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존

'자발적인 기부7' 우리도 이들처럼… (한겨레, 7/4)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1970-01-01 00:00
조회
935
** ‘자발적인 기부’ 우리도 이들처럼… (한겨레, 7/4)

워런 버핏의 초거액 기부 등 미국발 ‘기부 릴레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 우리는 이런 기부문화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라고.

미국의 기부문화를 우리나라 실정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실장은 “미국에서 기부는 일상화된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말한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부자, 서민 할 것 없이 공동체 지향의 나눔 정신은 다른 나라보다 더 뿌리깊은데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개발독재 등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많이 약해졌다.”(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에는 크고 작은 자선단체 수가 무려 6만개가 넘는다. 연봉 3만달러 수준의 직장인은 매년 1천달러 이상을 기부하고 여기에 부자들이 가세하면서 자선 모금액만 2천억달러를 웃돈다. 최근 들어서는 다소 감소한 편이지만 부자일수록, 기업보다는 기업가의 기부가 더 활발한 편이다. 이런 기부 행렬이 돌고 돌아 선순환을 낳고 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과 같이 21세기 들어 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요즘 미국 기업인들이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과거의 대재벌과 다른 점은 살아생전에, 더 전략적으로 자선재단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미국 부호들의 지속적인 기부활동은 어릴 때부터 ‘십일조’에 익숙한 기독교적 전통, 기부와 자선에 인색한 부자들이 지탄받는 미국적 문화 토양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선희 기부정보가이드 대표는 “유럽에서는 잘 짜인 사회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 구실을 했다면 미국에서는 실업가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그 역할을 대신한 점도 기부문화가 자리잡게 된 배경”이라고 전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기부 활동은 대체로 기업 중심이다.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전방위적으로 펼쳐지지만 개인 재산을 기꺼이 내놓는 기업인은 많지 않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아름다운재단 등에서 걷는 전체 기부액의 70% 정도도 기업에서 나온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과 같은 선구적인 기부 모델이 없는 점을 자발적 기부문화가 자리잡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강 교수는 “큰 부를 축적한 기업인의 솔선수범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부 확산의 촉진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기업인을 동일시하고, 경영권 승계와 부의 세습이라는 전통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부 문화가 싹트지 못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인의 기부라고 하더라도 자발적 동기에 의한 기부 행위는 여전히 소수다. 각각 8천억원과 1조원을 사회에 내놓거나 헌납하기로 한 삼성과 현대차에서 보듯 조건이 붙은 듯한 거액의 기부는 의도만큼의 감동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은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나 조건이 달린 기부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 폐지까지 주장하니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참에 기부문화를 바꿔보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나눔의 습관을 익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감성적인 기부에서 이성적인 기부로의 전환 등이 모색되고 있다. 동정 여론 등에 바탕을 둔 기부가 아니라 바람직한 이웃돕기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름다운재단 홍은주 간사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상속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사회봉사단 황정은 부장은 “기업의 기부 활동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면 기업인의 기부는 더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부와 자선에 참여하는 기업인들이 많아지도록 사회적인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