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일제 강제동원 ‘전범’ 오명 벗는다 (경향, 5/1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2 23:35
조회
511
**일제 강제동원 ‘전범’ 오명 벗는다 (경향, 5/11)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에 강제동원됐다가 전후 전쟁범죄자로 처벌받은 ‘B·C급 전범’ 중 대다수가 60여년 만에 오명을 벗게 됐다. 이들은 대부분 포로감시원으로 활동한 사병이나 군속 복무자다. 그러나 장교나 헌병 복무자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는 9일 일본군에 ‘포로감시원’으로 강제 노역을 하다가 B·C급 전범으로 교수형 및 징역형을 당한 2명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첫 결정을 내렸다. B·C급 전범이란 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국 주도의 전범재판에서 ‘평화에 대한 죄’로 처벌된 A급 전범(전쟁 주범·지도자)을 제외한 장교 및 하사관·병사 등 통상의 전범을 말한다.

이번에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생존자 이학래씨(79)와 교수형을 당한 고 강태협씨(1946년 사망)로 본인 또는 가족이 진상규명위측에 신고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B·C급 전범들은 전쟁에 임박했던 당시 곧 징병제가 실시된다는 소문에 차선책으로 군대에 지원한 청년들”이라며 “시대상황상 이들을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해신고를 한 나머지 57명의 B·C급 전범에 대해서도 피해자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로 결정되면 전범이란 불명예를 벗는 것은 물론 강제동원에 의한 피해보상 대상자 명단에도 오르게 된다.

위원회에 따르면 일제는 1941년 태평양전쟁 당시 마닐라 등지로 점령지역을 확대하면서 생포한 2만6천여명의 포로를 관리하기 위해 조선(한국) 및 대만에서 포로감시원을 모집했다.

당시 동원된 3,223명의 조선인은 동남아 국가에서 말단 포로감시원으로 근무했고 전후 148명의 조선인이 B·C급 전범으로 처벌받았다.

이들은 사실상 강제동원됐음에도 침략전쟁의 가해자로 지목돼 이 중 23명이 사형을 당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B·C급 전범 148명 중 포로감시원 출신이 129명이다. 사형자 중 14명도 포로감시원 출신이다.

전후 귀국한 67명은 한국과 일본 정부로부터 어떤 보상도 없이 살다 여생을 마감했으며 일본에 남은 생존자 중 2명은 생활고로 인해 자살하는 등 한맺힌 삶을 보냈다.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씨는 “피해자로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면서 “피해신고를 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장은 “B·C급 전범들은 강제로 동원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일본인 전범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며 “이들의 명예회복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