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교단일기] 교실에 사랑이 꽃피려면 (경향, 6/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4 23:40
조회
787
**[교단일기] 교실에 사랑이 꽃피려면 (경향, 6/6)

〈김종숙/ 서울 구산초등학교 교사〉

6학년의 10개 반 아이들을 만난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아이들과 어떻게 마음의 소통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낯설고 도저히 정이 안 들 것 같았다. 이제야 아이들이 마음과 눈에 들어온다.

짜증난다고 책상에 물건을 던진 아이가 있었다. 같은 교실에 있는 40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버럭 야단을 치고 나니 내내 마음이 우울했다. 다음 시간에 들어가서 “영어노래에 호응해 주는 것이 고맙다”면서 예쁜 스티커를 주고 잘 사귀어 보자고 했다. 냉소적인 표정으로 수업에 임하던 아이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 먼저 이름을 부르면서 웃어 주었더니 밝게 웃는다.

계속되는 만남 속에서 명랑하게 대답하는 아이를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서로 웃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통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될 때쯤 아이가 관심을 얻고 싶었다는 것과 그 관심이 아이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팀활동을 잘 했다고 준 사탕을 쓰레기통으로 가져가는 아이가 있었다. 불러 세우니 화를 내며 자기 자리에 가서 엎드려 운다. 팀장이 좋아하는 것을 빼앗고 억지로 싫은 종류의 사탕을 주었다고 분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운다면서 놀리기 시작했다. 순간 어떻게 할지 몰라 나도 당혹스러웠다.

“뭘, 울 수도 있지. 사람이 속 상하면 화도 낼 수 있지. 울고 싶을 땐 우는 거야.”

그러자 아이는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내가 다시 건네준 다른 사탕을 슬그머니 한 쪽으로 밀어 놓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교과서를 펴 든다. 고마운 마음으로 안도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는 엎드린 순간에 해결책을 잃어버렸고 잠깐 사이에 일이 커지면서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모든 상황이 이해되고 마음을 소통할 수 있는 교실을 원한다. 적은 인원수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아이들과 교사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횟수도 많아지고 깊이도 생길 것이다.

적어도 교사가 모든 아이들 개개인에게 칭찬해 줄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낙오되거나 힘들어하는 아이를 살필 틈보다는 수업진도에 허덕이고 학생 개인의 인권과 개성보다는 단체생활이라는 단어가 앞서는 현실에서 무슨 사랑이 피어나고 인간교육이 이루어질 것인가?

어린 왕자가 장미꽃과 함께 한 시간 때문에 그가 귀하다는 것처럼 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느냐가 사랑의 밀도를 높여준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이들끼리도 우정과 추억을 쌓아가기에는 서로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과 교사가 마음을 나눌 수 없고 눈 맞춤할 수 없고 교실과 수업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 평균이라는 숫자놀음으로 학급당 인원수를 논하면 안 된다. 가능한 곳에선 대략 35명의 수준으로 맞추기도 하나 본데 그것마저도 양질의 교육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교실 환경을 이대로 계속 끌고 가선 안 된다. 학급당 인원수 감축은 그 어떤 교육과제 해결보다 최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