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경제자유구역 투쟁,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에 대한 전면적 반대투쟁으로 나아가야한다.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3-05-13 00: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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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월간 사회진보연대 4월호 (2003.04.04 통권 34호) 정세초점에 실린 내용입니다.

경제자유구역 투쟁,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에 대한 전면적 반대투쟁으로 나아가야한다.

이진숙 인천지부 집행위원


작년 11월 14일, 노동운동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고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은 노무현정부의 출범을 전후로 발표된 12대 국정과제(2월 21일), 경제운용방향(3월 27일)등에서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실현과제를 주요하게 언급함으로써 공식화되었다. 이로써 올 상반기 중의 시행령 마련 작업을 거친 이후 하반기부터는 법안의 실행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 21일, 7월 경제자유구역법 발효와 함께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 인근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우선 지정할 것이라 발표하였다.

주지하다 시피 노무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방안은 물류중심지, 첨단산업클러스터, 비즈니스중심지 구축이라는 크게 세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류중심지의 경우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을 개발하여 동북아 물류의 중심거점화 한다는 것인데, 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철도의 연결을 통해 유라시아대륙과의 연계 교통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첨단산업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IT/BT등의 첨단산업과 동북아의 부품·소재 공급기지, R&D기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분의 경우 김대중 정권 당시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에서는 없던 것이 추가된 것으로, 국내 재벌들의 '역차별' 주장과 투기성 금융자본의 진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 예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중심지 구상은 금융 비즈니스 센터를 건설하여 초민족기업과 금융기관의 아시아본부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07년까지 OECD수준으로 금융관련제도를 선진화하고 기업경영 및 생활환경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대략의 구상이 드러난 시점에서, 그리고 법안이 이미 통과되고 시행령 제정, 기획단 구성 등 법안 실행을 위한 제도정비라는 매우 어렵고 불투명한 투쟁지형을 앞두고 이 투쟁의 방향과 의미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하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의 허구성

