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 교육에 달렸다” (한겨레, 6/4)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4 23:40
조회
490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 교육에 달렸다” (한겨레, 6/4)

● 인터뷰/ 토 스위힌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 대학 교수,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 임원

“요즘 한국에서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을 아주 반갑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부모와 교사가 변해야 합니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교육원 임원으로 지난달 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 토 스위힌(58) 교수는 “혼혈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공교육 안에서 국제이해교육을 둘러싼 활발한 토론과 실천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0여년 동안 캐나다, 자메이카, 일본 등 세계 각국을 다니며 종교와 인종, 문명을 뛰어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국제이해교육’에 힘써왔고,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 대학에서 ‘다신념(multi-faith) 센터’ 를 이끌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 같은 다인종 국가에서는 예전에 백인이 아닌 이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통합’이라는 개념에 공감합니다. 캐나다 필리핀인 엄마를 둔 아이에게 한국어, 한국문화를 빠른 속도로 습득하고 그것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자신의 반쪽을 계속에서 부인한다면, 그 아이는 자아존중감을 갖기 어렵겠죠. ”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여성들과 한국 남성의 결혼이 늘면서, 그 자녀들의 양육에 빨간불이 켜졌다. 학부모와 교사, 또래 친구들로부터 순식간에 ‘왕따’가 된 아이들은 학교 밖을 맴돈다. 스위힌 교수는 이들이 교실 안에서 행복해지려면, 어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대방을 존중하라고 하면 우선 ‘동정심’을 떠올리는데,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책임감’입니다. 친구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과 인종차별, 환경파괴, 빈부격차 등 자신과 관련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죠. 이런 책임감은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는 길러질 수 없습니다. 우선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고, 다양한 참여 활동을 통해서 다른 친구들 역시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비판적인 태도를 기르고 세상을 보는 눈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

학부모와 교사가 먼저 인식을 바꿔 아이들을 책임감 있는 ‘세계 시민’으로 기르자는 주장은 얼핏 원론적으로 들리지만, 그는 간단한 참여 활동을 통해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나와는 좀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교실 안팎에서 다른 나라의 축제나 종교 의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 아이들에게 엔지오 활동을 장려하고 부모도 적극 참여하는 것…. 이 모든 활동이 실질적인 국제이해교육입니다. 교과서나 교재 속에, 혹은 부모나 교사들이 무심결에 하는 말 중에 타문명을 무시하고 다른 이의 인권을 가볍게 여기는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은 지도 생각해 봐야 하고요.”

그가 소장으로 있는 그리피스대학 다신념센터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다신념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구성원들 중에서 전혀 다른 인종, 종교, 문명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간담회를 갖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오해를 풀고,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죠. 때로 언성이 높아지거나 마음 상하는 일도 있지만 참여한 사람들은 결국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나중엔 같은 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정의, 친절함, 나눔, 희망, 웃음, 용서, 보상 같은 것들은 어떤 문명이나 종교에서도 귀하게 여기는 가치니까요. ”

그는 “자원의 대부분을 소수가 독점하고, 12억명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도 못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혁명가’지만, 그 혁명을 ‘교육’을 통해 일구려는 평화주의자다.

“이기고 지는 싸움은 또 다른 폭력과 갈등을 부릅니다. 나는 인간이 자신의 처지를 넘어서 상대와 손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믿습니다. 교육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그런 신념, 자아를 깨어나게 하죠. 교육을 통한 변화는 때로 너무 작고, 느리게 느껴지지만, 한 사람이 가진 신념은 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게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거죠, 우리 아이들의 힘으로.”

토 스위힌 교수는 아이들이 더 좋은 세상을 일구는 ‘세계 시민’으로 자라나게 하려면, 어른들이 하루에 한번쯤 이 글귀를 떠올려 볼 것을 것을 권했다.

나는 일상에서, 가족과 일터, 공동체, 국가, 그리고 지역에서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서약한다.

1.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며
2. 폭력을 거부하며
3.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4.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며
5. 지구를 보존하며
6. 연대의 정신을 재발견 한다.
- 유네스코 2000 선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