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네팔 국왕, 시위대 사살 명령… 70여명 사상 (한겨레, 4/21)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9
조회
1195
**네팔 국왕, 시위대 사살 명령… 70여명 사상 (한겨레, 4/21)

20일 민주주의 회복과 국왕 퇴위를 요구하는 네팔 시위대에 경찰이 또다시 총을 난사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했다. 갸넨드라 국왕이 이날 수도 카트만두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위반 즉시 사살’을 명령한 가운데, 15일간 이어진 사태가 유혈참극의 수렁으로 깊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날 3만여명의 시위대는 통금지역이 아닌 카트만두 외곽에 수천명씩 모여 여러 방향에서 수㎞씩 거리를 메우고 시내 진입을 시도했다. 서쪽 변두리인 카란키 지역에서 저지선을 뚫으려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고무탄에 이어 실탄을 난사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은 총을 맞아 쓰러진 청년의 머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다른 두 명의 희생자는 여성과 어린이라고 전했다.

사상자들이 후송된 카트만두의 한 병원 의사는 “부상자 대부분이 총상을 입었고, 12명은 중태”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통신>이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을 뒤져 시신을 탈취했다.

또 서남부 도시 굴라리야에서도 경찰의 발포로 30여명이 다쳤다. 이날 네팔 전국에서는 통금령에도 불구하고 10여만명이 시위에 나선 것으로 추산된다.

저항과 유혈진압이 확산되는데도 “시위대와 마오쩌둥주의 반군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는 갸넨드라 국왕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갸넨드라 국왕을 만난 인도 특사 카란 싱은 “즉각적인 다당제 민주주의의 회복”를 요구했다.

2001년 국왕과 왕족 대부분이 살해되는 궁중쿠데타를 거치며 왕위에 오른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해 2월에는 정치권 부패 청산과 공산반군 토벌을 내세워 비상사태와 직할통치를 선언했다. 이어 왕실예산을 6배나 늘리고 기본권을 억압하는 법령을 잇따라 발표해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게 됐다.

갸넨드라 국왕은 점점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4만 병력의 군이 언제 입장 변화를 보일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야당들은 2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