두의 얼굴을 빤히 돌아 볼 뿐,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당황해서는 끝장이다. 침착하지 않으면 타 죽는다는 당연한 말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삥긋 웃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웃었기 때문에, 모두가 확 웃음을 터트렸다. “와 화 화 화” 하고 모두 소리를 높혀 한바탕 웃었다.
“서로 서로의 꼴들 좀 봐. 그러면, 전장으로 나가자. 자 몸차림을 정돈하고 현관 앞에 모이자. 도시락을 잊지 마. 배고프면 싸움도 안 돼.” “으차 으차” 모두가 힘을 내어 목소리를 높혀, 각 자 자기들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하나하나 배웅하면서, 나는 모두가 평상심을 되찾고 있는 것을 알았다.

시 선생이 구두를 찾아 주었고, 여성부장선생이 철모자와 상의를 찾아 와 주었다. 느릿느릿 현관 쪽으로 나갔다. 부인과의 앞 복도를 간호부 한 사람이 눈을 멍하게 뜬 채, 빙빙 돌고 있었다. 등을 세게 두드리며 “어이 잘 해.”라고 하지만, 알아채지 못한 것 같이, 그 대로 같은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충격이 커 일시적으로 정신이상을 일으킨 것 같다. 현관 앞 주차장에는 굉장히 많은 부상자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래 마을에서 연이어 상처를 누르고 부상자들이 구호소는 어딥니까, 접수처는 어딥니까, 하고 물으며 올라 왔다. 병원의 각 병동에서도 부상자들을 업거나 어깨로 부축하여, 삼삼오오 이곳으로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만 좋을까?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은 고귀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든 간에 자신의 신체가 귀중해, 작든 크든 간에 자기 상처에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좋은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을 관찰하여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 수 많은 부상자들과, 다 떨어진 약과, 몰려오는 화염과, 딸리는 우리들의 손---- 나는 세 사람을 치료 하고 나서부터, 대세를 보지 않으면, 모처럼 붕대를 감은 부상자들 모두를 화염 속에 밀어넣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알았다.
피폭 후 20분이 지나자 이미, 우라카미 일대는 불바다로 변했다. 병원도 중앙부터 점점 널리 타들어 갔다. 겨우 불이 보이지 않는 곳은 동쪽의 언덕 뿐. 펌프, 바께츠, 수조(水槽), 원기 왕성한 사람, 소화에 필요한 것은 일순간 다 써버리고 없기 때문에, 단지 불이 널리 퍼져 가는 것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강력한 방사선에 쏘이어, 옷이 벗기어진 맨 몸인 채로, 아래 동네에서 화염을 피해, 비틀거리며 산으로 올라오고 있다. 어린아이 둘이 죽은 아버지를 끌고 지나갔다. 머리가 없는 간난아이를 끌어안은 젊은 아낙이 달린다. 나이 먹은 부부가 손을 잡고 헐떡거리며 올라간다. 달리는 중에 몸빼가 타올라 그대로 불덩어리가 되어 넘어지는 사람도 있다. 불에 휩싸인 지붕 위에서 끊임없이 노래하며 춤추는 사람이 보인다. 정신이 돌아버린 것 같다. 뒤를 돌아보며 달리는 자도 있고, 뒤 돌아 본 채, 머리도 돌리지 않고 달리는 자도 있다. 언니는 뒤떨어진 여동생을 꾸짖으며, 여동생은 언니에게 좀 천천히 가, 하고 조른다. 곧바로 뒤에 화염이 다가온다.
이렇게 운 좋게 화염으로부터 피해 올 수 있는 자는, 열 사람 중 한 사람이나 될까? 그렇게 피해 온 사람도 지금, 눈앞에서 집에 깔린 채 타고 있다. 불이 세차게 으르릉 거리니,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먼 곳 가까운 곳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계속된다. 나는 팔짱을 끼고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지금처럼 나라는 자의 무력함을 깨달았던 적이 없다. 이 눈앞에서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전혀 없단 말인가?
“선생님, 부동명왕(不動明王;오대명왕의 하나. 대일여래가 일체의 악마·번뇌를 항복시키기 위해 분노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역자 주)의 현현이지 않을까요?”
