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영국 “배아 독립생명체 아니다” 윤리논란 (경향,3/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2:53
조회
702
**영국 “배아 독립생명체 아니다” 윤리논란 (경향,3/9)

난소암 치료를 받고 불임이 된 여성이 약혼자와 체외수정을 통해 배아를 만들었음에도 약혼자가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이 여성은 평생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제기된 이 생명윤리 쟁점에 대해 유럽 인권재판소가 내놓은 답은 여성이 아기를 낳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배아는 독립된 생명체가 아니므로 파괴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여성 나탈리 에번스(35)는 2001년 난소암 진단을 받고 자신의 난자와 약혼자의 정자를 체외수정해 배아를 6개 만들어 냉동 보관했다. 에번스는 암 수술을 하면서 난소를 모두 제거해 영구 불임 상태가 됐다. 그러나 약혼자는 이듬해 갑자기 결별을 선언했고 병원측에 냉동 보관 중인 배아도 파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에번스는 자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영국 법원은 자궁 착상 전 배아의 경우 남녀 양측 동의 없이 배아를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인간 발생 및 수정에 관한 법’에 따라 에번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아울러 이 법에 따라 배아가 만들어진 지 5년이 되는 2006년 10월 배아를 모두 파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에번스는 “배아의 생명권과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지난해 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 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7명의 재판관으로 이뤄진 재판소는 6일 에번스의 가족 구성 권리 주장에 대해 5대 2 의견으로 “체외수정이 아니면 임신을 할 수 없는 여성의 처지가 딱하기는 하지만 남성의 체외수정 동의 철회를 무효로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또 배아의 생명권에 대해서는 전원일치로 “배아는 독립된 생명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에번스는 상급 재판소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해 영국 보건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며 1990년 제정된 관련법 가운데 배아의 보관 연한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생명운동단체인 ‘생명윤리에 대한 논평’의 대표 조세핀 퀸타발은 “남성은 배아가 만들어졌을 때 이미 ‘아빠가 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에번스와 잠재적인 아기에 대해 동정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