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소집도 주제도 미국이 정한 ‘자동차 실무회의‘ (한겨레, 3/20)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2:58
조회
340
**소집도 주제도 미국이 정한 ‘자동차 실무회의‘ (한겨레, 3/20)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한국 정부와 관련 수입업체 사이의 의결조율을 명분으로 운영돼 온 자동차 워킹그룹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워킹그룹은 사전적으로는 실무회의라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통상마찰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정책의 결정을 위해 관련 수입업체들과 만나 의견수렴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정책결정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워킹그룹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모임은 정부가 해당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일회성으로 이뤄진 일반적인 간담회와는 성격이 달랐다. 4년 가까이 운영돼 오는 등 상설기구 성격을 띠었다. 게다가 미국 관리가 참관인(옵서저) 명분으로 모임에 동석했다.

특히 회의 소집과 주제를 주한 미국대사관이 결정해 통보했다. 회의 때 인사말과 맺음말도 미국 관리의 몫이었다. 미국 관리가 단순한 참관인(옵서버)이 아니라 사실상 회의를 주도한 것이다. 유럽연합 등 다른 어느 나라에도 이런 특혜가 주어진 전례가 없다. 미국이 워킹그룹이라는 ‘편법’을 통해 자국 자동차업체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국의 정책이 결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자동차 워킹그룹의 회의진행은 한국말로 이뤄졌다. 미국 자동차 수입업체들의 대표들이 모두 한국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관리와 업체 대표간의 대화는 자주 끊겼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배석한 미국 관리들을 위해 대화내용을 바로 바로 통역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워킹그룹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미국 관리는 이해가 될 때까지 대화를 중단시키고 되묻기 일쑤였다”면서 “미국 관리의 존재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워킹그룹을 미국업체들의 이해를 관철하는 통로로 적극 활용했다. 가장 최근 열린 지난해 3월과 8월의 자동차 워킹그룹에서 미국은 강화되는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KULEV)을 완화하거나 유예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워킹그룹 회의는 보통 과천 정부청사 등에서 열렸지만 지난해 8월 마지막 회의는 아예 미 대사관에서 열렸다. 워킹그룹의 한 참석자는 “한국 관리들은 미 대사관 내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미국 현지에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리와 미국 자동차 본사 전문가들로부터 배출가스 기준 강화를 미뤄야 하는 이유를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배출가스 이슈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결부시켜 한국 정부에 요구한 4대 선결조건(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약값 재평가 개선안 유보) 중 하나이다. 한국은 결국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통상현안 점검회의 때 배출가스 기준 강화를 사실상 수입차에만 2년 미뤄주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