의과전문대 3학년의 나가이 군과 츠츠미 군이 다가 왔다. 렌트겐과의 한패도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모여 왔다. 참호에 뛰어 들어 갔었던 모리우치 군도 무사한 얼굴을 보였다. 거기에 넘어질 것 같이 달려 와 여성부장의 품에 안긴 자가 있다. 부인과의 고가사 렌트겐 기사였다. 머리카락이 타 오그라져 냄새가 난다. 몸빼도 찢어져 있다. 불속에서 간호부 두 사람을 구해 내고, 화염 속에서 빠져나와 무아지경에 빠진 채 이곳까지 달려 왔다고 한다. 다음은 피부과, 외과 레트겐 기사 사끼다 군과 카네코 군뿐이다.
“기계는 나중에 옮긴다. 사람들을 구해 내자.”
나는 이렇게 마음먹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타오르는 병동 안에서 환자들을 메고 나오는 것이다. 오가사 군과 모리우치 군은 사키다와 카네코를 찾으러 화염 속으로 들어갔다. 노장이 우매츠 군을 업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마치 노일전쟁 그림 같다. 우리들이 다시 들어 간 건물에서는 마침내 깔린 물건 밑에서 빠져 나온 사람들이 ‘목숨 만 가까스로’ 라는 말 그대로 눈빛이 변하여 달려 나왔다.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무아지경인 것 같다. 대학병원을 떠나서 도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진찰을 받으려는 것인가?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서두르지 마!” 라고 외쳤다. 지하실의 수술장에 가보니, 수도관이 파열하여 대홍수다. 옆의 위생자료실에 들어 가보니 다시 암담해졌다. 들 것 마저 갈기갈기 찢기어 날라 가 있다. 수술 기계는 그곳에서 한 쪽으로 밀려가, 물약과 가루약과 주사액 용기가 모두 깨어져, 서로 섞이고, 거기에 아깝게도, 수도관에서 물이 들어 와 섞여 있다. 아아! 오늘을 위하여 이 모든 재료들을 모아두었던 것이 아닌가? 오늘을 위하여 들것 연습과 구호의 강의를 반복하여 했던 것이 아닌가? 모조리 다 대 실패다. 다리의 기능을 못하게 된 모기처럼, 가위가 떼어진 게와도 같이, 우리들은 지금부터 도수공권(徒手空拳; 맨 손-역주), 몇 만인지도 모르는 이 부상자들 앞에 세워졌다. 완전히 원시의학이다. 이 지식과 이 사랑과, 이 어깨, 단지 그것들만으로 생명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기가 꺾인 채, 계단을 올라 가 다시 현관 앞 광장에 꼿꼿이 서서, 모든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주변에 의원들과 학생들과 간호부들, 20 명이 그곳에 남아 최후의 구출작업에 뛰어들었다. 두 명 씩 한 조가 되어, 이 방 저 방에 쓰러져 있는 환자들을 손으로 운반하여 구출해 내었다. 그렇게 하여 이전의 현관 옆 코크스[骸炭] 하치장에 나란히 눕혀 놓았다. 불티가 떨어지지 않는 곳이 지금은 여기 밖에 없다. 나는 그 한 가운데에 멍청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불의 세력은 점점 맹렬해지고, 하늘은 검은 연기 소용돌이가 치고, 거기에 예의 악마와 같은 구름도 불빛에 반사되어, 새빨갛게 심상치 않게 빛나고 있다. 무언가 불안한 광경이다.
“학장님을 구하였습니다.” 토모키요 군의 목소리에 돌아다보니, 현관에 새빨간 목욕통, 달려 가 보니, 각반까지 완전히 피로 물들어 계신다. 백발부터, 얼굴부터, 흰 가운부터 바지, 각반까지 피로 물들어 계신다. 안경은 없다. “아아, 나가이 군, 큰 일 했군만. 수고하셨네.”라고 말했다. 나는 맥박을 재어 보았지만, 특별히 약하지도 않고 부정맥도 아니었다. 뒤쪽의 언덕이 안전하므로, 이곳에서 200미터 정도 올라가 적당한 곳에서 쉬자고 토모아끼 군에게 말을 걸었다. 시 선생이 주사 채비를 하여 갔다. 학장 선생님은 외래환자를 진찰하던 바로 그 때에 당하셨던 것이다. 황 선생도 중상을 입고 있었지만, 학장님을 구해 복도까지 나왔던 것으로, 자신은 출혈로 인하여, 일어날 수 없어, 그곳으로 토모끼요 군이 그를 구해내려 갔던 것이다. 조금 후에 내과의 마에다 여성부장이 병동에서 달려 나와서, 나를 보자마자, “학장선생님은?” 하고 물었다. “뒤의 언덕 위 20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시 선생도 함께 있으니까, 괜찮아.” 하고 나는 대답했다. 여성부장은 눈썹 위에서 피를 흘리는데, 얼굴이 창백하다. 갑자기 뒤의 언덕으로 달려 가버렸다. 저렇게 비만한 여성부장님이 그처럼 놀랍게도 바위산을 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 오를 수 있을까 하고, 나는 멍청히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시모토 군은 17세, 츠루끼야마 군은 16세, 그 어느 쪽도 신체의 종횡의 균형이 잡히지 않은 모습이라 애칭을 타루 (樽; 술·간장을 넣는 원통형의 나무통-역주) 짱이라고 하고 마메[豆] 짱이라고 부른다. 