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문화대혁명 40년을 맞이하는 중국의 고민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4
조회
1468
<문화대혁명 40년을 맞이하는 중국의 고민>

지금부터 40년 전, 1966년 5월 문화대혁명(문혁)이 시작되었다.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홍위병들의 ‘조반(造反)’에서 시작하여 노선을 달리하는 홍위병들 사이의 ‘무투(武鬪)’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사실상 내전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봉건구습을 철폐한다는 구호 아래 문화적 유산들이 파괴되어 갔고, 계급투쟁을 앞세운 분파들 사이의 무장충돌이 격화되면서 인명피해도 계속 증가하였다.  

그 파괴성에 문혁을 일으킨 마오저둥마저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1969년 ‘근로대중에게 배우라’는 구호를 내세워 홍위병 운동의 주력이었던 수백만 명의 도시청년들을 농촌으로 내려 보내고 정치적으로는 군을 통해 혼란된 상황을 수습하였다. 이로써 급진적인 대중운동은 중단되었지만 “계급투쟁을 중심으로”라는 문혁의 사상노선은 계속 유지되었다. 1976년 마오저둥이 사망하고 급진파를 대표하였던 쟝칭 등 4인방이 체포되고서야 문혁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문혁이 제기한 문제,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

개혁개방노선을 추진하던 중국공산당은 1981년 채택한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에서 문혁에 대한 ‘전면부정’을 선언하였다. ‘전면부정’은 문혁에 대한 어떤 형태의 재논의도 불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대륙에서는 지금까지 문혁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금기시되고 있다. 문혁 발동 30주년이었던 1996년에도 일정한 의미를 지닌 공식행사는 없었으며 그 사정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혁 시기 중국을 휩쓸었던 정치적 광기와 중국인들이 겪었던 고통을 고려하면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역사의 상처는 덮어둔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문혁은 복잡한 정치·사회적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앞으로 중국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문혁은 외면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 새삼 이를 강조하는 것은 중국의 최근 정치·사회적 상황이 문혁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마오저둥이 문혁을 일으킨 주된 명분이라 할 수 있는 계급·계층의 분화와 관료주의라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은 시장화와 개방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01년 WTO 가입은 이러한 추세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한편 이와 함께 계층간, 지역간 빈부격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0.50에 달하여 세계에서 불평등 지수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남미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또한 경제적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사이의 유착을 규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부패가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공산당도 부패가 국가의 존망과 관계되는 문제라고 강조할 정도이다.  

    이젠 경제적 차원만으로는 한계

물론 이러한 사정이 문혁이나 그 방식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사적 이익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성공할 수도 없는 환상이다. 그리고 개인들이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집단으로서의 인민들을 앞세워 이상사회를 건설하려고 한 시도는, 인민의 의지를 체현하고 있다고 간주되는 일개인에 대한 우상숭배와 결합하는 아이러니를 낳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문혁을 초래한 복잡한 정치·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경제발전과 사적 이익에 대한 욕망을 해방시켜주는 것이 득책인가. 오늘날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믿음은 중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문혁에서 표출되었던 대중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정치참여의 요구를 무정부주의적 혼란으로 일축하고 어떤 재평가도 피하는 것은 자유와 혼란을 동일시하는 현재 중국의 관습적 사고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성숙해지는 것을 가로
막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제 중국은 문혁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서도 문혁이 제기하였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개인의 권리를 경제적 차원만이 아닌 정치, 사회, 문화적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개인적 이익과 조화될 수 있는 공공성 실현의 원리를 찾는 것으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중국은 ‘경제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쓴이 / 이남주
·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 조교수
· 서울대 사회과학대 경제학과 졸업
· 서울대 사회과학대 정치학과 석사
· 중국 북경대 정치학 박사
· 현 계간지 창작과비평 상임편집위원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