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세상이 미워” 또 묻지마 범행 (한겨레, 4/25)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12 23:24
조회
471
**“세상이 미워” 또 묻지마 범행 (한겨레, 4/25)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씨를 떠올리게 하는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정아무개(37)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정씨는 “부유층과 사회에 대한 증오 때문에 5명을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제2의 ‘유영철’=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4일 정씨를, 지난 22일 신길동의 한 지하방에 침입해 잠자던 김아무개(24)씨를 둔기로 때린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정씨는 이 사건 외에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잠을 자던 어린 세 자매를 둔기로 내리쳐 2명을 살해하는 등 모두 8건의 강도 짓을 저지르며 5명을 죽이고 8명을 다치게 했다는 충격적인 자백을 했다.

경찰은 정씨의 자백에 따라 집중적인 수사를 폈으며, 이 가운데 지난달 일어난 봉천동 자매 살해사건 등 5건에 대해선 둔기·장갑·혈흔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 이들 사건에선 3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씨는 경찰에서 “내가 가난해서 늘 손해만 봤고,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나만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말해, 부유층과 사회에 대한 증오를 드러냈다.

경찰, 범행 물증 찾기 총력=반면 경찰은 정씨가 저질렀다고 자백한 다른 3건(강도 살인 2건·상해 1건)의 증거물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들 사건은 △2004년 2월26일 관악구 신림4동 여고생 박아무개(18)씨 피습 △같은 해 4월22일 구로구 고척동 김아무개(20)씨 살해 △같은 해 5월9일 영등포구 신대방동 김아무개(23)씨 살해 등이다. 또 이 사건들은 2년 동안이나 미궁에 빠져 있던 이른바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상해) 사건’ 4건 가운데 일부다.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은 2004년 1월 서울 구로동에서 원아무개(45)씨가 살해당하며 시작돼, 그해 6월까지 5개월여 동안 6차례에 걸쳐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주로 이른 아침 또는 새벽에 귀가하던 여성들을 상대로 저질러진 범행이다. 이 가운데 2건은 범인이 잡히거나 용의자가 국외로 도주한 상태여서, 정씨의 자백대로 범행이 확인되면 강도상해 1건을 빼고는 모두 해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서남부 사건’에선 주로 칼 등 날카로운 흉기가 사용된 데 비해, 정씨는 봉천동 자매 살해 당시 쇠망치·자동차 공구 등 둔기를 범행에 사용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의 자백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허술한 경찰 수사=한편 22일 신길동 사건 현장에 신고를 받고 나간 경찰은 정씨에게 수갑까지 채웠다가 놓치고 160여명을 다시 출동시켜 2시간 만에 붙잡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첫 ‘서남부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50여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렸지만, 그 뒤에도 사건은 계속 일어났다. 또 경찰이 정씨를 붙잡을 때도 시민의 신고와 도움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