이 땅딸막한 타루 짱과 마메 짱이 예진실(豫診室)에 들어 가 보니, 환자들과 학생들이 들어 와 섞여, 일곱 사람이 신음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입구에 있는 몸집이 커다란 사람을 끌어 일으켜 세로를 껴안는 요령으로 조용히 안아 올려, 그 대로 계단을 내려가 코크스 하치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바로 되돌아 가, 같은 방식으로 다음 학생을 옮겼다. 세 사람, 네 사람, 한 방이 끝나면, 다음 검사실. 여기에는 얼굴이 익은 간호부가 있었다. 그녀를 안아 계단을 내려가면서, 타루 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희를 맛보았다. 그것은 무어라고 할 수 없는 숭고한 행복, 환희였다. 이 하마자키 씨는 나에게 안기어 불 속을 빠져 나가자 하는 것을 모르는 채, 희미하게 신음을 하고 있다. 마메 짱도 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으면, 하마자끼 씨는 영원히, 우리들에 의해 목숨을 구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혹시 만에 하나로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면, 복도 등에서 만날 경우, 아무 것도 모른 채, 지나칠 때의 인사 정도만 하며 가고 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볼 살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린 때에 빨간 산수유의 열매를 빈 크림 병에 소금으로 절여,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곳간 구석에 있는 된장 통 뒤에 숨겨두고, 누나도 모르고, 동생의 눈도 피하여, 아침저녁으로 살짝 그 맛을 보려고 들어가, 반질반질한 산수유의 열매를 마치 루비인지 무엇인지 하는 보석과 같이 바라보았던, 그 순수하고 아련한 환희를 연상했다.
마메 짱은 또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어른들은 왜 이렇게 가벼운 것인가. 이전에 부상자운반연습이나 진찰실에 운송차에서 투시대로 환자분들을 옮길 때 등, 세 사람이 들어도 그렇게 무거웠었는데....불가사이였다. 아마도 빈혈로 체중이 줄었기 때문 일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가이 선생님의 반공연습은 너무 격렬했다. 실전이 이 정도로 무섭고,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면, 연습을 그렇게 무섭고, 힘들고, 어렵게 하지 않았더라도 좋았을 것을. 간호부 양성소에 입학하니, 곧 바로 담력시험을 보게 했다. 암실의 어슴프레한 불빛 속에 기사 분들이나 상급생 간호부 분들이 죽은 사람이나 중상자들과 똑같이 꾸며, 신음소리를 내는 곳에, 한 사람, 한 사람, 아직 해부도 연습해보지 못한 1학년 학생들을 보내 진맥을 해보도록 하였다. 그 때의 소름끼쳤던 느낌 등은 오늘날, 진짜 죽은 사람들과 부상자들을 안아 일으킬 때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운반연습이라는 것이, 현기증이 나는 아나코오보오[穴弘法] 바위산의 산허리에서 서로의 신체를 로프로 묶어가며 환자 운반을 연습하게 했던 것이다. 소방연습을 했던 때에는, 갑자기 진짜 전자탄을 창안으로 휘익휘이 불꽃이 품어 나오는 그대로 던져 넣어, 그것이 잘 꺼지지 않을 때에 진짜로 불이 날 정도로 간담이 서늘했다니까. 그런 일들이 있었지만, 이 일 년 간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연습과 진짜 공습에 대처해 왔던 고야나기 씨와 요시다 씨가 여기에 없는 것이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디엔가 있으면, 화염에 가로막혀 있어 생사가 불명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지금 그쪽으로 돌아 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마메 짱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요시다 씨, 요시다 씨” 하고 소리쳐 본다. 타루 짱도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우에노 씨, 미 짱”하고 소리친다. 화염이 다시 휘-휘-하고 으르렁대며 이쪽으로 무너져 내린다.
