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짐승 부리듯 ‘비정한 父情’ (경향, 4/13)
얼마전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딸의 손가락을 자르고 매일 때려요.”
신고자는 이 ‘딸’의 이모.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폭력에 길들여져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가족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버지 ㅇ씨(50)는 지난 8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자신의 봉제공장에서 공장에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둘째딸(14)의 옷을 재단용 가위로 자르려 했다.
이 과정에서 딸과 몸싸움을 벌여 왼손 검지 끝부위를 0.7㎝가량 끊었다. 아버지는 “가윗날 사이에 손가락이 끼여 있는 줄 몰랐다”고 했으나, 딸은 “아버지가 분명 보고도 잘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딸은 아버지가 공장 일을 시키려고 가족들을 매일 새벽 4시에 깨웠다고 고발했다. 첫째딸(18)과 부인 ㄱ씨(43)도 예외가 없었다.
늦게 일어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각목을 사용한 뭇매가 쏟아졌다. 둘째딸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첫째딸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노동을 강요받았다. 어머니는 신혼 초부터 20여년간 새벽 4시~오후 6시까지 14시간을 일했다. 바느질을 하는 단순작업이었지만 일한 만큼 돈을 받기 때문에 아버지는 가족을 채근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이 아버지의 폭력에 길들여져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지금도 어머니와 두 딸은 아버지의 보복이 무서워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아버지를 12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