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구마다 민간 재활병원 “장애인은 더불어 사는 이웃” (한겨레, 5/6)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민간 재활병원’이 지역 사회에 등장했다. 이제는 우체국, 경찰서, 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관으로 인식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든다. 민간 재활병원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장애인을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인식시킨다. 한 사람의 장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일정기간 재활치료를 받는 ‘기회’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받으면서 더불어 살도록 하는 것이다. 민간병원이 한 곳도 없는 우리 현실을 비춰보며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민간 재활병원을 둘러봤다.
일본 오사카시에는 24개구마다 적어도 1곳 이상 민간 재활병원이 있다. 어린이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재활병원만 3곳이다. 최근 오사카시에 있는 민간 재활병원 ‘미나미 오사카 요육원’을 찾았다. 1970년에 문을 연 이 병원은 40병상에서 120병상으로 늘려 새 병원을 짓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내를 맡은 물리치료사 모하라 나오코는 “이 병원은 민간 재활병원 가운데서도 뇌성마비 어린이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새 병원 건물 5층에는 널찍한 강당이 있는데 지역민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오사카 시·부의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교육시키는 장소로도 쓰이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각종 행사를 하는 교류 공간으로도 열려 있다. 한 쪽에는 재활치료를 받는 장애인들이 독립생활 적응훈련을 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이 마련돼 있다. 10여명의 장애인들이 독립생활에 앞서 매일 낮시간에 이곳에 머무르면서 혼자 사는 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재활 병원 안에 학교를 운영하는 점이다. 장기간 입원해 치료를 받는 어린 환자들이 이 학교의 학생이다. 병원 안에 오사카 시립 히라노 양호학교의 분교를 세워 6살 미만, 초등학생 과정 2학급, 중학생 1학급으로 나눠 40여명의 어린 환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는 모두 4명이고, 정규 교과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한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퇴원한 뒤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층에는 중증장애인 전용 병실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넓은 화장실과 침대에 누운 채로 목욕을 시킬 수 있는 특수 욕조가 설치돼 있다.
공사 중이라서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병원 곳곳에 있는 재활 치료실에서는 어린이 환자가 물리치료사와 함께 다양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환자가 보장구를 입고 혼자 걷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걷기도 했다. 부모와 같이 앉아서 손으로 물건을 집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훈련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병원에는 물리치료사만 모두 43명이 있는데 각각 이학요법과 직업요법, 언어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환자들은 평균 6개월 정도 입원을 하고 퇴원한 뒤에도 꾸준히 통원치료를 받는다. 어려서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10년 넘게 매주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도 꽤 많다. 어린이 환자의 입원치료비는 전액 오사카 시·부에서 부담하고, 통원치료에 드는 비용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지원내용이 달라진다.
나오코는 병원의 운영 목적을 설명하면서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병원에 입원시켜서 짧은 기간 재활치료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가 지역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살면서 평생을 두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