두 사람이 다음 부상자를 구하러 올라 온 그 때에, 한 방 한 방 화염이 점령한 방이 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불과 연기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방에 손으로 휘저어가며 코도 눈도 막고 기어들어 가. 부상자를 끌고 나오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기뻤다. 나와서 뜨거워, 뜨거워, 하고 생각하는데 소매부리에 불이 붙어 있다. 두 사람은 정말로 간호부인 것이 행복인 것을 깨달았다.
기절해 있는 환자는 오히려 즐거웠지만, 의식있는 환자는 상처가 아프다든가, 괴로우니까 천천히 운반하라고 하든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와 주라고 하든가, 휴지를 찾아주라든가, 고충을 늘어놓아 일손을 빼앗아, 엉겁결에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그 위에 이 폭격의 대참사를 알지 못하고, 이 병동에 불이 붙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 날 정도로 무사태평한 방자함을 내보여, 곤란하게 만들었다. 내과 병동에는 전신 급성관절 루마티즘 환자가 있어, 오오쿠라 선생과 야마다 군 등이 안아 내오려고 하니, 아파, 아파, 하고 아우성치며, 이렇게 아프게 할 량이면, 이대로 놔두어 달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안아 올리니, 들 것이 아니면 싫다고 억지를 쓴다.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쓸 만한 들 것은 하나도 없다. 상당히 시간을 소비하고, 어쩔 수 없으니까 하고, 다시 병실에 가 보니, 거기에는 이미 화염이 춤을 추고 있었다. 오오쿠라 선생은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 와, “한 사람은 아무리 해도 나가려 하지 않습니다.” 하고 호소한다. 나는 “그 정도 했으면, 이제 됐습니다. 그 환자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오쿠라 선생과 야마다 군은 마치 사람을 죽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화염의 혀가 춤추는 그 병동을 올려 보았다.
손목시계는 이미 2시를 돌아 넘어가고 있다. 어느 새 3시간이나 지났던 것일까? 화염은 지금이 가장 크게 번지고 있다. 바람은 아까부터 서풍이었다. 몇 10 미터의 화염이 저 높이 공중에서 서로 경쟁하다가 바람에 눌리면, 동쪽으로 무너져 내린다. 대학은 바람이 불어 가는 쪽에 있어서, 이 코크스 하치장도 위험해졌다. 나는 환자를 다시 언덕 위의 밭으로 옮길 결심을 했다.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무엇보다도, 길이 좁을 뿐만 아니라 가옥의 부서진 것들로 막혀 있기 때문에, 바위 표면이나 석축을 기어올라, 빈사상태의 부상자들을 차례차례 위로 옮기는 것이다. 나도 등 뒤에 사람을 엎고 기어올랐으나, 세 사람 째는 이미 힘이 빠져 버린 것을 스스로가 알 수 있었다. 관자놀이 동맥의 출혈이 여전히 멈추지 않아, 그때부터 세 번이나 삼각건을 갈아야 할 정도였다. 여성부장님이 내 안색이 창백하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렇군. 맥도 훨씬 약해져 있다. 타루 짱과 마메 짱 등이 가볍게 몸집이 큰 사나이를 둘러업고 올라간다. 간난아이의 우는 소리가 난다. 모친은 중상을 입고 의식이 없다. 2개월 쯤 된 간난아이가 뛰어나온 배꼽을 드러내놓고 옆에서 울어대고 있다. 이미 불이 가까이 와서, 나는 최소한 아이 만이라도 돕자고 안아 올려 위쪽의 밭으로 올라가, 하마자키 군 옆에 눕혔다. 그 때에 하마자키 군이 돌연 음 하고 신음을 하면서 축 늘어졌다. 나는 아아- 가망 없다, 고 생각하고, 가위를 꺼내어 그녀의 앞머리를 잘라, 호주머니에 간수하였다. 야마다 군과 여성부장님이 모자를 떼어 놓는 것은 불쌍하다고 말하고, 밑에서 엄마를 안아 올려 끌어왔다. 간난아이를 가슴위에 눕히니 세차게 울어댔다. 의식이 없는 엄마의 손이 간난아이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굵은 비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손가락 마디만한 비가 떨어진 곳은 중유가 무엇인가처럼 색깔이 반사되었다. 그것은 공중에 악마 구름에서 떨어져 내린 것 같다. 점점 더 비참이 극에 달한 정경이다. 공기 중의 산소가 연소할 때 타버려 산화탄소의 발생이 눈에 띠일 정도이기 때문에, 이 화염의 골짜기 가운데에는 호흡이 아주 괴롭다. 모두가 개처럼 아하아하 하고 숨을 헐떡이며 일하고 있다. 그 다음에 시계를 보니 네 시였다. 환자들은 남김없이 완전한 언덕 밭에 나란히 눕혀졌다. 어딘가 지붕이 있는 곳이 있는가 하고 학생 척후는 사방을 달려 다녔지만, 어디도 불뿐이고, 이곳보다 달리 적당한 곳은 없었다.
