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실인(失人)과 실언(失言)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3:11
조회
694
실인(失人)과 실언(失言)

지도자가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조그만 마을의 지도자가 되는 일도 어려운데, 큰 단체나 큰 고을의 지도자가 되기는 더 어렵고, 큰 기관이나 큰 세상 더 나아가 국가적 지도자나 국제적 지도자가 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떤 단위의 지도자라도 지도자가 되려면 일단 실인을 하거나 실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논어』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말을 해야 할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을 해야 하지 않을 사람에게 말을 하면 말만 잃게 된다”(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라고 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은 실인도 않지만 실언도 하지 않는다”라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실인’이란 민심을 잃는다는 뜻이 있고, ‘실언’이란 해서는 안될 말을 함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산은 『논어고금주』라는 책에서 이부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가여언(可與言)’에 대하여 “우리의 도(道)를 함께 논하여 끌고가 진보하게 한다”(可與言吾道 引而進之)라고 설명하여 인간이 행해야 할 도리를 논해서 바르고 옳게 진보토록 하는 일을 ‘더불어 의논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했던 것입니다.

지도자란 의당 훌륭한 말씀만을 해서, 지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을 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지도자라는 분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제대로 백성들을 계도해주고 이끌어주는 이야기보다는 입만 열면 실언(失言)만 해서 끝내는 실인, 즉 인심까지 잃고마는 지경에 이르고 있으니 어쩐 일일까요.

옛날부터 ‘대장부의 말 한 마디는 천금(千金)처럼 무겁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천금처럼 무겁게 말은 못할지언정, 일금(一金)의 무게만큼이라도 신중하게 말을 해야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시정잡배보다 더 낮은 수준의 말을 내뱉고 있다면 민심이 어디로 돌아가겠습니까.

정치지도자들, 사회의 지도자들, 기업의 지도자들, 마을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도자들은 민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언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심이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박석무 드림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