김대중 정권 당시의 경제개혁을 통해 자본유치형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남한 경제에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시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의 배경은 결국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초민족자본(기업)의 경제전략, 즉 세계 자본시장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적응·편입하는 방식만이 남한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현재 미국과 EU를 위협할 만큼 높은 성장잠재력을 평가받고 있는 중국시장을 고려한 가운데, 남한의 지정학적 이점을 적극 활용하여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둘째, 이러한 구상 하에서 경제자유구역과 같이 특정 지역을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 왜 필요한가의 문제인데, 이미 나라전체가 경제특구라 할 만큼 개방이 진전된 동아시아 다른 국가(대만, 홍콩, 싱가폴 등)들에 비해 남한 경제가 가지는 취약함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적 투자, 이에 따라 특정 지역,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육성책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의 현실가능성을 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인데, 자본유치형 국가들의 경제적 불안정은 작년 초 아르헨티나 사태를 비롯하여 에콰도르, 브라질 등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통해 증명된다. 다른 한편 경제자유구역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로는 멕시코의 마낄라도라, 아일랜드의 IT밸리, 네덜란드의 물류중심지, 중국의 푸동 등이 있는데, 각각의 나라들의 세계시장 내 위치나 국내 경제상황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남한의 모델로서 적용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 사례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구의 지정이 개방과 착취의 전국화·제도화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사실뿐이다. 미국의 제조업 조립작업의 '도피공장' 역할을 하기 위해 1960년대 경 설치된 멕시코의 마낄라도라의 경우 애초 북부 국경지역의 20km이내로 한정되어 있던 것이 1972년 국내 전체로 확대되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체결 이후에는 거의 무관세 지역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는 저임금을 찾아 멕시코에 진입했던 미국의 초민족기업에게 영구적인 수탈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구상이 가져올 파괴적 효과에 대해서 운동진영 내에서는 이미 많은 분석들이 진행된 바 있다. 정리하면 크게 세가지 측면인데, 먼저 전적으로 외자유치를 위한 이러한 정책이 남한경제의 불안정성, 초민족금융자본에 대한 종속성을 더욱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2002년 제경부에서 발표한 외자유치 관련 통계를 보면 2002년 외국인투자가 전년대비 19.4% 감소한 9,101백만불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감소의 이유를 전세계적 경기침체와 국내 대형 M&A물량 감소에서 찾고 있다.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외국인직접투자가 활성화되었던 1990-2000년 당시 주요 실적이 부실기업에 대한 M&A에 따른 것이었으며, 2000년 초반 들어서면서 직접투자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대부분이 증권시장으로 유입되었다는 당시 언론보도 등을 통해 뒷받침된다.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투자의 불안정과 투기성이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특혜성 조치들로 점철된 구상을 통해 극복될 것인가인데,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 할 수 있다. 지난 2월 초,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에 생명공학산업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백스젠,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게일컴퍼니가 이미 본계약을 맺고 각각 올 3월, 내년 10월에 공장과 비즈니스센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고, 국제적인 물류기업인 디에이치엘(DHL)이 홍콩에 있는 동북아센터를 영종도로 옮기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불과 한 달도 안되어 게일사와 계약의 전제조건인 2008년까지의 제2연륙교(송도와 신공항 연결) 건설이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건설업체인 AMC측의 자금조달 계획이 마련되지 못함으로써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또한 인천의 경우도 송도와 김포 등지에 이미 들어와 있던 몇몇 외국기업들 조차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철수를 추진중이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 때, 동북아중심국가 구상이라는 것은 외자유치를 내건 위험한 곡예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지역간 경쟁과 불균형발전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의 우선 지정이 확실시되고 있는 지역은 인천, 부산 광양 세 곳이지만,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12대 국정과제 내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신국토관리전략" 등에 따르면, 지역특화산업의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대부분의 대도시들에 대한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실행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이렇듯 남발되고 있는 계획에서 배제된 지역들의 반발과 경쟁적인 특성화전략의 입안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이미 서울의 금융중심지 조성, 경기도의 IT밸리 중심의 자유구역의 지정이 해당 지자체의 적극적인 요청 하에서 확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인천 송도에 IT단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대덕산업단지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특혜지역으로 추가 선정해 줄 것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국토관리전략' 등에서 제시하고 계획의 대부분이 인천, 부산, 광양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과 연관이 되어있는데(서해안 벨트, 중국진출의 교두보 마련), 장기적으로 경제자유구역의 전국적 확산을 예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은 경제자유구역의 실행이 노동자·민중들에게 미칠 파괴적인 효과에 대한 것이다. 작년 말 민중운동이 경제자유구역법안의 제정되던 당시 이에 대해 강도 높은 투쟁을 벌였던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노동권은 심각하게 후퇴할 것인데, 월차휴가 폐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 파견대상의 확대, 단체행동권 제약, 장애인·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의 조항이 경제자유구역법안에 명시되어 있다. 월차휴가, 생리휴가의 경우 주5일제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에 대한 공격이라 할 수 있다. 파견제의 경우 현재로써도 비정규직투쟁의 중심과제인데,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이에 대한 무제한적 사용이 허용된다면 전국적으로 더욱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조치들이 결국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명분 하에 저임금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교육과 의료 부문에서 외국민간자본 진출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WTO 서비스시장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선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함으로써 개방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 밖에도 소득세,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토세 등이 2년에서 3년간 50%에서 100%가 면제되는 등 매우 파격적인 조세감면 혜택이 주어지며, 환경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적 투쟁과 지역의 투쟁이 결합되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역이 확실시되고 있는 인천, 부산, 광양의 지자체는 2003년 주요업무계획의 많은 부분을 이에 대한 계획으로 채우고 있다. 인천의 경우만 하더라도 IT산업의 전략적 육성, 지식정보산업 기반 육성, 인천국제공항 2단계 건설 사업, 컨테이너 정기항로의 개설과 확충 등의 정책제시와 함께 해외 기업 투치유치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다른 지역 역시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인데, 지정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을 것이다.

부르주아들에게 있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구상은 2020년에 이르러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매우 장기적인 플랜이다. 실지로 광양시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이 고시되는 것이 대략 2004년 상반기, 재경부의 승인이 2005년 경, 개발사업 시행을 2005년경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말, 법안의 제정을 저지하는데 실패한 민중운동이 올 상반기 투쟁을 얼마나 강력하게 벌이냐가 이 20년의 계획을 좌우한다 하겠다.

부산과 경기 지역의 경우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걸쳐 지역차원의 투쟁기구를 구성하여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지정반대를 위한 투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광양, 인천지역의 경우 우선 지정대상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직까지 이렇다할 투쟁의 흐름을 만들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의 허구성과 경제자유구역 실행이 가져올 노동자·민중에 대한 파괴적인 결과를 적극적으로 폭로하는 것을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경제자유구역 투쟁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투쟁과 해당 지역차원의 응집된 투쟁이 상호 결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노동운동, 민중운동 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시급히 조직되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의 직접적 폐해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는 결국 경제자유구역의 전국화, 노동권의 하향평준화로 결과할 것이 명약관화하기에 노동운동이 일차적인 투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논리 하에 사실상 新지역이기주의를 추동하면서 추진중인 동북아중심국가 건설 구상의 실상을 지역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폭로해 나가야 한다. 요컨대 경제자유구역 투쟁은 하나의 법안 폐지 투쟁을 넘어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발전전망, 그것의 요체로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투쟁으로서 보다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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