우리들은 그곳에 앉아 밥을 먹었다. 가슴이 꽉 차서 라고 말하는 간호부들에게도, 지금부터 며칠 몇 달, 이러한 일이 계속될까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어찌됐든, 미리 비상식량을 먹었다. 배가 차니 자연히 침착해져 갔다. 그때부터 한 사람 한 사람 환자들의 호소를 듣고 정성스럽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지혈대를 새로 묶는다. 상처를 꿰매 붙인다. 삼각건을 새로 감는다. 요도징키를 바른다. 물을 먹여준다. 이부자리나 거적을 찾아서 덮는다. 부목을 댄다.
“아아 표본실이 불을 토하고 있다!” 나가이 군이 외친다. 아아, 수십 년 고심해서 모은 학술표본들,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귀중한 병례사진(病例寫眞)이 지금 한 무더기의 재로 변하고 있다.
“아아, 촬영실이 타고 있다.”, “치료기기도 안녕인가?”, 환자들의 구출에 시간을 빼앗겨,
끝내는 기기도 표본도 꺼낼 수가 없었다. 우리들의 하루하루의 식량이었던 문헌도, 학술진보의 기념이었던 표본도, 우리 아이들과 같이, 나의 팔과 같이, 사랑스럽고 친하였던 기계도, 지금 모두 빨간 화염으로 변하여 하늘로 올라갔다.
모든 희망, 가지가지의 추억들이 지금 이 눈앞에서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 간다. 우리들은 단지 망연히 그것을 응시하며 서 있었다. 불길이 점점 맹렬해져 마침내 필름 창고에 인화한 것이 분명하게, 위협적인 검은 연기와 화염이 왈칵 불리어 나와, 휭휭 하고 화염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무릎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끝장이다.”하고 중얼거리며, 흐물흐물 밭 위에 철벅 주저앉았다. 여성부장님을 위시한 간호부들이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대학은 완전히 한 덩어리의 불로 변하였다. 이제는 마지막이다. 대학의 나가츠노오 교수는 그처럼 중상이다. 병원장 나가우치 후지 교수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이 없으므로 아마도는, 병원과 운명을 같이 한 것이리라. 연락하는 학생의 보고로는, 건강한 사람은 후루야노 초료 교수 뿐. 다른 사람은 대부분이 보이지 않고, 단지 키타무라, 하세카와 료 교수가 피범벅이 되어 의원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발견한 것뿐이라고 한다. 학생, 간호부의 8할은 죽은 것 같다. 살아 있는 자도 부상자가 많고, 지금 이와 같은 언덕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외과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과, 뒷문 부근에서 일하고 있는 피부과·소아과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을 합하여, 건강한 자는 50인 정도인 것 같다고 한다.
기초의학교실은 전원 절망이라는 말이니까, 대학은 인적인 면에서나 물적인 면에서도 전멸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언덕 위에 서서, 타고 있는 대학의 최후를 내려다 보고 있는 우리들은 흡사 소화시대의 백호대(白虎隊-동북지방 아이즈가 관군의 침략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19명의 16-17세의 청소년으로 조직된 특공대. 언덕 위에서 불타오르는 연기를 내려다 보고 자기 고장이 함락되었다고 믿고 모두 활복 자살함-역주) 와 같았다.
오쿠라 선생이 병실에서 커다란 흰 시츠를 꺼내 왔다. 나는 나의 턱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혈병을 잡아떼어, 그것으로 커다란 히노마루(일장기의 동그라미-역주)를 그렸다. 대나무 장대에 이 한 평 정도의 히노마루를 묶고 선두에 세우니, 열풍이 불어 파닥파닥 하고 큰 소리를 냈다. 팔을 걷어붙이고 흰 머리띠를 묶은 나가이 군이 그것을 양손에 들었다. 검은 연기가 자욱한 언덕을 피로 물들인 히노마루가 올랐다. 우리들은 숙연해져서 그것을 따랐다. 때는 오후 5시. 이렇게 하여 우리 나가사끼 의과대학은 전쟁에 패하고, 재로 돌아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