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갸넨드라 네팔 국왕 민주 짓밟은 시대착오적 전제군주 (한겨레, 4/21) (2006/06/07)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48
조회
1231
**갸넨드라 네팔 국왕 민주 짓밟은 시대착오적 전제군주 (한겨레, 4/21)

네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언제까지 거부할 수 있을까? 갸넨드라(58·사진) 국왕은 ‘오불관언’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전국적인 시위가 15일째 계속된 20일에도 7개 야당 주도로 곳곳에서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지만, 사태는 좀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갸넨드라 국왕은 오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낮 통금령을 내리고 ‘위반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군경을 거리에 배치했다. 하지만, 국왕의 하야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는 속속 거리로 나서고 있다.

19일 동부 찬드라가르디에서 보안군의 발포로 4명이 사망해, 지금까지 모두 10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치거나 구금됐다. 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구금 중이던 야당 지도자 2명을 석방하는 등 유화조처를 취하긴 했지만, 등 돌린 국민여론을 돌려세우기엔 너무 늦었다는 평이다.

2001년 국왕과 왕족 대부분이 살해되는 미스테리의 궁중쿠데타를 거치면서 왕위에 오른 갸넨드라 국왕은 민주화 요구가 있을 때마다 정부를 해산하고 총리를 갈아치웠다. 급기야 지난해 2월엔 정치권의 부패청산과 공산반군 토벌을 내세워 비상사태와 직할통치를 선언했다. 사실상의 절대왕정 복고인 셈이다. 이어 왕실용 리무진을 추가로 구입하는 등 왕실예산을 6배나 늘리고 기본권을 억압하는 법령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게 됐다.

갸넨드라 국왕은 공산반군이 시위대 속에 파고들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지지했던 왕당파들조차 이런 주장을 믿지 않고 있다. 후견국인 미국과 영국, 인도, 중국 등도 지난해 네팔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했고,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국왕을 직접 거명하며 직할 통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제 갸넨드라 국왕은 네팔 민주주의와 평화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만 병력의 군이 지지를 철회하게 되면 갸넨드라 국왕의 운명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